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출력 향상 넘어 주행 완성도까지 높여
-탄탄한 기본기와 강력한 성능의 이상적인 조화
-X3 20과 M50 사이, 가장 합리적인 선택지
처음에는 단순히 출력만 높인 차라고 생각했다. 같은 엔진에 조금 더 강한 힘을 부여했을 뿐 주행 감각에서 극적인 차이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하지만 BMW X3 30의 운전대를 잡고 얼마 지나지 않아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다. 숫자로 드러나는 성능 향상은 시작에 불과했다. 진짜 변화는 그 힘을 다루는 방식에 있었다.
단순히 빠른 차가 아니다. 가속과 감속, 코너링과 핸들링 등 주행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가 한층 자연스럽게 맞물린다. 차가 가진 능력을 남김없이 끌어내면서도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다. 그야말로 균형의 미학이다. BMW X3 30은 강해진 출력이 자동차의 전체적인 완성도를 어떻게 끌어올릴 수 있는지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사실 기존 X3 20도 충분히 훌륭한 차였다. 탄탄한 차체와 정교한 하체, 안정적인 승차감까지 프리미엄 중형 SUV가 갖춰야 할 덕목을 고루 충족했다. 일상에서는 부족함을 느끼기 어려웠고 도심을 오가는 과정에서도 만족스러운 움직임을 보여줬다.
다만 아쉬움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최고출력 190마력, 최대토크 30.6㎏·m의 성능은 일상적인 주행에서 충분했지만 속도를 높일수록 조금씩 한계가 드러났다. 특히, 중속에서 고속으로 넘어가는 구간이나 여유로운 추월 가속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한 박자 더 강한 힘이 생각나곤 했다.
물론 절대적인 성능이 부족하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X3의 기본기가 워낙 뛰어난 탓에 상대적으로 파워트레인의 여유가 아쉽게 느껴졌다는 표현이 정확하다. 차체와 하체는 더 높은 성능도 충분히 받아낼 준비가 돼 있는데 엔진이 그 능력을 모두 활용하지 못하는 듯한 인상이었다.
X3 30은 바로 그 아쉬움을 시원스럽게 해결한다. 엔진 형식부터 살펴보면 X3 20과 크게 다르지 않다. 직렬 4기통 2.0ℓ 가솔린 터보 엔진을 탑재하고 8단 자동변속기를 조합한다. 하지만 세부적인 엔진 세팅을 달리하면서 최고출력 258마력, 최대토크 40.8㎏·m로 성능을 끌어올렸다. 차이는 상당하다. 최고출력은 68마력, 최대토크는 10.2㎏·m 증가했다. 단순한 수치 향상을 넘어 실제 주행에서 체감하는 변화의 폭이 크다.
가속페달을 깊게 밟으면 그 차이가 명확해진다. 엔진은 기다렸다는 듯이 힘을 쏟아내고 차체는 거침없이 앞으로 뻗어나간다. 더욱이 중속에서 고속으로 넘어가는 과정이 인상적이다. 속도를 높이는 데 주저함이 없고 가속의 흐름이 끊기지 않는다. 기존 X3 20에서 느꼈던 마지막 한 끗의 아쉬움이 말끔히 사라진 느낌이다.
무엇보다 속도를 전개하는 방식이 경쾌하다. 강한 힘을 억지로 쥐어짜는 것이 아니라 여유롭게 꺼내 쓰는 모습이다. 마치 무거운 신발을 벗고 가벼운 러닝화를 신은 것처럼 발걸음이 한결 가뿐해졌다. 가속페달을 밟는 만큼 즉각적으로 반응하고 원하는 속도까지 단숨에 도달한다. 덩치 큰 SUV라는 사실이 무색할 정도로 움직임이 민첩하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이러한 성격이 더욱 뚜렷해진다. 가속페달의 반응이 날카로워지고 엔진과 변속기가 적극적으로 호흡을 맞춘다.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토크다. 순간적으로 쏟아지는 강력한 펀치력이 상당하다. 마치 토크가 풍부한 디젤차를 모는 것처럼 초반부터 화끈하게 치고 나간다. 발끝에 힘을 조금만 더 실어도 차가 즉각적으로 반응하면서 운전자의 의도를 정확히 읽어낸다.
덕분에 장거리 고속 주행에서도 여유가 넘친다. 속도를 유지하는 능력은 물론 필요할 때 한 번 더 가속하는 과정에서도 부족함이 없다. 높은 속도 영역까지 매끄럽게 이어지는 가속감은 운전자에게 상당한 만족을 안겨준다.
혼자 운전할 때는 또 다른 매력이 드러난다. 평소에는 가족을 태우고 편안하게 이동하는 SUV이지만 운전자가 마음먹기에 따라 제법 화끈한 스포츠 드라이빙도 가능하다. BMW가 오랜 시간 강조해 온 운전의 즐거움이 X3 30에서도 고스란히 살아 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갈 부분이 있다. X3 30의 진짜 매력은 강력한 엔진에만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오히려 높아진 출력과 기존 X3의 탄탄한 기본기가 만나면서 만들어낸 시너지 효과가 핵심이다.
