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바이크 라이더 10년'..여전히 초보였다

입력 2026년10월16일 09시45분 박홍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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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 에듀케이션센터 상위 과정 '투어라이더' 도전
 
"제한속도가 60㎞/h인 도로에서 50㎞/h로 달리더라도 불안하다면 그건 과속입니다."

 


 

 지난 14일 경기도 이천에 위치한 혼다 에듀케이션센터. 이날 교육을 맡은 이영선 교관의 말이다. 법정 제한속도를 지키더라도 자신의 실력으로 감당할 수 없는 속도라면 위험할 수 있다는 의미다. 10년 넘게 모터사이클을 타온 기자에게도 제법 묵직하게 다가온 말이었다.

 

 지난해 이곳에서 타운라이더 교육을 받은 뒤 약 1년 만에 다시 교육장을 찾았다. 당시에는 나름대로 자신이 있었다. 10년 가까이 바이크를 탔고 출퇴근은 물론 장거리 투어와 각종 모터사이클 시승도 경험했으니까. 하지만 막상 교육을 받아보니 기본적인 자세부터 제동과 선회까지 잘못 익힌 습관이 적지 않았다. 그때만 해도 교육을 받았으니 이전보다 조금은 나아졌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번에는 한 단계 높은 투어라이더 과정이다. 지난해 배운 기초를 바탕으로 보다 높은 속도에서의 제동과 선회, 저속 균형 등을 익히는 프로그램이다. 과연 1년 사이 얼마나 성장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여전히 갈 길이 멀었다.

 



 

 교육용 바이크부터 달라졌다. 지난해 탔던 CB300R 대신 이번에는 NX500이 주어졌다. 배기량 471㏄의 2기통 엔진을 얹은 미들급 어드벤처 모터사이클이다. 차체 중량만 195㎏에 이르고 연료와 각종 장비까지 고려하면 200㎏을 훌쩍 넘는 덩치다. 흔히 말하는 '빅 바이크'의 감각을 익히기에 충분했다.

 

 물론 더 큰 배기량의 모터사이클도 타봤다. 하지만 넓은 도로에서 속도를 내며 달리는 것과 제한된 공간에서 무거운 차체를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건 전혀 다른 이야기다. 속도가 붙으면 안정적이던 바이크도 보행 속도에 가까워지면 제법 버겁게 느껴진다. 특히 차체가 한쪽으로 기울기 시작하면 200㎏이라는 무게가 고스란히 몸으로 전달된다.

 

 이 교관은 "빠르게 직진하는 건 자전거를 탈 수 있는 균형 감각만 있어도 할 수 있다"며 "중요한 건 저속에서 무거운 차체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제어할 수 있느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육은 시작부터 지난해의 기억을 시험했다. 출발 전 점검 사항을 묻는 질문에 수강생들이 하나둘 답을 내놨다. 연료, 타이어, 브레이크, 등화장치. 분명 1년 전에도 배웠던 내용이다. 하지만 막상 질문을 받으니 선뜻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 매일같이 바이크를 타면서도 정작 출발 전 기본 점검은 얼마나 충실히 하고 있었는지 돌아보게 됐다.

 


 

 본격적인 교육은 제동부터 시작됐다. 지난해에는 앞브레이크와 뒷브레이크를 각각 사용해보고 두 브레이크를 함께 조작하며 제동거리의 차이를 확인했다. ABS가 작동하는 상황도 경험했다. 이번에는 여기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제동 압력과 차체의 움직임, 정지 직전의 균형까지 세밀하게 다뤘다.

 

 이 교관은 브레이킹을 항공기의 착륙에 비유했다. 비행기가 활주로에 내려앉듯 차체가 안정적으로 가라앉는 느낌이 이상적이라는 것. 스로틀을 되돌리고 뒷브레이크와 앞브레이크를 조합해 차체의 하중 이동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게 핵심이다.

 

 흔히 모터사이클 제동력은 앞바퀴와 뒷바퀴가 7대 3 정도의 비율을 담당한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는 브레이크 레버와 페달을 누르는 힘의 비율을 뜻하지 않는다. 제동 과정에서 하중이 앞쪽으로 이동하면서 앞바퀴가 더 큰 제동력을 담당하게 되는 것이다. 속도와 노면 상태, 차체의 자세에 따라 필요한 제동력 배분도 달라진다.

 



 

 설명은 어렵지 않았다. 문제는 몸이 이를 따라주느냐였다.

 

 제동을 시작하면 본능적으로 상체가 앞으로 쏠린다. 이를 버티려 핸들을 강하게 붙잡으면 팔과 어깨에 힘이 들어간다. 시선은 어느새 멈춰야 할 지점이나 앞바퀴 주변으로 떨어진다. 멈추기 직전에는 넘어질까 두려워 브레이크를 풀거나 반대로 지나치게 강하게 잡는 실수도 나오기 쉽다.

