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화 기술이 완성한 차원이 다른 주행 질감
-전기차의 효율과 스포츠카의 강력한 성능 모두 갖춰
포르쉐 파나메라를 구입하려는 소비자라면 한 번쯤 고민할 법한 선택지가 있다. 바로 일반 내연기관 파나메라 4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시스템을 탑재한 파나메라 4 E-하이브리드다. 두 차의 가격 차이는 1,070만원. 적은 금액이 아니다. 그렇다면 과연 이만한 돈을 더 지불하면서까지 E-하이브리드를 선택할 이유가 있을까. 직접 경험해 본 결과 대답은 명확했다. 충분히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
이는 평범하게 출력이 높고 연료를 아낄 수 있다는 이유에서가 아니다. 전동화 파워트레인이 만들어내는 주행 질감부터 일상에서의 활용성, 스포츠 드라이빙의 즐거움까지 차를 경험하는 모든 과정에서 차이가 드러난다. 무엇보다 포르쉐가 전동화 기술을 얼마나 영리하게 활용하고 있는지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파나메라 4 E-하이브리드는 전동화 기술을 통해 한 단계 진화한 포르쉐다.
가장 먼저 감탄한 부분은 주행 질감이다. 출발부터 남다르다. 가속 페달에 발을 올리면 거대한 차체가 소리 없이 움직인다. 저속에서 전기모터만으로 달리는 모습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라면 당연하게 생각할 수 있는 특징이다. 하지만 파나메라 4 E-하이브리드의 진짜 매력은 그다음부터 시작한다.
하이브리드 모드에서도 가능한 한 전기 에너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엔진과 전기모터가 유기적으로 힘을 주고받으면서 차를 밀어내는데 그 과정이 놀라울 정도로 매끄럽다. 가속 페달을 조금 더 깊게 밟아도 힘이 전달되는 과정에 이질감이 거의 없다. 속도를 높이는 과정이 부드럽고 자연스럽다. 마치 보이지 않는 손이 차체를 지그시 밀어주는 듯한 느낌이다.
이 같은 주행 질감은 일반 내연기관에서 구현하기 쉽지 않다. 아무리 정교한 엔진과 변속기를 갖췄다고 해도 회전수를 높이고 기어를 바꾸는 과정에서 특유의 기계적인 움직임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반면, 전기모터는 즉각적인 토크를 활용해 그 사이를 자연스럽게 메운다. 엔진이 개입하는 순간에도 전기모터가 힘을 보태면서 가속의 흐름을 끊지 않는다.
덕분에 파나메라 4 E-하이브리드는 유독 고급스럽게 느껴진다. 그저 조용하고 진동이 적다는 차원을 넘어선다. 차가 움직이는 모든 과정이 정제돼 있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운전자가 특별히 신경 쓰지 않아도 언제나 여유롭고 부드럽게 속도를 올린다. 전동화 파워트레인이 전하는 선물과도 같은 감각이다.
여기에 전기차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파나메라 4 E-하이브리드는 25.9㎾h 용량의 고전압 배터리를 탑재했다. 국내 인증 기준 전기모드 복합 주행거리는 63㎞다. 단순히 출발할 때 잠깐 전기모터를 사용하는 수준이 아니라 실제 일상에서 전기차처럼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는 뜻이다.
특히 주중 출퇴근 용도로 사용한다면 매력은 더욱 커진다. 집이나 직장에서 충전할 수 있는 환경만 갖춰진다면 상당수 일상 이동을 엔진 개입 없이 해결할 수 있다. 출근길 정체 구간에서도 조용하게 움직이고 퇴근길에는 전기모터 특유의 부드러운 가속을 즐기면 된다. 주행거리가 충분한 날에는 주유소에 들를 필요조차 줄어든다.
