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에 출마해 당선되려면 교통난을 해결하라"라는 말이 있다. 그 만큼 비좁은 도로에 비해 넘쳐나는 자동차로 겪는 갖가지 불편함을 빗댄 말이다. 물론 뚜렷한 해결책은 아직 없다. 대중교통 이용자를 늘리기 위해 요금을 할인해주고, 승용차 자율 10부제 참가 시 보험료를 인하해주는 등 이른바 "당근책"을 내놓긴 하나 승용차 이용자의 대중교통 이용은 일단 불편함이 앞서 꺼리기 마련이다.
그래서 나온 대안이 작은 차를 늘리는 방안이다. 도로증가율이 자동차증가율을 따라잡지 못하는 상황에서 작은 차를 이용함으로써 도로활용률을 높이자는 취지다. 이를 위해 지난 2월 국회의원들이 의원입법 형태로 "경차보급 활성화대책"을 내놓았다. 여기에는 경차의 등록세와 취득세 면제, 도시철도채권 구입의무 면제, 공영주차장 50% 할인, 유료도로이용료 50% 할인 등이 포함돼 있다. 이 중 가장 핵심조항인 등록세와 취득세 면제는 행정자치부의 세수감소 우려로 시행되지 못하고 있다. 행자부는 경차의 취득세와 등록세를 면제할 경우 약 200억원의 세수가 감소, 지방행정 재정자립에 장애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 7월에는 내수경기 진작 차원에서 자동차 특별소비세 인하가 시행됐다. 상대적으로 고가인 중대형차의 특소세 감소액이 크다 보니 경제성을 추구하며 경차 구입을 고려했던 사람들이 중대형차로 이동하는 현상이 발생했다. 실제 지난 7월 마티즈2의 판매는 6월 대비 17.9% 줄어든 2,778대에 그치는 가하면 비스토도 6월보다 274대 줄어든 583대 판매에 머물렀다. 반면 7월 전체 자동차 내수판매가 감소했음에도 중형차 판매는 6월의 1만7,816대에 비해 3,803대 늘어난 2만1,619대로 집계됐다. 단순계산으로만 보더라도 경차의 대기수요가 특소세 인하로 대거 중형으로 이동한 셈이다.
현재 국내 자동차 수요는 신규구입보다 대체구매 비중이 훨씬 높다. 시장이 포화상태에 접어들었다는 말이다. 따라서 어느 한 차종의 판매부진은 다른 차종의 판매증가로 나타난다. 수요가 창출되기 보다는 이동하기에 정부의 정책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다. 비좁은 도로에서 중대형차 수요를 늘려 지금처럼 출퇴근 교통대란을 점점 심화시키느냐, 아니면 경차보급의 활성화로 그나마 도로활용률을 높여 교통체증을 줄이느냐의 갈림길에 서 있는 셈이다.
사실 정부가 경차에 세제혜택을 주면서 중대형차의 특소세 인하라는 이중정책을 펼친 데는 자동차회사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 한 쪽에선 경차보급 활성화를 외치며 각종 세제혜택을 지원해 달라고 조르는 반면 상대적으로 부가가치가 높은 중대형차 팔기에도 골몰하는 게 자동차회사이기 때문이다. 경차 10대 팔아봐야 고급 대형차 1대 파는 게 훨씬 이익인 상황에서 경차보급 활성화는 다분히 명분용에 불과할 수밖에 없다.
직업 상 자동차를 만들어 파는 회사의 직원이나 경영자를 자주 만나면 늘 하는 소리가 있다. 차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이들도 자신들이 만들어 판 차가 너무 많아 도로정체에 시달려서 하는 얘기다. 국내의 대표적 자동차회사인 현대 기아자동차의 정몽구 회장도, 정책을 결정하는 국회의원도, 도로소통을 위해 동분서주하는 경찰도, 판매허가를 내주는 공무원도 모두가 대한민국에 사는 이상 교통정체를 피해갈 수는 없다. 행자부가 주장하는 200억원의 세수감소가 교통정체로 입는 국가적 손실액에 견줄만 할까. 아마도 "조족지혈"이라는 표현이 적절할 것이다.
경차의 세제혜택 법안은 이러한 배경에서 추진됐다. 그러나 모두가 공감하는 문제임에도 정작 경차의 세제혜택은 늘 뒷전이다. 왜 그럴까. 바로 자동차회사와 정부의 이익추구 때문이다. 경차가 늘어나면 자동차회사는 이익이 줄고, 정부는 세금이 줄어들기 마련이다. 이 또한 교통정체로 입는 국가적 손실에 비할 수는 없다. 물론 모든 차가 경차로 바뀌면 엄청난 세수감소가 나타나겠지만 다행히도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사회여서 소비자의 선택권마저 제한할 수는 없다.
현재 요구되는 등록세, 취득세 면제는 경차만을 타게 하는 법안이 아니라 소비자들의 경차 선택을 유도하자는 방안이다. 이를 통해 도로정체율을 낮추고, 에너지소비도 줄여보자는 것이다. 그러나 소수집단의 이해관계가 얽혀 여전히 표류되는 현실이 안타깝다.
현재 국내 도로상황은 유리잔에 물이 가득 차 있는 것과 같다. 여기서 조금이라도 물이 더 고이면 넘칠 수밖에 없다. 유리잔의 용량을 키우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그러자면 많은 시간이 걸린다. 또 물을 조금 따라내면 되지만 이 또한 현실적으로 어렵다. 결국 유일한 방법은 물방울의 크기를 줄여 물이 불어나는 속도를 줄이되 그 사이 유리잔의 용량을 키우는 게 현실적이다. 행자부의 반발도 일리는 있지만 넘쳐나는 자동차로 입게 되는 국가적 손실을 먼저 생각해야 할 때다.
권용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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