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카의 날카로움과 SUV의 터프함 겸비한 투아렉

입력 2003년08월25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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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로드에서도 강한 면모를 보였다.
프런트 디자인은 페이톤과 꼭 같다.
항공기의 콕핏을 연상케하는 운전석.
환한 개방감을 주는 선루프.
큼지막하게 자리잡은 엠블렘
온오프로드에서 고른 성능을 보여준 타이어.
시원하게 열려 짐을 싣고 내리기 편하다.
스페어타이어는 임시로 사용해야 한다.
미끄러운 노면에서도 안정을 잃지않았다.
오프로드 성능은 매우 만족스럽다.
정지 후 재출발할 때 한 치도 뒤로 밀리지 않는다.
헤드램프는 제논램프 방식이다.
송풍구가 있어 냉장고로도 사용할 수 있는 글로브 박스.
변속레버, 구동방식 변경 스위치, 차고조절 스위치.
도심주행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스티어링 휠 아래 왼쪽과 오른쪽에 변속레버가 있다.
온로드 주행은 스포츠카 뺨친다.
포르쉐가 SUV를 만든다는 사실을 처음 들었을 때 기자는 경악했다. 그 만큼 SUV 바람이 거세다는 말이다. 전통적인 스포츠카 메이커조차도 SUV시장을 기웃거릴 정도로 SUV가 시대의 대세를 이루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오늘 시승할 차 폭스바겐 투아렉은 바로 포르쉐가 만든 SUV 카이엔과 공동 개발됐다. 두 회사가 함께 만든 뒤 엔진을 달리하고 이름을 각자가 달아서 판매에 나선 것이다.

투아렉은 고급차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는다. 고급차 만들기는 SUV 만들기와 더불어 시대의 대세라고 할 만큼 자동차 메이커들 사이에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다임러크라이슬러의 마이바하, 폭스바겐의 페이톤 등이 이를 잘 설명해준다.

롤스로이스를 능가하는 최고의 럭셔리급 세단 만들기는 특히 독일 메이커들 사이의 자존심 싸움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투아렉과 페이톤은 SUV와 세단시장에 투입되는 고급차로 폭스바겐의 야심작이다. 멀게는 비틀, 가까이는 골프 등으로 인해 굳어진 대중차 메이커의 이미지를 이 두 차종을 출시하면서 깨겠다는 게 폭스바겐의 의지다. 대중차 메이커에서 벗어나 럭셔리시장에 도전하겠다는 것이다.

▲디자인
투아렉을 말할 때 페이톤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너무 닮아서다. 쌍으로 취급해야 할 정도다. 윈드실드에서 보닛라인을 거쳐 범퍼까지의 모습은 두 차가 똑같다. 헤드램프와 라디에이터 그릴 역시 마찬가지. 앞모습만 보면 높이만 조금 다를 뿐 같은 차라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는다. 뒷모습도 마찬가지다.

투아렉은 복잡하지 않은 단순한 디자인이다. 선과 면이 간결하게 처리돼 보기에 부담이 없지만 그렇다고 품위를 잃어버리는 우를 범하진 않는다. 당당한 풍채는 쉽게 넘보지 못할 카리스마가 있다.

계기판의 속도계는 320km까지 표기돼 있다. 이 차를 타고 시속 150km를 넘길 일이 몇 차례나 있을 지는 모르겠지만 촘촘하게 칸을 나눈 끝에 표시된 320km라는 숫자는 이 차의 성능을 타보지 않아도 알게 해준다. 처음 운전석에 앉게 된다면 이를 보는 순간 긴장하게 마련이다. 만만한 놈이 아님을 계기판이 말하고 있어서다.

흔히 자동차의 계기판 주변을 비행기의 조종공간에 빗대어 콕핏으로 칭한다. 투아렉의 조종석이야말로 콕핏이라 부를 만하다. 오른쪽에서부터 차고조절장치, 구동조절장치, 변속레버를 거쳐 센터페시아, 계기판, 램프 스위치, 도어패널에 이르기까지 운전자를 둘러싼 공간이 비행기의 그 것만큼이나 현란하고 복잡하다. 밤에 스몰라이트를 켜면 콕핏에는 무수히 많은 스위치와 계기판의 정보들이 빛을 발한다. 현란하기까지 하다.

글로브 박스에도 송풍구가 있어 냉장고로 이용할 수 있다. 고급 가죽으로 만든 시트는 탑승자의 몸을 제대로 받쳐준다. 허벅지까지 편하게 기댈 수 있고 시트에 옆날개가 있어 좌우측 몸쏠림도 잡아준다.