유지비 측면에서도 장점이 분명하다. 물론 수 억원에 가까운 고급차를 구입하는 소비자에게 연료비가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은 아닐 수 있다. 그렇다고 유지비를 아끼고 싶은 마음까지 없는 것은 아니다. 같은 거리를 이동하면서 더 적은 에너지 비용을 지출할 수 있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 충전 환경과 요금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전기를 활용한 주행은 휘발유를 사용하는 것보다 에너지 비용 측면에서 유리하다.
무엇보다 만족스러운 부분은 선택의 폭이다. 평소에는 조용하고 경제적인 전기차로 사용하다가 장거리 이동에서는 엔진의 도움을 받으면 된다. 충전 인프라나 주행거리에 대한 부담도 순수전기차보다 적다. 전기차의 장점을 누리면서 내연기관의 편리함까지 가져가는 셈이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가 가진 가장 현실적인 매력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성능은 어떨까. 사실 시승 전에는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파나메라에는 GTS를 비롯해 터보 E-하이브리드와 터보 S E-하이브리드 등 압도적인 출력을 자랑하는 제품들이 존재한다. 이런 구성 속에서 4 E-하이브리드는 상대적으로 얌전한 차가 아닐까 생각했다. 하지만 가속 페달을 깊게 밟는 순간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먼저, 숫자부터 살펴보자. 일반 파나메라 4는 2.9ℓ V6 가솔린 트윈터보 엔진을 탑재해 최고출력 360마력을 발휘한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가속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5.0초, 최고속도는 시속 270㎞다. 이 정도만으로도 충분히 빠른 고성능 세단이다.
반면, 파나메라 4 E-하이브리드는 같은 2.9ℓ V6 트윈터보 엔진을 기반으로 전기모터를 결합했다. 엔진 자체의 최고출력은 310마력이지만 전기모터와 힘을 합친 시스템 최고출력은 470마력에 달한다. 일반 파나메라 4보다 무려 110마력이나 강력하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 시간도 4.1초로 0.9초 빠르다. 최고속도 역시 시속 280㎞로 높아진다.
실제 가속감은 숫자 이상이다. 가속 페달을 깊게 밟는 순간 차체가 무지막지한 기세로 튀어나간다. 전기모터가 초반부터 강력한 토크를 쏟아내고 엔진이 곧바로 힘을 더한다. 속도계 바늘이 올라가는 과정에 망설임이 없다. 특히 중속에서 고속으로 넘어가는 구간에서도 가속력이 좀처럼 무뎌지지 않는다. 육중한 차체를 이끌고 있다는 사실을 잊을 만큼 시원스럽게 달려 나간다.
사운드도 기대 이상이다. 스포츠 주행에 맞춰 배기 사운드가 살아나면 조금 전까지 조용하게 달리던 차가 맞나 싶을 정도로 분위기가 바뀐다. 듣기 좋은 엔진음과 배기음이 실내를 채우면서 운전자의 감각을 자극한다. 빠르기만 한 차가 아니라 속도를 높이는 과정 자체가 즐겁다.
이쯤 되면 다시 포르쉐라는 브랜드의 정체성을 떠올리게 된다. 아무리 차체가 크고 편안한 4도어 세단이라고 해도 본질은 스포츠카라는 것이다. 가속 페달 하나로 차의 성격을 완전히 바꿔놓는 능력은 여전히 놀랍다. 전동화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도 운전의 즐거움을 잃지 않았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코너에서도 마찬가지다. 기본적으로 낮고 넓은 차체를 갖고 있다. 덕분에 무게중심이 낮고 노면을 움켜쥐는 듯한 안정감이 상당하다. 굽이진 도로에서 스티어링 휠을 돌리면 차체가 운전자의 의도에 맞춰 정확하게 움직인다. 넓은 전폭을 바탕으로 차선을 꽉 채우며 돌아나가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특히 코너 진입부터 탈출까지 차체 움직임이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앞머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정확하게 들어가고 뒤쪽 역시 흐트러짐 없이 따라온다. 차체 크기와 무게를 생각하면 믿기 어려울 정도다. 전기모터의 즉각적인 반응까지 더해지면서 코너를 빠져나갈 때의 가속도 한층 경쾌하다.
