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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원한 패닝샷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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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카로운 앞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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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9초에 100km/h에 도달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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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로놓인 V6 3.0 엔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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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넓은 트렁크 공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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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결하게 정리된 리어램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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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센터페이셔 윗부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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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조의 앰블렘 리용블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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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각 헤드램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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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전석 주변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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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수석 에어백 차단 스위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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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기판과 센터페시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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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승차의 앞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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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드러운 라운드형 디자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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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5/50R17 크기의 타이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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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워풀한 코너링. |
참으로 오랜만에 푸조를 다시 만났다. 개인적으로는 푸조 806을 시승한 지 7년만이다. 푸조의 국내 딜러였던 동부산업이 수입차사업을 정리하면서 국내에서 푸조는 자취를 감췄다. 끊겼던 푸조의 명맥은 한불모터스가 이었다. 한불은 푸조의 수입판매권을 따내면서 206부터 607까지 푸조의 탄탄한 라인업을 국내에 들여왔다.
7년만의 재회는 607을 통해 이뤄졌다. 푸조는 가운데가 0인 세 자리 숫자로 모델의 이름을 정한다는 건 널리 알려진 상식이다. 607은 승용차 중 가장 고급 모델로 7세대째 모델임을 나타낸다. 푸조 라인업의 플래그십카라는 말이다.
V6 3.0ℓ급이 최고급 모델이란 데서 알 수 있듯이 푸조는 대중적인 자동차메이커다. 럭셔리카보다는 많은 사람들이 부담없이 찾는 일반적인 모델로 승부한다. 따라서 컴팩트가 푸조의 이미지에 가깝다. 유럽시장에서의 판매규모는 폭스바겐에 이어 두 번째를 차지할 정도로 대중적 이미지가 강한 메이커가 푸조다.
*디자인
607은 단아한 모습이다. 삼각형 헤드램프가 주는 인상이 강하다면 강할 뿐 전체적으로는 튀지 않는 무난하고 차분한 스타일이다. 이 차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뒷모습이다. 방향지시등, 후진등, 브레이크등이 빨간색으로 묶여 하나로 보인다. 그 것 만으로 뒷모습의 복잡함이 일거에 해결됐다. 푸조의 상징인 새끼사자 리용블루가 두 개의 리어램프 사이에 자리잡고 있다. 607은 가장 간단하면서도 세련된 리어뷰를 가졌다.
수다, 가벼움, 강한 개성 등이 우리가 생각하는 프랑스의 특징이라면 적어도 607은 그 이미지에서 벗어났다. 강한 개성보다는 무난함이, 가벼움보다는 중후함이, 수다보다는 조용함이 차에는 더 어울린다. 플래그십카이니만큼 이른 바 체통을 지키는 스타일링을 갖춘 셈이다.
운전석에 앉으며 가장 먼저 눈길이 가는 곳은 변속레버다. 게이트 방식에 팁트로닉시스템이 더해져 독특한 변속게이트를 가졌다. 게이트 방식을 적용한다면 굳이 팁트로닉이 아니어도 그 효과를 낼 수 있다. 각 단수마다 정해진 위치가 있는 셈이니 굳이 수동변속기 효과를 낸다고 팁트로닉을 쓸 필요는 없을 터. 그러나 남들 다 하는 팁트로닉이 없다면 그 또한 단점이 될 수 있다. 차를 만드는 이들의 고민과 선택은 그래서 피를 말린다. 있으면 "굳이 필요했을까"라며 의문을 나타내고, 없으면 "그런 것도 없느냐"며 시비를 거는 게 비평가들이다.
센터페시아는 위아래로 나뉘고 윗부분에 라디오, 시간, 날짜, 외부온도 등의 정보가 표기된다. 실내는 가죽시트의 편안함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시트는 엉덩이에서 허벅지까지 편하게 몸을 받쳐준다. 실내등은 운전석 오른쪽 위와 뒷좌석 머리 뒤편 중앙부분에 배치됐다. 흔히 실내 천장 가운데 있던 실내등을 뒤로 빼낸 배치가 독특하다. 탑승자를 배려한 조명이다.
