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하는 맹수" 벤틀리 토르칼, 디자인에 숨겨진 네 가지 비밀

입력 2026년10월15일 15시22분 김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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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례부터 디테일까지 완성도 상당해 
 -새로운 벤틀리 디자인 언어 집약

 

 벤틀리가 새로운 전기 SUV 토르칼을 통해 디자인의 진화를 선언했다. 브랜드가 추구하는 아름다움의 기준을 새롭게 정립한 것이 특징으로 전통적인 벤틀리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보다 대담하고 진보적인 표현 방식을 적용해 차세대 디자인 방향성을 제시한다.

 




 15일 한국을 찾은 로빈 페이지 벤틀리모터스 디자인 총괄은 자동차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에 주목했다고 운을 띄웠다. 자동차의 모든 디자인 요소가 한꺼번에 인식되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순서에 따라 받아들여진다는 것이다. 이를 네 가지 '리드(Read)'로 정의하고 토르칼의 디자인 전반에 반영했다.

 

 첫 번째는 비례감이다. 토르칼은 긴 휠베이스와 짧은 오버행, 당당하게 세워진 전면부를 통해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낮고 매끄러운 실루엣을 갖췄지만 결코 가볍게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차체가 지면을 단단하게 움켜쥔 듯한 안정감이 돋보인다.

 

 여기에는 벤틀리가 오랫동안 강조해 온 '수직적 우아함'이 녹아 있다. 여기에 끝없이 이어지는 듯한 보닛 디자인을 결합해 차체의 길이감과 고급스러움을 극대화했다. 멀리서 실루엣만 바라봐도 벤틀리임을 알아볼 수 있도록 한 셈이다.

 

 두 번째는 그래픽 요소다. 자동차의 표정과 정체성을 결정하는 부분으로 토르칼에서는 전면부가 대표적이다. 벤틀리의 상징적인 모델에서 영감을 받은 디자인 요소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으며 진보한 조명 기술과 일루미네이티드 다이아몬드 그릴을 통해 미래지향적인 인상을 완성했다.

 






 후면부 역시 주목할 부분이다. 불필요한 장식을 덜어내고 간결한 그래픽을 적용했으며 EXP 15 콘셉트카에서 처음 선보인 '명예로운 방패' 디자인 원칙을 반영했다. 과거의 유산을 단순히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대에 맞게 발전시켰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세 번째는 표면 언어다. 토르칼은 복잡한 캐릭터 라인 대신 차체의 면과 볼륨으로 존재감을 드러낸다. 빛이 차체 표면에 닿는 각도와 보는 사람의 움직임까지 고려해 조형을 완성했다. 덕분에 같은 차라도 바라보는 위치에 따라 전혀 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특히 리어 펜더가 인상적이다. 벤틀리는 이를 '헌치'라고 부른다. 뒤로 갈수록 좁아지는 캐빈과 뒷바퀴 위로 부풀어 오른 차체 볼륨이 강인한 근육질의 형상을 만든다. 디자인 팀이 이를 '휴식하는 맹수'라고 표현한 이유다.

 

 당장이라도 달려 나갈 것 같은 역동성을 갖췄지만 지나치게 공격적이지 않다. 힘을 과시하기보다 절제된 조형 속에 응축된 에너지를 담아낸 것이다. 고성능과 우아함을 동시에 추구하는 벤틀리의 디자인 철학을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부분이다.


 마지막 네 번째는 디테일이다. 차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드러나는 정교함을 의미한다. 대표적인 요소가 벤틀리의 상징인 다이아몬드 패턴이다. 토르칼에서는 이를 단순한 장식으로 사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차체 표면과 소재의 질감, 세밀한 패턴 속에 다양한 형태로 표현했다.

 



 

 실내에서도 같은 철학을 확인할 수 있다. 벤틀리 윙 엠블럼에서 영감을 받은 대시보드는 대칭성과 균형감을 강조하며 가죽과 울, 베니어, 알루미늄 등 다양한 소재의 아름다움을 자연스럽게 드러낸다. 화려한 장식보다 소재 자체가 가진 고급스러움에 집중한 구성이다.

 

 물리 버튼을 유지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최근 자동차 업계가 주요 기능을 디스플레이에 통합하는 것과 달리 토르칼은 센터 콘솔과 스티어링 휠에 직관적인 조작을 위한 버튼을 남겨뒀다. 널링 마감된 조작장치와 새롭게 해석한 불스아이 송풍구 역시 손끝으로 느끼는 벤틀리만의 감성을 강조한다. 무엇보다 토르칼은 지난해 공개한 새로운 벤틀리 윙 엠블럼을 양산차 최초로 적용한 제품이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새로운 엠블럼과 디자인 언어가 하나의 차에서 만났다는 의미다.

 

 이처럼 토르칼은 오랫동안 쌓아온 벤틀리의 전통적인 아름다움을 지키면서도 새로운 시대에 어울리는 표현 방식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 익숙하지만 새롭고 강인하지만 우아한 바로 이것이 토르칼이 보여주는 디자인의 핵심이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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