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락하고 안정된 볼보의 첫 SUV XC90

입력 2003년08월20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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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보는 지금까지 크로스컨트리란 이름의 XC70이 SUV 자리를 대신하고 있었다. 그러나 XC70은 왜건과 SUV를 섞은 퓨전카에 가깝고 XC90이야말로 정통 SUV로 볼 수 있다. XC90은 엔진에 따라 직렬 6기통 2.9ℓ 트윈터보 272마력의 T6, 직렬 5기통 2.5ℓ 터보 210마력의 2.5T, 직렬 5기통 2.4ℓ 디젤터보 163마력의 D5 등 세 종류가 있다. T6에는 수동 겸 자동 4단, 2.5T와 D5에는 수동 겸 자동 5단 변속기가 얹힌다.

 볼보는 XC90을 연간 5만대 판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그 중 65%를 북미에서, 25%를 유럽에서, 나머지 10%를 나머지 시장에서 소화한다는 것. 세계 럭셔리 SUV시장에선 벤츠 M클래스와 BMW X5가 리드해 왔고 그 뒤를 렉서스 RX300, 크라이슬러 그랜드체로키 등이 쫓고 있다. 여기에 볼보 XC90이 나섰다. 이 시장엔 폭스바겐과 포르쉐까지 가세해 치열한 경쟁이 예고되고 있다.

 ▲익스테리어&인테리어
 XC90에선 여러 차의 모습이 보인다. 매끈한 보디라인에선 BMW X5의 분위기가 풍기고 보닛의 라인과 앞뒤 램프류에선 볼보 S80이 느껴진다. 그러다가도 쩍 벌린 상어 주둥이같은 라디에이터 그릴에선 XC90만의 거친 개성이 묻어난다.

 이 차는 미국시장을 노린 만큼 5인승 외에 북미에서 유행인 3열 좌석의 7인승도 있다. 이는 국내에서도 승합차 세금을 낼 수 있다는 점에서 당분간은 매력적인 요소다. 좌석의 활용성도 돋보인다. 2, 3열이 손쉽게 떼어지고 2열 중간 좌석이 앞쪽으로 당겨져 아이 하나가 탔을 경우 앞좌석과의 접촉성을 높일 수 있다. 뒷좌석이 다소 높아 아이들에겐 시야를 넓힐 수 있는 반면 어른들에겐 답답함을 안겨준다.

 XC90은 중형급이다. 그럼에도 1, 2열 좌석의 공간이 넉넉한 건 물론 3열 좌석이 거의 제구실을 하고, 트렁크룸도 적지 않다. 이는 엔진을 가로로 배치해 여유를 만들고 실내공간을 최대한 앞쪽으로 당긴 덕분이다. 이 때문에 앞유리가 다른 SUV에 비해 훨씬 앞쪽에 위치해 있다. 이 차는 길이가 4.8m로 왜건인 V70보다 87㎜밖에 길지 않다.

 계기판은 기존 볼보차와 다르지 않지만 비스듬히 누운 넓은 센터페시아는 볼보차 중 가장 고급스럽게 디자인됐다. 그 안에 버튼들은 크고 단순하다. 나무로 만들어진 스티어링 휠은 역삼각형 모양으로 스포티하다. 대시보드 중앙에 팝업식 내비게이션용 스크린이 있다. 아래 위로 분리돼 열리는 트렁크 도어 아래쪽은 의자나 테이블로 쓸 수 있다.

 이 차는 모기업인 포드가 익스플로러의 전복사고 때문에 혼쭐이 났던 탓에 전복방지시스템이 장착돼 있다. 전복됐을 때를 대비해 일반 강철보다 4∼5배 강한 소재를 사용, 지붕구조를 강화한 것도 특징이다. 상대차와 보행자까지 배려해 앞 서스펜션 서브 프레임에 승용차가 밀고 들어오지 못하도록 합판지지대를 만든 게 눈에 띈다. 비교적 안전성이 떨어지는 3열까지 배려한 커튼식 사이드 에어백도 이 차의 자랑거리다.

 XC90은 엔터테인먼트에도 충실한 흔적을 보인다. 카오디오시스템에 돌비 프로 로직Ⅱ를 도입해 좋은오디오 질감을 제공한다. 이 시스템은 8인치 140W 반자동 저음스피커를 포함, 13개의 스피커를 갖고 있다. 뒷좌석에 앉은 승객들은 C필러 부근에 설치된 플러그에 헤드폰을 꽂고 각각의 음악을 듣는 게 가능하다. 또 7인치 스크린의 DVD 플레이어가 천장에 장착돼 2, 3열에 앉은 승객이 무선 헤드폰을 사용해 즐길 수 있다.

 ▲성능
 XC90은 조용하고 부드러운 차다. 아이들링 상태에선 소음이나 진동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액셀 페달을 밟으면 다소 엔진소음이 들리지만 주행 시 바람소리는 시속 160㎞를 넘어서야 차 안으로 스며든다.

 XC90은 엔진회전수가 손쉽게 고회전영역을 넘나들고 시속 120㎞까지의 가속력이 탁월하다. 1,800rpm이란 극단적인 저회전에서 최대토크가 뿜어지는 덕분이다. 그러나 시속 160㎞ 이상을 넘어서면 몸놀림이 둔해진다. 272마력 트윈터보 엔진치고는 너무 얌전하다. 킥다운 때의 치고나가는 반응 역시 절제돼 있다. 반면 고속주행 때의 안정성은 뛰어나다. 시속 200㎞대에서도 불안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다.

 이 차가 안락한 데에는 서스펜션이 크게 작용한다. XC90의 서스펜션은 유럽차 특유의 딱딱함보다는 부드러운 특성이 강했다. 이 역시 미국시장을 겨냥한 세팅으로 볼 수 있다. 그래서 미국 SUV들의 특징인 약간의 출렁임이 나타난다. 대신 전복방지시스템을 써서 안정성을 살렸다. 급차선변경 시에도 XC90은 핸들링이 정확했을 뿐 아니라 전혀 균형을 잃지 않았다. 차체가 높은데도 무게중심이 아래쪽에 위치해 있어서다.

 풀타임 4륜구동은 전자적으로 제어돼 운전자가 전혀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즉 동력이 모든 종류의 노면에 가장 효과적인 제어를 할 수 있도록 앞뒤로 자동 분배된다.

 T6와 2.5T의 차이는 그리 크지 않았다. 이런 차이라면 굳이 비싼 돈을 주고 T6를 살 필요가 없을 듯하다. 변속기는 두 차 모두 변속충격이 거의 전달되지 않는다. 브레이크 페달은 반발력이 느껴지나 제동성능이 뛰어났다. 원하는 지점에 사뿐히 차를 세운다.

 XC90의 시승소감은 `둥글둥글"로 요약할 수 있다. 모든 면에서 우수한 점수를 받는 모범생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특기생에게 기대했던 개성은 찾기 힘들었다. 특히 지나치게 절제된 출력이 아쉬웠다.


강호영 기자 ssyang@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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