 

 이 교관은 정지하는 순간까지 브레이크 압력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시선을 전방에 두라고 강조했다. 하체로 차체를 지지하고 상체의 움직임을 조절하는 것도 중요했다. 빠르게 달리던 바이크를 멈추는 것보다 멈추는 순간까지 균형을 유지하는 일이 더 어렵다는 설명이었다.

 

 그동안 제동은 그저 브레이크를 잡는 행위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교육장에서 배운 제동은 차체의 움직임을 이해하고 그 움직임을 끝까지 통제하는 과정에 가까웠다. 멈추는 것도 기술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선회 교육은 더 낯설었다. 라바콘을 일정한 간격으로 세운 파일런 슬라럼과 좌우로 엇갈리게 배치한 옵셋 슬라럼을 통과하며 바이크의 움직임을 익히는 과정이다. 지난해에도 비슷한 훈련을 받았지만 이번에는 선회 자세까지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했다.

 

 모터사이클의 대표적인 선회 자세는 린 위드, 린 인, 린 아웃으로 구분된다. 린 위드는 차체와 몸을 비슷한 각도로 기울이는 일반적인 선회 자세다. 린 인은 몸을 차체 안쪽으로 더 기울이고 린 아웃은 반대로 상체를 상대적으로 바깥쪽에 두는 방식이다. 각각 속도와 회전반경, 주행 환경에 따라 활용 방법이 달라진다.

 

 사실 린 인과 린 아웃은 기자에게도 낯선 기술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알고는 있었지만 직접 활용할 일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고배기량 스포츠 바이크를 타거나 서킷을 달리는 레이서들에게나 필요한 기술이라는 선입견이 있었다.

 



 

 그런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 자세를 직접 취하고 있었다. 코스의 형태에 따라 몸의 위치를 바꾸고 차체의 기울기를 조절하며 라바콘 사이를 통과해야 했다. 평소라면 그저 핸들을 돌리고 몸을 기울이는 것으로 끝났을 선회가 시선과 상체, 하체의 움직임을 모두 고려해야 하는 복잡한 과정으로 바뀌었다.

 

 무엇보다 어려운 건 몸에 밴 습관을 버리는 일이었다. 머리로는 이해했지만 막상 코너에 진입하면 평소 타던 방식이 먼저 나왔다. 상체에 힘을 빼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핸들을 움켜쥐었고 시선을 멀리 둬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눈앞의 라바콘을 쫓았다. 몸을 의식적으로 움직이려 할수록 동작은 오히려 부자연스러워졌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었다. 10년 동안 반복해온 움직임은 이미 몸에 깊이 새겨져 있었다. 그동안 쌓아온 경험이 오히려 새로운 기술을 익히는 데 방해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이 씁쓸했다.

 

 저속 균형 훈련도 만만치 않았다. 빠르게 달릴 때는 출퇴근용으로 타는 슈퍼커브 만큼이나 산뜻하게 움직이던 NX500이 속도를 줄이자 전혀 다른 바이크처럼 느껴졌다. 차체가 조금만 기울어져도 무게가 부담으로 다가왔다. 이때 필요한 건 무작정 힘으로 버티는 게 아니라 스로틀과 클러치, 뒷브레이크를 정교하게 조합하는 기술이다.

 


 

 특히 좁은 공간에서 방향을 바꾸거나 굴절 코스를 통과할 때는 시선과 균형 감각이 중요했다. 무거운 차체를 힘으로 세우려 할수록 움직임은 더 부자연스러워진다. 반대로 차체의 움직임을 이해하고 적절한 동력을 전달하면 상대적으로 적은 힘으로도 방향을 바꿀 수 있다.

 

 교육 과정에서는 혼다만의 접근법도 엿볼 수 있었다. 대표적인 게 스로틀과 앞브레이크를 조작하는 방법이다.

 

 일부 모터사이클 브랜드는 주행 중 스로틀을 쥐면서도 손가락 한두 개를 브레이크 레버 위에 올려놓도록 권장한다. 돌발 상황에서 제동 반응을 빠르게 하고 스로틀에서 브레이크로 손을 옮기는 과정에서 손가락이 끼이는 상황을 예방하기 위한 방법이다.

 

 하지만 혼다의 설명은 달랐다. 이영선 교관은 "이러한 조작법이 서구권 라이더들의 신체적 특성을 고려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상대적으로 손이 작은 한국과 일본 라이더들은 손가락을 브레이크 레버에 미리 걸어두지 않고 스로틀을 온전히 쥐는 방식으로도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는 것. 젓가락 사용에 익숙한 동아시아인의 섬세한 손동작도 그 근거로 들었다.

