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 청출어람을 꿈꾸는 중국 전기차..지커 7X

입력 2026년10월28일 06시20분 박홍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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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듦새와 고급감, 프리미엄 SUV 견줘
 -편안한 승차감, 정숙성과 안락함에 초첨
 -중국차의 새로운 도전, '가격' 벽 넘어설까

 

 청출어람(靑出於藍). 중국의 사상가 순자가 남긴 말로, 푸른색은 쪽풀에서 나오지만 쪽풀보다 더 푸르다는, 제자가 스승을 뛰어넘는다는 의미로 널리 쓰인다.

 

 최근 중국 자동차산업을 바라보면 이 말이 떠오른다. 오랫동안 세계 자동차산업의 변방에 머물렀던 중국은 이제 전기차를 앞세워 세계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 유럽의 기술을 베끼는데 급급하던 입장에서 이제는 이들과 당당하게 경쟁한다. 일부 분야에서는 오히려 기존 제조사들이 중국을 배우자는 모습까지 나타나는 형국이다. 

 


 

 지커는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 있는 브랜드다. 지리자동차그룹이 전개하는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로 볼보와 폴스타 등 유럽 브랜드와 기술적 자산을 공유한다. 중국의 자본과 제조 역량, 유럽의 자동차 개발 경험이 결합된 셈이다. 그렇다면 결과물은 어떨까. 

 

 ▲디자인&상품성
 지커 7X의 외관은 의외로 차분하다. 중국 전기차라고 하면 떠오르는 과감한 디자인이나 화려한 장식과는 거리가 있다. 볼보와 폴스타가 빚어지는 스웨덴 예테보리 디자인 스튜디오에서 완성한 외관은 간결한 선과 매끄러운 면을 중심으로 구성했다.

 

 전면부는 수평으로 이어지는 조명과 단정하게 다듬은 차체가 특징이다. 전기차 특유의 미래지향적인 분위기를 갖추면서도 지나치게 낯선 인상을 주지는 않는다. 측면은 짧은 오버행과 긴 휠베이스를 강조했다. 완만하게 낮아지는 지붕선도 눈에 띈다. 후면부 역시 좌우로 길게 이어지는 테일램프를 중심으로 간결하게 마무리했다.

 



 

 차체 크기는 전장 4,800㎜, 전폭 1,920㎜, 전고 1,650㎜다. 제네시스 GV70과 유사한 덩치의 중형 SUV에 해당하지만 휠베이스는 2,900㎜에 달해 전기차 전용 플랫폼의 장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모습이다.

 

 실내에서는 외관보다 더 많은 것을 보여준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소재와 마감 수준이다. 나파가죽 시트를 비롯해 실내 곳곳에 사용한 소재의 질감이 좋다. 조립 품질이나 마감에서도 상당한 공을 들였다는 인상을 받았다.

 

 단순히 장비를 많이 넣었다는 이야기와는 다르다. 아무리 화려한 기능을 갖췄더라도 소재의 질감이나 마감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고급차다운 분위기를 만들기 어렵다. 지커 7X는 적어도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는 영역에서는 상당한 수준에 도달했다.

 



 

 편의품목도 풍부하다. 시승차에는 냉온장고와 나파가죽 시트, 선쉐이드 등이 마련돼 있었다. 플래그십 세단에서 이제야 막 적용되기 시작한 오토도어 덕분에 문을 여닫기가 편리하고, 헤드램프 속 주간주행등 형상은 운전자의 취향에 따라 다양한 모양으로 바꿀 수도 있다.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는 것 만은 분명하다. 

 

 공간 활용성은 만족스럽다. 2열 시트는 전동 리클라이닝 기능을 지원해 보다 편안한 자세를 연출할 수 있고 그 하단에는 침대 밑 수납장같은 별도의 러기지를 마련했다. 레그룸은 앞좌석 운전자가 편히 앉아도 주먹 한개 반 정도가 나올만큼 여유롭고 트렁크 용량도 539ℓ에 달한다. 

 

 과한 부분도 있다. B필러에 자리잡은 카메라는 어딘가 부담스럽다. 2열 탑승객의 상황을 1열에서도 확인할 수 있게 하기 위한 목적이지만 필요 이상으로 눈에 띈다. 그리 새로운 기능도 아니고 자랑할만한 게 아닌데 꽤나 큼지막하게 자리잡아 다소 의아하게 느껴진다. 

 


 

 뿐만 아니다. 윈도우 스위치는 아래로 내리면 올라가고, 위로 올리면 내려간다. 반대로 만들어진게 아닐까. 2열 열선 조차 앞좌석 모니터를 통해 조작해야 하는 것도 어딘가 이해하기 힘들다. 

