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헌이 탔던 그 차"
놀이공원 주차장에 차를 세우는 순간 젊은이들이 차를 둘러싸며 내뱉는 말이다. 차 이름은 몰라도 드라마 "올인"의 주인공 이병헌이 탔던 차인 줄은 안다. 차는 그대로이지만 차에 탄 사람은 이병헌이 아니다. 물론 옆자리에는 송혜교도 없다. 이 차를 타면 이병헌이나 송혜처럼 멋있어 보일까. 정식 발표도 하기 전에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버린 아우디 A8이 오늘의 시승 주인공이다.
▲디자인
아우디의 디자인에 대한 평가는 사람에 따라 엇갈린다. 무난하고 튀어보이지 않아 좋다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너무 개성이 없어 싫다는 이들도 있다. 소비자들은 일반적으로 자신의 차를 선택할 때는 의외로 보수적이 된다. 너무 튀어보이는 차, 남의 이목에 쉽게 노출되는 차는 피하고 무난한 차를 찾는 경향이 강하다. 남이 그런 차를 타는 건 보기 좋으나 정작 내가 탈 차는 안그런 차를 찾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아우디의 모델들은 실제 소비자들에게 호감을 줄 만하다. 아우디 엠블럼을 떼어내면 수입차인 지도 모를 지경이라고 하는 이도 있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디자인이란 바로 A8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 차는 정통 세단 스타일의 기본을 잘 구현해내고 있다. 럭셔리 세단이라고 하기엔 소박하기까지하다. 깔끔하단 것 말고는 더 이상 다른 말이 필요없다. 구형보다 휠베이스는 62㎜가 늘어 주행안정성을 더 배려했고 오버행은 짧아졌다.
속을 들여다보면 단순한 겉모양과 달리 재미있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실내로 들어가보자. 도어가 잠겨 있지만 도어 그립을 잡고 당기면 그냥 열린다. 고장이 아니다. 키를 몸에 지니고 있으면 차가 스스로 차 주인임을 알고 이런 조치를 취한다. 키가 없는 사람은 당연히 문을 열 수 없다.
키를 돌리면 대시보드에 숨겨져 있던 모니터가 스르르 나타난다. 멀티미디어 인터페이스(MMI)시스템과 연계해 라디오, TV, 내비게이션 등을 작동시킬 수 있다. CD를 듣거나 전화를 걸 수 있고 차의 서스펜션을 통해 차 높이를 조절할 수도 있다.
MMI는 BMW 뉴 7시리즈의 i드라이브와 비슷한 기능을 갖췄다. 조그셔틀같은 버튼으로 차의 여러 부분을 컨트롤한다. 많은 기능을 MMI에 집중시켜 센터페시아에는 모니터와 몇 개의 버튼 말고는 별다른 장치가 없다. 운전자의 시선을 분산시킬 위험이 그 만큼 줄어든 셈이다. 그러나 운전 초기에는 자꾸 MMI 버튼으로 시선이 내려간다. 충족시켜야 할 호기심이 너무 많은 탓이다. 물론 조작법에 대한 의문이 풀리고 적응이 되면 시선을 뺏길 일은 거의 없을 것 같다. 일부 주요 기능은 핸들을 잡은 채로도 조작할 수 있다.
양산차에는 처음으로 지문을 인식해 시트를 자동조절하는 기능이 있다. 사이드 브레이크도 버튼으로 작동, 해제시킨다. 전자식으로 작동되는 사이드 브레이크는 오르막에 정차중일 때 브레이크를 밟지 않아도 차가 밀리지 않게 해준다. 풍부한 인간의 상상력을 잘 구현해내고 있는 차다.
트렁크 공간은 무려 500ℓ에 달한다. 무난하고 평범한 겉모양은 만만치 않은 첨단 기능과 뛰어난 성능을 그 안에 품고 있는 것이다.
▲성능
A8은 무거움과 가벼움이 조화를 잘 이루고 있다. 밖에서 볼 때와 달리 A8은 실내에서 차의 무게를 느낄 수 있다. 짙은 호도나무로 대시보드와 센터페시아의 주요 부분을 마감했고 시트는 질좋은 가죽으로 만들었다. 이런 고급스러운 무게감은 차에 앉는 순간 묵직함으로 다가온다.
움직임까지 무겁지는 않다. 3.7ℓ 280마력. 차체무게가 1,770kg이면 1마력이 6.3kg을 감당하는 셈이다. 마력당 무게비가 이 정도 수준이면 거의 스포츠카와 다름이 없다. 대형 승용차이면서도 차 무게를 이 정도로 낮출 수 있었던 건 알루미늄 스페이스 프레임 등 각 부분에 경량 소재를 채택했기 때문이다.
몸이 가벼워진 만큼 실제 주행중에 나타나는 파워는 기대 이상이다. 가속페달을 밟았다하면 금세 시속 150km에 가까워진다. 덩치 큰 차가 이 처럼 기민하게 움직이는 게 신기할 정도다. 정지 후 시속 100km 도달시간은 7.3초. 경쾌한 움직임은 시속 200km를 넘기는 고속에서는 다시 묵직한 안정감을 주며 고속에서의 상대적인 불안감을 덜어준다.
다이내믹 변속프로그램과 6단 팁트로닉, 콰트로시스템, 에어 서스펜션 등은 이 차의 주행특성과 성능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들이다. 변속기를 수동으로 위치시키고 핸들 뒤편에 있는 버튼으로 변속하며 달리는 맛은 일품이다. 마치 F1 드라이버가 된 듯한 기분을 낼 수 있다. 잦은 변속에도 정확하고 빠르게 반응한다.
콰트로시스템과 에어 서스펜션은 주행특성, 특히 코너링에서 탁월한 안정성을 보인다. 4륜구동이어서 코너에서의 한계속도가 높은 데다 에어 서스펜션으로 차 높이를 50㎜ 정도 낮출 수 있어 더욱 안정되고 빠른 속도로 코너를 돌아나갈 수 있는 조건을 갖췄다.
운전에 자신이 없다 해도 스티어링 휠만 제대로 잡고 조작하면 조종능력을 조금 넘어선 속도라도 크게 걱정할 일은 없다. 전자식 주행안정화시스템(ESP)이 네 바퀴에 최적의 구동력을 전달하고 조정하며 차가 스핀하거나 위급상황에 빠지는 걸 막아준다. 차가 미끄러지는 맛을 느끼며 다이내믹하고 스릴 넘치는 주행을 즐기고 싶다면 버튼을 눌러 ESP 작동을 멈추면 된다. 권할 일은 아니다.
▲경제성
A8은 3.7과 4.2 두 모델이 있다. 아우디 수입업체인 고진모터임포트는 우선 3.7을 시장에 내놓은 뒤 올 가을에 4.2를 추가로 투입할 예정이다. 대견한 건 A8이 일본에 앞서 한국에서 아시아시장 데뷔를 한다는 사실이다.
A8 3.7 콰트로는 차값이 1억2,800만원이다. 연비는 6.8㎞/ℓ. 배기량과 상시 4륜구동 방식임을 감안하면 그리 나쁜 연비가 아니다. 경량화에서 오는 효과로 봐야 한다. 만만치 않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A8은 경제성에서도 경쟁력이 있는 편이다. 경쟁차종으로 꼽을 수 있는 벤츠 S350은 1억4,300만원이다. 브랜드와 가격 중 어느 걸 중시하는가에 따라 선택은 달라질 것이다. 럭셔리 세단임을 고려하면 쉽지 않은 일일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키를 반납했다.
오종훈 기자
ojh@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