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초 가속·공중부양에 가려진 기술의 본질
-자동차의 미래, 강력한 힘보다 정교한 통제에 있다
테슬라 로드스터에 사람들이 열광한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에 도달하는 데 1초도 걸리지 않고, 심지어 지면에서 떠오를 수도 있다. 가히 자동차 역사에 남을 만한 사건이다.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다. '그래서 어디에 쓸 것인가' 라는 의문이 따르는 이 기술. 과연 그렇게 놀라운 일일까.
주목할 부분은 따로 있다고 생각한다. 자동차의 움직임을 제어하는 테슬라의 기술적 역량이다. 이게 어디까지 확장되고 있는지를 읽어야 한다. 화려한 성능에 가려진 기술적 함의가 더 중요하다는 뜻이다.
자동차의 움직임을 제어하는 일은 생각보다 복잡하다. 운전자가 가속페달을 밟으면 엔진이나 모터가 동력을 만들어낸다. 바퀴는 이를 노면에 전달하고 차체는 앞으로 나아간다. 이 과정에서 전자제어장치들은 끊임없이 개입한다. 바퀴가 헛돌지 않도록 구동력을 조절하고, 차가 미끄러지면 제동력을 배분한다.
그런데 추진체를 이용해 차를 움직인다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바퀴는 노면과의 마찰을 이용한다. 반면 추진체는 힘을 분사하는 방향과 크기에 따라 차체에 직접적인 운동을 만들어낸다. 앞뒤로 움직이는 것뿐만 아니라 차체의 자세를 바꾸거나 특정 방향으로 힘을 가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론적으로는 타이어의 접지력에 의존하던 자동차의 운동 영역을 넘어설 수 있다.
그만큼 제어는 어려워진다. 추진력의 크기와 방향, 차체의 무게중심, 순간적인 자세 변화까지 종합적으로 계산해야 한다. 여러 추진장치를 동시에 사용한다면 각각의 출력을 정교하게 조율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단순히 강력한 추진장치를 장착했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여기서 테슬라의 로드스터가 흥미로워진다. 일론 머스크가 예고한 로드스터의 추진장치 구상은 스페이스X의 기술과 맞닿아 있다. 고압가스를 이용한 추진장치를 자동차에 적용하겠다는 발상이다.
아직 실제 양산차에서 이러한 기술이 어느 수준까지 구현될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구상 자체가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서로 다른 구동장치들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하고, 원하는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제어 기술이다.
생각해보면 스페이스X의 로켓도 비슷한 문제를 해결해 왔다. 거대한 로켓을 우주로 발사하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은 이를 원하는 위치에 정확히 착륙시키는 것이다. 추진력을 줄이고, 자세를 바로잡고, 끊임없이 변하는 위치와 속도에 대응해야 한다. 강력한 엔진은 그 과정에 필요한 수단일 뿐이다. 결국 핵심은 추진력을 얼마나 정교하게 통제할 수 있느냐다.
물론 로켓의 추력 제어와 자동차의 주행 제어를 동일한 기술로 볼 수는 없다. 작동 환경도 다르고 요구되는 안전성도 다르다. 다만 복수의 구동장치를 실시간으로 조율해 목표한 운동을 구현한다는 제어공학적 관점에서는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그렇다고 당장 미래의 자동차들이 추진장치를 달고 도로를 달릴 것이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소음과 안전성, 에너지 효율, 법규 등 현실적인 장벽은 높다. 극단적인 성능을 구현하는 기술이 곧바로 대중적인 상품성을 갖추는 것도 아니다. 무엇보다 테슬라는 아직 테슬라는 이러한 능력을 양산차 수준에서 입증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로드스터가 던지는 질문은 유효하다. 자동차 회사의 기술력을 평가하는 기준이 여전히 최고출력과 최고속도에 머물러 있어도 되는가 하는 문제다.
이제 전기차 시장에서는 수백 마력을 넘어 1,000마력을 내는 차가 제법 흔해졌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3초 이내에 도달하는 차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숫자의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지만 그 숫자가 자동차의 기술적 완성도를 온전히 설명하지는 못한다.
오히려 앞으로 중요한 것은 그 힘을 얼마나 정확하게 사용하느냐다. 노면 상황에 맞춰 구동력을 조절하고, 차체의 움직임을 예측하며, 운전자가 원하는 반응을 만들어내는 능력이다. 더 나아가 여러 구동장치가 하나의 유기체처럼 작동하도록 만드는 통합 제어 역량이다.
전기차는 이미 자동차의 제어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았다. 내연기관차와 달리 모터의 토크를 빠르고 정밀하게 조절할 수 있다. 그리고 테슬라는 이 모든걸 자율주행에 가까운, 감독형 FSD라는 시스템으로까지 구현해냈다.
과거 자동차 개발에서 중요한 과제가 기계장치의 성능을 높이는 것이었다면 이제는 여러 장치를 얼마나 유기적으로 제어하느냐가 경쟁력을 좌우한다. 그리고 이 말은 자동차 업체들이 앞다퉈 말하고 있는 소프트웨어 경쟁력까지 귀결된다. 소위 SDV라는 게 단순히 내비게이션 화면의 배경만 바꾸는 데 그쳐서는 안되는 이유다.
자동차 역사에서 혁신은 언제나 가장 화려한 장면에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사람들이 더 빠른 속도에 환호할 때, 정작 산업을 바꾼 것은 그 속도를 안전하고 정교하게 다룰 수 있게 만든 기술인 경우가 많았다.
로드스터가 실제로 하늘을 날 수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설령 가능하더라도 그것이 자동차의 미래를 곧바로 바꿀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중요한 것은 차가 공중에 떠오르는 장면이 아니다. 그 순간 차의 움직임을 누가, 어떻게, 얼마나 정교하게 통제하고 있느냐다. 로드스터를 바라보며 우리가 읽어야 할 행간은 바로 여기에 있다.
박홍준 기자 hj.park@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