그리고 주행 완성도의 절정은 포르쉐 액티브 라이드에서 드러난다. 이번 파나메라를 설명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핵심 기술이다. 선택으로 제공하는 이 시스템은 전동식 유압 펌프를 활용해 각 바퀴의 댐퍼를 능동적으로 제어한다. 차체가 좌우로 기울어지는 롤링은 물론 가속과 제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앞뒤 움직임까지 적극적으로 억제한다.
실제 체감 효과는 상당하다. 빠르게 코너를 돌아나가도 차체가 최대한 수평을 유지하려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일반적인 대형 세단이라면 바깥쪽으로 무게가 쏠리면서 차체가 기울어질 상황에서도 파나메라는 자세를 쉽게 무너뜨리지 않는다. 운전자는 불필요한 차체 움직임에 신경 쓸 필요 없이 원하는 주행 궤적에 집중할 수 있다.
가속과 감속에서도 차이가 드러난다. 급가속 시 뒤쪽이 주저앉거나 강한 제동에서 앞머리가 깊게 숙여지는 현상을 능동적으로 제어한다. 덕분에 차체가 언제나 일정한 자세를 유지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빠르게 달릴수록 안정감이 높아지고 그만큼 운전자의 자신감도 커진다.
여기에는 전동화 시스템의 역할도 크다. 포르쉐 액티브 라이드는 고전압 전기 시스템을 활용해 각 댐퍼를 능동적으로 제어하는 기술이다. 단순히 기존 서스펜션을 조금 더 정교하게 다듬은 수준이 아니다. 전동화 기술을 차체 제어 영역까지 확장해 주행 완성도를 높인 결과물이다.
이 같은 특징은 파나메라 4 E-하이브리드의 성격과도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 전기모터가 만들어내는 즉각적인 가속 반응에 능동적인 차체 제어 능력이 더해지면서 차는 한층 민첩하고 안정적으로 움직인다. 강력한 성능을 운전자가 더욱 쉽고 편안하게 다룰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잘 달리는 차라는 확신이 생기는 순간이다.
물론 모든 부분에서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탑재한 만큼 배터리와 관련 장비로 인한 무게 증가를 피할 수 없다. 적재공간도 일반 파나메라 4보다 줄어든다. 충전 환경이 충분하지 않다면 전기모드의 장점을 온전히 활용하기 어렵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실제 주행에서 얻는 만족감은 이 같은 단점을 충분히 상쇄한다. 일상에서는 더 조용하고 부드럽게 달리고 필요할 때는 더욱 강력한 성능을 꺼내 쓸 수 있다. 여기에 전기차처럼 활용할 수 있는 효율성과 정교한 차체 제어 능력까지 갖췄다.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다양한 영역에서 높은 완성도를 보여준다는 점이 핵심이다.
마지막으로 가격표를 살펴보자. 국내 판매가격은 파나메라 4가 1억8,470만원부터, 파나메라 4 E-하이브리드는 1억9,540만원부터 시작한다. 차이는 1,070만원이다. 작은 돈은 아니지만 실제 두 차의 성격과 주행 경험을 생각하면 충분히 납득할 만한 수준이다.
그만큼 추가 비용을 110마력 높은 출력을 얻기 위한 대가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더욱 매끄럽고 고급스러운 주행 질감, 일상에서 활용할 수 있는 전기 주행 능력, 강력한 가속 성능까지 함께 얻는 비용이다. 충전 환경을 갖춘 소비자라면 장기간 운행하면서 에너지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파나메라 4 E-하이브리드는 성능과 효율 사이에서 타협한 차가 아니다. 반대로 두 가지 가치를 모두 끌어올린 차에 가깝다. 전동화 기술이 스포츠카의 본질을 훼손하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더 완벽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지 보여준다. 여기에 더욱 부드럽고 정교하며 일상에서도 합리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한층 진보한 포르쉐를 만날 수 있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