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 문짝도 부드럽게 개폐”, 세계 최초 ‘GV90’ 네오룬 아치 게이트

입력 2026년10월29일 08시43분 김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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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필러 없앤 혁신적인 구조
 -차체 강성과 충돌 안전성 확보
 -혁신 기술 집약한 듀얼 모션 힌지

 

 제네시스가 초대형 플래그십 전동화 SUV GV90에 세계 최초의 독립 개폐형 히든 B필러 코치 도어 기술을 구현하며 차체 설계 역량을 입증했다. 단순히 새로운 방식의 문을 여는 데 그치지 않고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면서 안전성과 완성도까지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기존 자동차 기술에서 해법을 찾기 어려웠던 문제를 다른 산업의 정밀 기계 기술로 해결하는 등 개발 과정 곳곳에서 제네시스의 기술적 자신감이 드러났다.

 



 

 제네시스는 지난 28일 인천 영종도 인스파이어 엔터테인먼트 리조트에서 'GV90 테크 데이'를 열고 네오룬 아치 게이트의 핵심 기술과 개발 과정을 공개했다. 이날 소개한 기술은 도어 힌지부터 잠금장치, 장애물 감지 센서, 차체 구조까지 전 영역에 걸쳐 있다. 세계 최초라는 상징성에 머무르지 않고 실제 사용 과정에서의 편의성과 감성 품질, 충돌 안전성까지 고려해 완성도를 높인 것이 특징이다.

 

 개발의 출발점은 B필러를 없애는 것이었다. 앞뒤 좌석 사이에 위치한 B필러는 차체 강성과 충돌 안전성을 확보하는 핵심 구조물이지만 실내 개방감을 제한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제네시스는 혁신적인 실내 공간을 구현하기 위해 이를 과감하게 없애기로 결정했다. 다만 도어 개폐 방식에서는 적지 않은 고민이 뒤따랐다.

 

 당초 검토한 방식은 슬라이딩 도어였다. 구조적으로 접근하기 쉬운 방법이지만 제네시스가 지향하는 럭셔리 플래그십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있다는 판단이었다. 결국 앞뒤 도어가 마주 보며 열리는 스윙 방식의 코치 도어를 선택했다. 기술적 난도가 훨씬 높았지만 승하차 경험과 시각적 완성도를 모두 고려한 결정이었다.

 

 가장 큰 난관은 힌지였다. 일반적인 자동차에 사용하는 구즈넥 힌지를 적용하면 도어를 열기 위한 구조물이 실내 깊숙이 들어오게 된다. 자연스럽게 공간이 줄어들고 승하차 경험도 저하될 수밖에 없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제네시스는 도어를 바깥쪽으로 밀어낸 뒤 회전시키는 새로운 방식의 '듀얼 모션 힌지'를 개발했다.

 



 

 말 그대로 슬라이딩과 스윙이라는 두 가지 움직임을 하나의 힌지 구조에 담은 기술이다. 문제는 참고할 만한 선행 사례가 없었다는 점이다. 자동차 업계에서 유사한 구조를 찾기 어려웠던 개발진은 대학 기구학 교재를 다시 살펴보고 가구 박람회까지 찾아다니며 해결책을 모색했다.

 

 결정적인 해법은 자동차가 아닌 산업용 기계에서 찾았다. 공작기계와 산업용 로봇 등에 사용하는 '리니어 모션(LM) 가이드'를 힌지에 적용한 것이다. 약 500개의 볼 베어링이 하중을 지지하는 정밀 구조를 활용해 무게가 70㎏에 달하는 리어 도어를 안정적이면서도 부드럽게 움직이도록 했다.

 

 제네시스클로저설계팀 남진우 파트장은 "스윙과 슬라이딩을 하나로 묶어 자동으로 구현한 사례가 없어 대학교 기구학 교재를 다시 펴 보고 가구 박람회까지 찾아갔다"며 "결정적인 힌트는 자동차 밖에서 찾았다"고 설명했다.

 

 디자인 완성도 역시 놓치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자동차 도어 힌지는 외부에서 잘 보이지 않는 곳에 자리하지만 듀얼 모션 힌지는 구조상 눈에 띄는 위치에 배치된다. 이에 따라 기계적 기능뿐 아니라 외부에 드러나는 형태와 마감에도 공을 들였다. 나아가 힌지의 디자인 요소를 충전구에도 반영해 차량 전체의 디자인 통일성을 높였다.

