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8년부터 생산시설 자동화 추진..협력사까지 확대
-숙련공 기술 AI로 학습..자동차 넘어 로봇 사업 진출 가속
토요타가 인공지능(AI) 로봇을 앞세워 생산체계 전환에 나선다. 장기적으로 약 40만대의 로봇을 생산현장에 투입하고 연간 1조엔을 투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기존 생산설비를 자동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숙련공의 작업 기술을 AI로 구현해 생산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27일 파이낸셜타임스와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토요타는 2028년부터 공장 현대화와 로봇 도입에 연간 최대 1조엔을 투자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대상은 토요타 자체 공장을 비롯해 그룹 계열사와 주요 협력업체다. 약 60개 생산거점에 걸쳐 로봇 도입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도입을 검토하는 로봇 규모만 약 40만대다. 토요타 자체 생산시설에 약 15만대, 그룹 계열사와 협력업체에 약 25만대를 배치하는 구상이다. 여기에는 기존 산업용 로봇의 교체 물량과 신규 설비가 모두 포함된다. 기존의 용접 로봇 등 자동화 설비에 더해 사람처럼 움직이는 휴머노이드까지 그 범위를 넓혔다.
토요타는 이를 위해 최고생산책임자(CPO) 산하에 로봇 전담 조직을 마련하고 관련 기술 개발을 강화하고 있다. 자체 로봇 개발과 외부 기술 확보를 병행해 생산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로봇의 종류와 역할을 늘린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방향은 토요타의 공식 발표에서도 확인된다. 토요타는 지난 5월 발표한 2026회계연도 결산 설명회에서 로봇 기술을 활용한 사업구조 개편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현재 부품 운반과 선별 작업에 로봇을 실증 적용하고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공장 밖 의료기기 운반과 물품 선별 등으로 활용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주목할 부분은 숙련공의 작업 기술을 AI에 학습시키는 방식이다. 토요타는 작업자가 수행하는 복잡한 동작을 로봇이 학습하고 재현하도록 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기존 산업용 로봇이 사전에 입력한 동작을 반복하는 데 집중했다면, AI 로봇은 작업환경 변화에 대응하고 다양한 작업을 수행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토요타 선행연구센터는 지난 3월 강화학습을 활용한 휴머노이드 제어 기술도 공개했다. 가상환경에서 로봇이 반복적으로 움직임을 학습한 뒤 실제 로봇에 적용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보행과 농구공 드리블 등의 동작을 구현했으며, 향후 다양한 작업에 대응하는 범용 제어 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다.
자체 개발 중인 로봇 '엘리(ELEY)'도 이 같은 기술 개발의 연장선에 있다. 엘리는 바퀴로 이동하는 형태의 로봇으로 사람의 작업 동작을 학습해 물체를 집거나 옮기는 작업을 수행하도록 설계됐다. 생산현장에 적용할 경우 부품 취급과 물류 등 기존 자동화 설비가 대응하기 어려웠던 작업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토요타가 가진 강점은 방대한 생산현장이다. 세계 각지에서 축적한 작업 경험과 숙련공의 노하우를 AI 학습에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데이터를 표준화하고 여러 생산거점에서 공유할 수 있다면 공장별 생산성 격차를 줄이고 새로운 생산라인의 구축 속도를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로봇 기술을 새로운 사업으로 육성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FT에 따르면 토요타의 로봇 관련 분사 기업인 월든로보틱스는 지난 7월 3억 달러의 투자를 유치했으며 기업가치 11억 달러를 인정받았다. 이 회사가 개발한 범용 로봇은 이미 토요타의 북미 생산시설에서 활용되고 있다.
토요타가 로봇 투자를 확대하는 배경에는 생산인력 부족과 공장 노후화, 제조원가 경쟁 심화가 있다. 특히 중국 자동차 업체들이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기존 제조사들의 생산 효율 개선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다만, 토요타는 로봇을 사람의 일자리를 대체하는 수단보다는 생산현장에서 함께 일하는 협업 대상으로 정의하고 있다. 숙련공의 경험과 AI 기술을 결합해 기존 생산방식을 발전시키겠다는 의미다.
박홍준 기자 hj.park@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