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바퀴 달린 스마트폰, 그 안에서 돈은 누가 버나

입력 2026년11월02일 13시09분 김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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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이 ‘휴대하는 스마트폰 vs 실려 가는 스마트카’

 

 이동의 관점에서 인류의 삶은 단순하다. 이동하거나 혹은 이동하지 않거나 둘 중 하나다. 스마트폰이 이동하지 않는 공간, 즉 집과 사무실을 장악한 지는 이미 오래다. 따라서 빅테크와 글로벌 완성차 기업(OEM)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나머지 절반의 시공간, 바로 ‘이동하는 순간’으로 향하는 중이다. 이동이 진행될 때 머무는 공간에서 누가 소비자의 지출을 주도할 것이냐의 경쟁이다.

 
 

 자동차 기업들의 미래 고민은 명확하다. ‘인간이 운전대에서 손을 떼는 순간, 그 움직이는 공간에서 누가, 어떻게 돈을 벌 것인가?’이다. 지금까지 이동하는 인류는 운전석에 앉아 너무나 당연하게 스마트폰을 자동차와 연결했다. 이른바 ‘미러링(Apple CarPlay, Android Auto)’이다. 편리한 내비게이션을 띄우고 평소 듣던 음악 스트리밍 앱을 켠다. 소비자에게는 익숙하고 쾌적한 사용자 경험(UX)이지만 자동차 회사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 장면은 사뭇 공포스럽다. 자동차라는 거대하고 비싼 하드웨어 공간을 제공한 것은 자신들인데 정작 그 안에서 소비자가 지갑을 열어 결제하는 돈(콘텐츠 구독료, 광고 수익 등)은 고스란히 애플과 구글 같은 빅테크 기업의 주머니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실제 스마트폰 기업들은 자동차를 자신들의 생태계를 확장할 '움직이는 모니터' 정도로 종속시키려 한다. 하지만 최근 완성차 기업들이 이 거대한 흐름에 강한 제동을 걸기 시작했다. 주행 데이터, 배터리 상태, 차량 제어 데이터는 여전히 완성차 업체의 독점 영역이지만 운전자 이동 경로와 미디어 소비 습관 같은 ‘디지털 라이프 데이터’마저 넘겨준다면 이른바 공간 지배력을 가질 수 없어서다. 과거 PC 시장의 최강자였으나 하드웨어 껍데기만 남았던 IBM, 혹은 스마트폰 초기 제조사로 전락한 대만의 HTC처럼 빅테크의 하청기지로 전락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완성차 업계를 뒤흔든다. 

 

 실제로 미국 GM은 신형 전기차에서 스마트폰 미러링 서비스를 전면 중단하겠다는 초강수를 던졌다. 표면적인 이유는 ‘운전자 주의 분산 방지와 안전’이지만 이면의 진짜 목적은 ‘데이터 주도권 확보’와 ‘독자적인 디지털 생태계 구축’이다. 차량 제어와 인포테인먼트를 하나로 묶은 자체 OS를 통해 차 안에 머무는 소비자에게 “음악이나 영화를 볼 때는 자동차 내 전용 앱에 가입하라”고 제안할 수 있는 판을 깔겠다는 전략이다. 테슬라 또한 GM처럼 독자 노선을 걷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반면 아직 소프트웨어 역량이 부족한 기업들은 소비자 이탈을 막기 위해 미러링을 지원하면서도 점진적으로 자체 OS로 전환하는 하이브리드 전략으로 타협하고 있다.

 

 당연히 처음에는 소비자들이 반발한다. 이미 스마트폰의 직관적인 UX와 동기화에 중독(?)된 탓이다. 만약 자동차 회사가 내놓은 자체 OS가 폰보다 느리고 조작이 불편하다면 시장의 외면을 받을 것은 불 보듯 뻔하다. 그럼에도 자동차 기업들이 미러링을 모두 차단한다면 이동하는 공간을 두고 펼쳐지는 경쟁은 ‘공간 전쟁’으로 여겨질 정도로 치열하게 펼쳐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향후 이 거대한 패권 경쟁의 승자는 인간의 ‘귀찮음’을 완벽하게 해결하는 쪽이 될 수밖에 없다. 매번 스마트폰을 차에 연결하는 번거로운 행위보다 ‘그냥 내 차의 시스템을 그대로 쓰는 것’이 인간의 이동 피로를 줄이는 데 훨씬 유용하다는 점을 직관적으로 증명하는 기업이 승기를 잡는다. 이동하는 공간을 지배하려는 자와 빼앗기지 않으려는 자의 소리 없는 전쟁, 바퀴 달린 스마트폰(SDV)의 진정한 막이 오른 셈이다. 

 

 권용주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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