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능은 업, 체중은 다운된 재규어 뉴 XJ

입력 2003년08월12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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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규어를 보면 실크햇에 연미복을 입고 달라붙는 바지에 무릎께까지 올라온 구두 혹은 장화에, 지팡이를 옆에 낀 `영국신사"가 생각난다. 조니 워커같은 영국신사의 이미지가 그 것이다. 재규어차들이 클래식한 디자인을 갖춘 데다 영국차라는 이미지가 강한 데서 오는 반사작용에 가까운 연상이다.


한 때 잘 나가던 이 영국신사는 그러나 이제는 과거의 대영제국을 그리워하며 포드 가문에 세들어사는 신세다. 어쩌면 재규어는 셋방살이를 하며 대영제국의 영광을 그리워하며 그 부활을 꿈꾸고 있을 지 모른다. 권토중래를 꿈꾸며 만들었을 뉴 XJ가 오늘의 주인공이다. 시승차는 V6 3.0이다.


▲디자인
아우디의 디자인이 평범에 가깝다면 재규어의 디자인은 그 정반대에 위치한다. 어둠 속에서 차의 실루엣만으로도 자신의 정체를 쉽게 알 수 있을 정도다. 그 만큼 강한 개성을 가진 재규어다. 고전적인 디자인은 매우 훌륭하게 현대적으로 재해석됐다. 좌우로 두 개씩 네 개의 램프와 그 램프에서 보닛으로 이어지는 볼륨감있는 곡면구성은 재규어의 트레이드 마크다.


그 보닛 위에 자리잡은 달리는 재규어 엠블럼은 이 차의 정체를 간결하게 밝히는 마침표같은 존재다. 뒷모양은 깔끔함 그 자체다. 기교나 장식을 배제하고, 있을 것만 있게한 간결함이 편하다. 재규어의 매력은 조화에 있다. 고전과 현대, 품격과 단촐함. 서로 어울리기 힘든 요소들이지만 재규어 안에서 이런 점들은 훌륭하고 세련되게 조화를 이룬다.


실내에 앉으면 편하다. 최고급 가죽시트가 몸을 받쳐주고 계기판도 단순해서 보기 편하다. 센터페시아는 재규어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오디오 장치와 공조스위치는 최고급 인테리어와는 잘 어울리지 않는다. 잘 차려 입은 귀족의 구멍난 호주머니를 보는 듯 민망하다.


▲성능
이 차의 가장 큰 특징은 알루미늄 모노코크 보디다. 차체를 두드려 보면 철판으로 만든 보디와는 다르다는 걸 쉽게 알 수 있다. 이전 모델보다 강도는 60%나 높아졌고 무게는 40% 낮췄다는 게 메이커측 설명이다. 이전 XJ보다 200kg이나 감량됐고 타사의 경쟁모델들보다도 훨씬 가볍다. 무게를 줄이는 것만으로도 차의 성능은 향상된다. 같은 힘이지만 무게에 따라 그 효율이 달라져서다. 재규어는 이를 통해 엄청난 성능개선효과를 거뒀다.


이 차는 듣는 즐거움이 있다. 가속 페달을 꾹 밟으면 폭발하듯 터지는 엔진 사운드가 귀에 착착 감긴다. 소리나는 걸 억지로 감추려는 게 아니라 발생하는 소리를 잘 튜닝해서 듣기 좋게 만들었다. 엔진 소리를 없애야 할 대상이 아니라 즐길 수 있는 요소로 본 것이다. 가속하는 순간만큼은 스포츠카 저리가라할 정도로 매력이 넘친다.


시속 140㎞에서도 고속이라는 느낌은 거의 들지 않는다. 차의 거동이 그 만큼 안정적이라는 말이다. 당연히 핸들을 잡은 운전자도 편안하다. 시속 200㎞를 넘보는 상황에서 핸들을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가지만 차가 노면에 가라앉는 느낌을 받는다. 덩치가 커서 좁은 길을 가거나 주차장에서 조금 부담스러운 면은 있다. 하지만 탁 트인 길에서의 경쾌한 움직임은 달리는 즐거움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이 차의 매력 중 하나는 변속레버. 6단 자동변속기의 변속게이트는 J자 형태로 레버가 움직이는 독특한 방식이다. 특히 변속레버가 짧아 마치 수동변속기처럼 변속하는 손맛을 느낄 수 있다.


6단 자동변속기는 힘을 효과적으로 운용해준다. 가속할 때 가끔은 변속시점이 조금 빠르고 그에 따라 가속력이 효과적으로 이어지지 못한다는 생각이 든다. 에어 서스펜션이 장착됐고 첨단 기술이 적용된 브레이크 시스템이 있어 운전자를 효과적으로 보조한다.


한결 가벼워진 몸으로 탁월한 주행성능을 갖춘 럭셔리 세단으로 이 차를 정의할 수 있겠다. 개성이 강한 만큼 이 차에 대한 호, 불호의 판단도 소비자에 따라 극명하게 달라지지 않을까 싶다. 실제 시승하는 동안 함께 차에 탔던 몇 사람의 반응이 그랬다.


▲경제성
럭셔리 세단에서 경제성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조금은 경제적이지 않아도 고급스럽고 편안하게 차를 만들 수 있다면 그래야 한다. 그렇다고 경제성을 완전히 무시하고 차를 만들 수는 없는 일이다. 이 차의 국내 판매가격은 1억2,800만원이다. 벤츠 S클래스, BMW 7시리즈, 아우디 A8 등과 비슷한 가격대로 정면승부를 하겠다는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아쉬움은 남는다. 물론 재규어를 아는 이들이야 이 가격대에 고개를 끄덕이며 지갑을 열겠지만 좀더 많은 이들에게 재규어를 타는 기쁨을 주려면, 다시 말해 시장을 좀더 넓히고 싶은 생각이 있다면 가격을 조금 낮추는 것도 좋았겠단 생각이 든다. 연비는 9.1㎞/ℓ로 우수하다. 몸이 가벼워 연료를 적게 먹는다.


오종훈 기자 ojh@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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