특별히 차체를 대대적으로 보강하거나 완전히 새로운 고성능 기술을 추가한 건 아니다. 기본적으로 X3가 갖고 있는 뛰어난 차체 강성과 섀시 완성도가 높아진 엔진 성능을 충분히 받아낼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X3 20을 운전할 때는 오히려 하체가 다소 오버스펙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만큼 차체가 안정적이고 움직임이 정교했다. 그런데 X3 30에 이르러 비로소 모든 요소가 제 역할을 찾은 듯하다. 강한 엔진은 탄탄한 하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하체는 높아진 성능을 여유롭게 받아낸다. 어느 하나가 다른 요소의 발목을 잡지 않는다.
대표적인 예가 코너링이다. 굽이진 도로에 진입하는 순간부터 차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운전대를 돌리면 앞머리가 민첩하게 반응하고 차체는 운전자가 그린 궤적을 따라 정확하게 움직인다. 코너 안쪽으로 파고드는 과정이 자연스럽고 불필요한 움직임도 적다.
조금 더 과감하게 속도를 높여도 마찬가지다. 차체는 쉽게 흐트러지지 않고 안정적인 자세를 유지한다. 롤을 효과적으로 억제하면서도 노면을 움켜쥐는 감각이 선명하다. SUV 특유의 높은 차체에서 비롯되는 부담을 좀처럼 느끼기 어렵다. 유연하면서도 절도 있는 움직임이 일품이다.
특히 코너 탈출 과정에서 X3 30의 진가가 드러난다. 운전대를 풀면서 가속페달을 밟으면 기다렸다는 듯이 강한 토크가 쏟아진다. 차는 자세를 유지한 채 빠르게 속도를 높이고 다음 코너를 향해 거침없이 달려 나간다. X3 20에서는 조금 더 기다려야 했던 가속의 순간이 X3 30에서는 훨씬 짧아졌다.
궁극적으로 운전자가 차를 믿고 조금 더 적극적으로 다룰 수 있다. 진입과 탈출 타이밍을 빠르게 가져가도 차는 충분히 받아낸다. 스티어링 휠의 반응과 차체의 움직임, 엔진의 출력이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된다.
이쯤 되면 X3 30의 성격이 명확해진다. 더 강한 엔진이 차의 성격을 바꾼 것이 아니라 원래부터 뛰어났던 차의 능력을 제대로 끌어낸 것이다. 마치 마지막 퍼즐 조각을 맞춘 듯한 느낌이다. 잘 달리기 위한 모든 조건이 이상적인 균형점을 찾았고 비로소 빈틈없는 육각형을 완성했다.
잠시 숨을 고르고 실내외를 살펴봤다. 신형 X3는 이전보다 한층 간결하고 대담한 디자인을 앞세운다. 복잡한 장식을 덜어내고 커다란 면과 선을 활용해 존재감을 강조한 것이 특징이다. 전면부는 큼직한 키드니 그릴을 중심으로 당당한 인상을 완성하며 측면은 단정한 실루엣을 통해 SUV 특유의 균형감을 드러낸다.
실내 역시 변화의 폭이 크다. 디지털 중심으로 재구성한 대시보드와 커브드 디스플레이, 새로운 분위기의 조명 요소가 미래지향적인 감각을 전달한다. 물리적인 버튼을 줄이고 화면을 중심으로 기능을 통합한 구성도 눈에 띈다. 처음에는 적응이 필요하지만 전체적인 공간은 깔끔하고 세련됐다.
X3가 가진 실용성은 여전하다. 여유로운 공간과 SUV 특유의 편리한 승하차, 일상에서 활용하기 좋은 구성까지 두루 갖췄다. 역동적인 주행 감각을 갖췄다고 해서 가족을 위한 SUV의 역할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러한 다재다능함이 X3 30의 매력을 더욱 돋보이게 만든다.
물론 X3 30의 성능마저 부족하다고 느끼는 소비자도 있을 것이다. 더 강한 가속과 폭발적인 엔진 반응, 한층 자극적인 주행 경험을 원한다면 선택지는 분명하다. 바로 X3 M50이다. BMW가 자랑하는 직렬 6기통 엔진을 품은 M50은 또 다른 차원의 주행 경험을 제공한다. 특유의 매끄러운 회전 질감과 풍부한 출력, 강렬한 가속 성능은 그 자체로 매력적이다. 자동차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욕심낼 만한 차다. 그야말로 우주 명차라는 표현이 아깝지 않은 엔진을 품고 있다.
하지만 모든 소비자에게 M50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성능이 높아지는 만큼 가격 부담도 커지고 일상에서 그 능력을 모두 활용할 기회도 많지 않다. 반대로 X3 20은 충분히 좋은 차이지만 조금 더 역동적인 주행을 즐기는 운전자에게는 성능에 대한 갈증이 남을 수 있다. 그렇다면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바로 X3 30이다.
X3 20에서 느꼈던 성능의 아쉬움을 시원하게 해결하면서도 M50까지 올라가야 하는 부담은 덜어낸다. 일상에서는 편안하고 여유로운 SUV로 운전의 즐거움이 필요한 순간에는 경쾌하고 민첩한 BMW로 변신한다. 어느 한쪽에 지나치게 치우치지 않으면서 다양한 상황에서 높은 만족을 제공한다.
가장 강한 X3가 반드시 가장 좋은 X3일 필요는 없다. 자신에게 필요한 성능을 충분히 갖추고 그 힘을 가장 자연스럽게 활용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좋은 선택이 된다. 그런 의미에서 X3가 가진 진짜 실력을 경험하고 싶다면 X3 30은 충분히 매력적인 정답이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