 

 힌지만 특별한 것은 아니다. B필러가 사라지면서 기존과 다른 잠금 구조도 필요했다. 제네시스는 도어 상단과 하단에 각각 래치를 배치하고 두 장치를 동시에 제어하는 '멀티 릴리즈 컨트롤러'를 개발했다. 여기에 도어를 닫을 때 상하단 래치를 동시에 당겨 잠그는 '듀얼 신칭 소프트 클로징' 기술까지 세계 최초로 구현했다.

 





 

 어퍼 래치와 스토퍼, 로워 래치, 신칭 액추에이터, 후방 래치 등 세부 부품도 새롭게 설계했다. 각각의 장치는 눈에 잘 띄지 않지만 무거운 도어가 정확하게 맞물리고 자연스럽게 닫히도록 하는 핵심 요소다. 특히, 도어가 닫히는 마지막 순간까지 부드럽고 정교한 움직임을 구현해 플래그십에 걸맞은 감성 품질을 확보하는 데 집중했다.

 

 장애물 감지 기술에서도 차별화를 시도했다. 일반적인 초음파 센서 대신 레이더 센서를 도어 하단 크롬 가니시 내부에 숨겼다. 외관에 센서가 노출되는 것을 막아 디자인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선택이다. 하지만 크롬 도금층은 레이더 전파를 차단한다는 문제가 있었다.

 

 이를 해결한 기술이 '크롬 크랙'이다. 크롬 도금층에 육안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미세한 균열을 인위적으로 형성해 레이더 전파가 통과할 수 있도록 했다. 매끄러운 크롬 외관을 유지하면서도 도어 주변 장애물을 감지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기술적 해법을 찾아낸 사례다.

 

 무엇보다 주목할 부분은 안전성이다. 일반적으로 B필러를 제거하면 차체 강성과 측면 충돌 안전성 확보에 불리할 수밖에 없다. 특히, 차체가 큰 초대형 SUV에서는 전복 사고 시 지붕을 지탱하는 능력과 측면 충돌에 대한 대응이 더욱 중요하다. 제네시스는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차체 골격부터 새롭게 설계했다.

 

 핵심은 '히든 롤케이지' 구조다. B필러가 사라진 도어 개구부 주변을 하나의 고리처럼 연결하고 A필러부터 루프까지 이어지는 골격 내부에 길이 2.5m의 고강도 스틸 튜브를 삽입했다. 튜브와 필러가 만나는 부분에는 구조용 폼을 채워 결합 강성도 높였다.

 



 

 도어 자체에도 B필러의 역할을 대신하는 초고강도 듀얼 스틸 빔을 적용했다. 여기에 상하단 래치 체결부를 보강해 도어가 닫히면 차체와 함께 하중을 지지하도록 설계했다. B필러가 담당하던 역할을 차체와 도어 내부에 분산시킨 셈이다.

 

 성과는 시험 결과로 확인됐다. 제네시스에 따르면 GV90 네오룬은 전복 상황을 가정해 지붕을 위에서 누르는 자체 시험에서 14톤포스 이상의 하중을 견뎠다. 회사는 글로벌 양산차 가운데 최상위 수준의 천장 강도라고 설명했다. 고정식 B필러가 없더라도 높은 차체 강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을 수치로 보여준 것이다.

 

 측면 충돌 안전성도 검증했다. 시속 60㎞의 측면 직각 충돌 자체 시험에서 차체 측면이 밀려 들어온 이후에도 최소 320㎜의 탑승객 생존 공간을 확보했다. 도어 내부의 스틸 빔은 충격 에너지를 분산하고 하단 래치와 맞물리는 스트라이커는 파손 대신 변형을 유도해 충돌 과정에서 도어가 열리지 않도록 설계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기술 공개가 제네시스의 플래그십 개발 방향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화려한 디자인이나 편의 기능을 추가하는 수준을 넘어 차의 기본 구조까지 새롭게 설계하며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어서다. 네오룬 아치 게이트는 세계 최초라는 수식어를 넘어 제네시스가 지향하는 기술적 완성도와 자신감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결과물로 평가할 만하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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