-전기차까지 잔존가치 보장 프로그램 확대
-ES 350e 월 42만원대, 3년 뒤 최대 60% 가치 보장
-구매가격 넘어 총소유비용까지 고려한 전략 눈길
자동차를 구입할 때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은 가격이다. 같은 차라도 얼마나 할인 받을 수 있는지, 월 납입금은 얼마인지에 따라 구매 결정이 달라진다. 그런데 이제는 조금 다른 관점에서 자동차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 당장 얼마에 사느냐보다 몇 년 동안 타면서 실제로 얼마를 지출하고 다시 팔 때 얼마나 돌려받을 수 있는지가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렉서스가 13일 신형 ES를 국내 출시하면서 이러한 구매 공식의 변화를 제시했다. 차 가격뿐 아니라 보유 기간에 발생하는 비용과 향후 잔존가치까지 고려한 금융 프로그램을 마련한 것. 특히, 기존 하이브리드 중심으로 운영하던 잔존가치 보장 프로그램을 순수전기차까지 확대하면서 소비자 부담을 낮추는 데 집중했다.
출시 현장에서 렉서스코리아 관계자는 "가격 설정은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며 "국내 전기차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고객이 얼마나 편안하게 차를 구매하고 소유하며 이용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고 밝혔다. 이어 "처음 차 가격이 얼마인지보다 3년 뒤 얼마나 높은 잔존가치를 보장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새로운 금융 프로그램의 도입 배경을 설명했다.
핵심은 총소유비용(TCO)이다. 자동차를 구입한 뒤 일정 기간 운행하고 처분하기까지 발생하는 실질적인 비용을 뜻한다. 차 구매가격은 물론 취득세와 보험료, 자동차세, 연료비 또는 충전비, 유지관리비 등이 포함된다. 여기에 차를 처분할 때 회수하는 잔존가치까지 고려해야 실제 부담을 가늠할 수 있다.
예를 들어 7,000만원짜리 자동차를 구입해 3년 뒤 5,000만원에 판매한다면 차량 가치 하락에 따른 부담은 2,000만원이다. 반면, 6,000만원에 구입한 차를 같은 기간 운행한 뒤 3,000만원에 판매한다면 감가상각 부담은 3,000만원으로 늘어난다. 처음에는 저렴하게 구입했더라도 실제 보유비용은 더 클 수 있다는 의미다.
렉서스가 신형 ES의 잔존가치 보장에 공을 들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대표적인 금융 상품은 '어메이징 스위치'다. 일정 기간이 지난 뒤 약정 조건에 따라 차의 잔존가치를 보장하는 프로그램으로 신형 ES에서는 순수전기차까지 적용 범위를 넓혔다.
구체적으로 ES 350e 프리미엄의 차량 가격은 7,160만원이다. 렉서스가 공개한 금융 프로그램에 따르면 선수금 30%인 2,148만원과 보증금 20%인 1,432만원을 납부하고 36개월 동안 연 5.8%의 금리를 적용하면 월 납입금은 42만5,000원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3년 뒤 차의 가치다. 렉서스는 ES 350e 프리미엄을 기준으로 기본 잔존가치 50%인 3,580만원을 보장한다. 여기에 유예금액을 포함하면 약정 조건 충족 시 최대 60% 수준까지 적용할 수 있다.
즉 차를 3년 동안 이용한 뒤 발생할 수 있는 중고차 가치 하락에 대한 불확실성을 일정 부분 줄일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월 납입금 외에 선수금과 보증금이 필요하고 계약 종료 시 차 반납이나 인수 등 선택에 따라 최종 정산금액은 달라질 수 있다.
렉서스는 이러한 금융 구조를 바탕으로 실제 3년간의 총소유비용도 제시했다. ES 350e 프리미엄을 연간 1만5,000㎞씩 3년 동안 운행하는 조건으로 계산한 결과다. 차량 보유비용은 3,994만원으로 책정했다. 여기에는 금융 관련 비용과 취득세 등이 반영돼 있다. 여기에 자동차세 39만원과 보험료 420만원, 충전비 216만원을 더했다. 총 유지비용은 675만원이다. 이를 합산하면 3년간 예상 총비용은 4,649만원으로 나타난다.
물론, 이는 렉서스가 제시한 특정 조건의 예시다. 실제 보험료와 충전비, 금융 조건, 차 처분 방식 등에 따라 총소유비용은 달라질 수 있다. 특히, 보증금의 반환 및 정산 조건과 잔존가치 보장 요건을 함께 살펴봐야 한다.
그럼에도 의미는 분명하다. 자동차의 가치를 단순한 판매가격이 아닌 실제 소유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으로 설명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이러한 접근은 전기차 시장에서 더욱 주목할 만하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보다 충전 및 일부 유지관리 비용에서 이점을 기대할 수 있지만 중고차 가격에 대한 불확실성은 구매를 망설이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로 꼽히게 때문이다.
렉서스는 이러한 소비자 불안을 잔존가치 보장 프로그램으로 완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전기차를 구입하는 순간의 가격 경쟁력뿐 아니라 향후 처분 과정까지 고려해 구매 부담을 줄이려는 것이다.
실제 신형 ES 전기차의 가격 정책에서도 이러한 의도를 확인할 수 있다. ES 350e 프리미엄의 판매가격은 7,160만원으로 같은 프리미엄 트림의 하이브리드 ES 350h보다 130만원 저렴하다. 전기차를 특별한 고가 상품이 아닌 일상적인 선택지로 만들겠다는 렉서스의 전략이 반영된 결과다.
그만큼 오랜 기간 축적한 브랜드 신뢰와 품질 경쟁력을 바탕으로 차의 미래 가치까지 관리하겠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구입부터 운행, 처분까지 이어지는 과정에서 비용을 보다 예측 가능하게 관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잔존가치 보장 프로그램이 모든 소비자에게 유리한 것은 아니다. 장기간 차를 보유할 계획이라면 일반 할부나 현금 구매가 더 경제적일 수 있다. 주행거리가 많거나 약정 조건을 충족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기대했던 혜택을 온전히 누리지 못할 수도 있다. 따라서 자신의 운행 패턴과 예상 보유 기간을 고려해 금융 조건을 비교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신형 ES가 제시한 구매 방식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자동차의 경쟁력이 제품 자체의 성능과 가격을 넘어 소유 과정에서 제공하는 경제적 가치로 확장되고 있어서다. 좋은 자동차를 합리적인 가격에 구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좋은 가치를 유지하면서 이용할 수 있는지는 또 다른 문제다. 렉서스는 신형 ES를 통해 이 두 가지를 함께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새로운 전략이 업계의 주목을 받는 이유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