*성능
607의 덩치는 생각보다 크다. 좁은 공간에서 이 차를 움직이면 부담스러울 때가 있다. 가속 페달을 밟고 스티어링 휠을 돌리는 순간, 아무런 저항을 느낄 수 없는 가볍고 경쾌함이 인상적이다.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많은 차를 타다 보면 어느 한 순간의 느낌이 그 차에 대한 인상으로 각인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크라이슬러 그랜드체로키의 주체하지 못하는 파워, BMW 5시리즈의 단단한 서스펜션, 렉서스 LS430의 정숙성 등이 그랬다. 607의 인상은 그런 면에서 "경쾌함"이 될 듯하다. 스티어링 휠은 어린이가 돌려도 문제없을 정도로 가볍다. 물론 속도가 높아지면서는 적당한 반발력을 느낄 정도의 묵직함을 갖는다.
이 차에서 프랑스의 강한 개성을 기대한다면 실망할 수밖에 없다. 개성이 강한 차들은 그에 대한 소비자들의 호, 불호가 정확해서 시장규모가 좁아질 위험이 있다. 무난함 속에 단단하고 치밀한 성능을 확보한 차들이 베스트셀러가 되고, 장수모델이 된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쏘나타를 보면 알 수 있다.
시승차는 V6 3.0ℓ에 210마력짜리 엔진을 얹었다. 가변타이밍시스템이 적용된 엔진이다. 서스펜션은 딱딱한 스포츠 모드와 이 보다 조금 부드러운 오토 모드가 있어 운전자가 선택할 수 있다. 평상 주행 때는 둘의 차이를 알기 힘들지만 도로 상의 장애물을 건너거나 코너링을 할 때면 실감할 수 있다.
달리는 맛은 스포츠카에 필적할 만하다. 0→시속 100km 도달시간이 9.9초 수준이다. 엔진 파워는 중저속에서부터 시속 180km를 넘기는 고속에 이르기까지 고르게 터지며 차체를 끌고 나간다. 고속에서도 스티어링 휠을 잡은 운전자의 불안함은 크지 않다.
각 바퀴에 전해지는 토크를 제 때 조절해주는 ESP는 운전자의 실수나 과도한 조작을 어느 정도까지는 알아서 조절해준다. 이를테면 너무 과도한 코너링을 시도할 때 운전자의 의도만큼 차체가 반응하지 않게 함으로써 사고나 위험한 상황을 막아주는 것. 자동차 경주를 하는 레이서 수준에 이른 운전자에게는 이런 장치가 때로 불편할 수 있으나 그렇지 않은 대다수의 운전자들에게는 유익한 장치다.
이 차는 또 급제동할 경우 비상등이 자동으로 작동된다. 차가 다시 가속하면 자동으로 꺼진다. 607에 장착된 에어백은 모두 6개로 실내 탑승객을 전방위로 보호해준다.
*경제성
푸조 라인업의 최고급 차종인 607의 가격은 6,750만원이다. 비슷한 차급인 벤츠 E클래스, BMW 5시리즈 등과 견줄 때 매력있는 가격대다. 같은 배기량인 BMW 530이 8,300만원이고, 5시리즈 중 배기량이 가장 낮은 520이 6,690만원으로 비슷한 가격이다. 동급의 미국차보다는 비싼 편이다.
가격대가 적절한 지의 여부는 지갑을 여는 소비자가 최종적으로 판단할 문제다. 비교기준을 독일차로 할 지, 미국차로 할 지에 따라 판단의 결과는 다를 수 있겠다. 따라서 607의 가격은 유럽차의 자존심을 지키며 시장을 파고들 틈새를 노린 것으로 볼 수 있다. 연비는 ℓ당 9.4km, 1등급으로 배기량에 비해 우수한 편이다.
시승/ 오종훈 기자 ojh@autotimes.co.kr
사진/ 박형철 기자 photo@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