 

 ▲성능
 시승차는 후륜구동 방식의 7X 맥스다. 100㎾h 용량의 NCM 배터리를 탑재했으며 최고출력 421마력, 최대토크 45㎏·m를 발휘한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가속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6초, 국내 인증 기준 1회 충전 주행거리는 483㎞다.

 

 주행 감각은 전반적으로 편안함에 초점을 맞췄다. 가속 성능을 과시하거나 운전자에게 강한 자극을 전달하기보다 부드럽고 안락한 이동 경험을 제공하는 데 집중한 모습이다. 특히 시내 주행에서는 이러한 성격이 장점으로 작용한다. 정숙성이 좋고 승차감도 부드럽다. 일상적으로 마주하는 노면의 충격을 비교적 편안하게 받아낸다. 차체가 탑승자를 감싸고 부드럽게 움직이는 느낌이 강하다.

 


 

 같은 SEA 플랫폼을 사용하는 폴스타 4와 비교하면 차이가 더욱 뚜렷하다. 폴스타 4가 상대적으로 역동적인 주행 감각에 무게를 뒀다면 지커 7X는 안락함에 조금 더 치중했다. 다만 이러한 설정이 모든 상황에서 장점으로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7X는 전반적으로 부드러운 승차감을 제공하는 대신 미세한 차체 움직임을 조금 더 허용하는 편이다. 시내에서는 이러한 특성이 편안하게 느껴지지만 속도가 높아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노면의 잔진동과 차체의 움직임이 이어지면서 탑승자에 따라서는 다소 어지럽거나 멀미를 느낄 가능성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아쉬웠던 부분은 후륜 서스펜션의 움직임이다. 과속방지턱을 빠르게 통과할 때 뒷바퀴가 노면으로 떨어지는 과정이 매끄럽지 못했다. 차체가 충격을 흡수한 뒤 뒷바퀴가 다시 노면을 짚는 순간, 이따금 '꽝' 하고 떨어지는 듯한 충격이 전달됐다.

 


 

 단순히 서스펜션이 단단하거나 부드럽다는 문제는 아니다. 충격을 받아들이고 차체의 움직임을 정리하는 과정이 조금 더 정교했으면 하는 아쉬움이다. 평탄한 도로에서는 만족스러운 승차감을 제공하지만 큰 요철을 빠르게 통과하는 상황에서는 완성도의 차이가 드러났다.

 

 물론 에어서스펜션이 적용된 버전이라면 평가가 달라질 여지는 있다. 다만 이번에 시승한 맥스 트림을 기준으로는 부드러움과 차체 제어 사이의 균형을 조금 더 다듬을 필요가 있어 보였다.

 

 그렇다고 주행 완성도가 떨어진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정숙성과 일상적인 승차감은 충분히 만족스러운 수준이다. 특히 도심에서 편안하게 이동하는 용도라면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다만 고속 주행이나 큰 요철을 지날 때의 움직임에서는 취향이 갈릴 가능성이 있다.

 

 충전 성능은 강점이다. 800V 고전압 시스템을 바탕으로 글로벌 사양 기준 최대 360㎾의 초고속 충전을 지원한다. 제조사에 따르면 최적의 조건에서 배터리 잔량을 10%에서 80%까지 충전하는 데 약 16분이 걸린다. 실제 충전 성능은 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수치만 놓고 보면 경쟁력이 있다.

 


 

 ▲총평
 지커 7X의만듦새와 고급감은 기대 이상이었다. 그렇다고 모든 부분에서 완성도가 높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일부 이해하기 어려운 기능들, 그리고 고급스러운 실내와 부드러운 승차감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주행 감각의 세밀한 차이가 남아 있었다. 오랜 시간 자동차를 만들어 온 제조사들이 축적한 경험의 중요성을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부분이기도 하다. 

 

 다시 청출어람이라는 말로 돌아가 보자. 중국 자동차산업은 오랫동안 세계적인 제조사들의 기술을 배우고 흡수해 왔다. 이제는 이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있다. 지커 7X도 그중 하나다. 하지만 쪽풀에서 푸른색을 얻었다고 해서 반드시 원래의 쪽풀보다 더 푸른 것은 아니다. 그 색이 얼마나 깊고 선명한지는 조금 더 지켜볼 일이다. 

 

 확실한건 있다. 이제 스승들이 제자의 성장을 신경 써야 할 시점이 왔다는 사실이다.

 

 시승한 지커 7X RWD 맥스 트림의 가격은 5,990만원, 시승차에 포함된 편의 품목(스타게이트, 오토도어, 나파가죽시트, 냉온장고, 2열 전동 선쉐이드)을 더한 가격은 6,699만원이다. 

 

 박홍준 기자 hj.park@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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