 


 

 물론 어느 방식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손의 크기와 조작 습관, 바이크의 구조에 따라 적합한 방법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서구권에서 통용되는 방식을 무조건 따르기보다 한국과 일본 라이더들의 특성을 고려해 다른 접근법을 제시했다는 점은 흥미로웠다. 오랫동안 모터사이클을 만들어왔고 안전운전 교육을 이어온 혼다이기에 가능한 설명처럼 느껴졌다.

 

 선회 중 제동에 관한 교육도 인상적이었다. 일반적으로 라이더들 사이에서는 코너를 도는 도중 브레이크를 잡으면 안 된다는 말이 통념처럼 자리잡고 있다. 차체가 기울어진 상태에서 갑작스럽게 제동하면 타이어의 접지력을 잃거나 균형이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도로에서는 코너를 돌다가도 브레이크를 잡아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 앞서 달리던 차가 갑자기 멈추거나 예상하지 못한 장애물을 발견했을 때가 그렇다. 코너에서 브레이크를 잡으면 안 된다는 원칙만 알고 있다면 정작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막막해진다.

 


 

 혼다는 이처럼 피할 수 없는 상황에 대응하는 방법도 가르쳤다. 차체가 기울어진 상태에서 급격하게 브레이크를 조작하는 대신 부드럽게 제동을 시작하고, 차체를 점진적으로 일으켜 세운 뒤 자세가 안정되면 제동력을 높이는 방식이다. 선회 중 타이어가 감당해야 하는 횡방향 힘을 줄여 제동에 활용할 수 있는 접지 여유를 확보하는 원리다.

 

 말로 들으면 간단하지만 실제로는 쉽지 않은 조작이다. 코너를 도는 중 예상하지 못한 상황을 만나면 본능적으로 브레이크를 강하게 잡거나 반대로 차체가 넘어질까 두려워 제동을 주저하기 쉽다. 그래서 이 연습 과정에서는 노련한 참가자들이 넘어지는 장면도 심심치 않게 관찰됐다.

 

 결국 중요한 건 속도 자체가 아니라 그 속도를 다룰 수 있는 여유였다. 이 교관이 교육 시작부터 강조한 것도 바로 이 부분이다. 시야를 넓히고 주변 상황을 파악하며 돌발 상황에도 대응할 수 있는 능력. 안전한 라이딩을 위해 필요한 건 단순히 더 빠르게 달리는 기술이 아니었다.

 

 이런 교육에는 혼다의 오랜 철학도 녹아 있다. 혼다는 1960년대 일본에서 자동차와 모터사이클 보급이 확대되며 교통사고가 사회문제로 떠오르자 안전운전 교육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1964년 일본 사이타마에 안전운전 교육시설을 마련했고 1970년에는 안전운전 보급을 위한 전담 조직을 설립했다. 차의 성능을 높이는 것만큼 이를 안전하게 다루는 방법을 알리는 일도 제조사의 역할이라고 판단한 셈이다.

 


 

 혼다코리아가 이천에 설립한 에듀케이션센터 역시 이런 철학의 연장선에 있다. 단순히 면허를 취득하거나 주행 기술을 배우는 곳을 넘어 모터사이클을 안전하게 즐길 수 있는 문화를 만드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초보자를 위한 과정부터 숙련자를 위한 교육까지 단계별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이유다.

 

 무엇보다 이런 상황을 실제 도로에서 연습할 수는 없다. 잘못된 판단 하나가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혼다 에듀케이션센터의 의미도 여기에 있었다. 위험한 상황을 통제된 환경에서 경험하고, 잘못된 조작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몸으로 익힐 수 있다는 점이다.

 

 교육을 받는다고 하루아침에 실력이 크게 늘어나는 것도 아니다. 이영선 교관 역시 교육 과정에서 익힌 기술이 곧바로 완성된 실력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중요한 건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발견하고 이후의 라이딩에서도 올바른 습관을 반복해 익히는 일이라는 설명이다.

 


 

 혼다가 가르치고자 하는 건 더 빠르게 달리거나 어려운 기술을 구사하는 방법만이 아니었다. 위험한 상황을 미리 경험하고, 자신의 한계를 이해하고, 실제 도로에서 조금 더 안전하게 돌아오는 방법이었다.

 

10년을 탔다고 해서 반드시 잘 타는 건 아니었다. 그리고 잘 탄다는 것도 결국은 얼마나 빠르고 능숙하게 달리느냐의 문제가 아니었다. 가장 중요한 건 오늘도 안전하게 타고, 무사히 돌아오는 일이다.

 

 박홍준 기자 hj.park@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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