운전석에 앉아 룸미러를 보면 미러의 절반 이상을 뒷시트가 가린다. 특히 뒷시트의 헤트레스트가 山자 형상으로 버티고 있어 답답하다. 그러나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다. 사이드 미러가 그 부족함을 채워줄 뿐 아니라 앞뒤로 거리를 단계별로 감지, 색깔별 램프로 경보해준다.

▲성능
투아렉에는 폭스바겐이 구현할 수 있는 모든 기술이 망라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키리스 엔트리 시스템에 단계별로 조절할 수 있는 차고조절장치, 한 쪽 바퀴에만 최대 100%까지 구동력을 전달할 수 있는 동력전달장치, 실내를 네 개의 공간으로 나눠 온도를 조절할 수 있는 4C 클리마트로닉 공조장치 등 일일이 설명하기 힘들 정도다.

차체 높이는 도로와 차의 상태에 따라 최저 160mm에서 최고 300mm까지 다양하게 변한다. 차를 최대로 높이면 깊이 580mm의 물 속에서도 아무 문제없이 운행할 수 있다.

스포츠카의 날카로운 드라이빙과 SUV의 터프한 오프로드 주행까지 투아렉은 전 영역을 커버한다. 에어 서스펜션 역시 스포츠, 컴포트, 오토 등 세 개 모드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즉 이들 각각의 조합에 따라 투아렉은 천의 얼굴을 보여준다.

시속 200km를 넘나들며 달리던 고속도로를 벗어나 진흙이 도처에 있고 바위가 널린 오프로드를 만나 껑충하게 키를 키워 험로를 달리는 맛은 느껴 본 사람만의 몫이다. 도저히 함께 느끼기 힘든 이런 요소들을 투아렉은 별 것 아닌 듯 맛보게 해줬다. 이 차는 장애물에서의 탈출이 다른 SUV에 비해 훨씬 쉽다. 헛바퀴가 도는 상황에서 어느 한 바퀴만이라도 구동력이 살아 있으면 그 바퀴로 구동력이 100% 전달돼서다.

혀를 내두를 만큼 놀란 건 급한 경사를 올라서면서다. 사람이 오르려 해도 네 발로 기어오를 정도로 급한 경사로에 시승차를 올려 놓았다. 마치 네 바퀴에 본드를 붙여 놓은 듯 그 언덕길에 딱 달라붙어 올랐다.

더욱 경이로운 건 그런 상황에서 정지 후 재출발하는 데 단 1mm도 뒤로 밀리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오버행을 짧게 해 접근각 28도와 이탈각 27도의 큰 각도를 확보, 오프로드 주행에 탁월한 체형을 갖췄다.

구동방식을 로 혹은 하이로 바꿀 때는 변속레버를 중립에 가져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저속이라도 차가 움직이면 구동방식 변경은 안된다.

V8 가솔린 엔진의 파워는 310마력으로 온로드에서는 스포츠카 뺨친다. 가속 페달을 꾹 밟으면 먹이를 덮치는 사자가 평원을 달리듯 으르렁거리며 힘찬 질주를 시작한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 도달시간은 8.1초. 순발력은 의심할 필요가 없다. 차의 거동은 안정적이어서 흔들림이 거의 없다. 럭셔리 세단에 필적할 만한 편안함이다.

아쉬운 점은 물론 있다. 그 중 하나가 의외의 속도감이다. 시속 160km를 넘기고 200km를 향해 가속할 때 운전자가 느끼는 속도감은 실제 이상이다. 가속하다 깜짝 놀라 페달에서 발을 떼면서 속도계를 보면 그리 높지 않은 속도였다. 속도를 높여 가면서 변속이 일어날 때마다 느껴지는 변속충격도 차급에 비해서는 거친 편이다. 옥의 티다.

첨단 기술의 집합체답게 이 차에는 안전을 위한 다양한 조치들이 취해졌다. 에어백이 터지거나 심한 충돌이 벌어지면 문이 자동으로 열리고 연료는 차단된다. 비상등도 알아서 작동된다. 이 차의 보닛은 알루미늄으로 만들었다. 보행자를 위한 배려다.

▲경제성
아직 이 차는 정식 출시되지 않았다. 10월에 발표일정이 잡혀 있으나 그 전부터 판매는 시작될 것이라고 폭스바겐의 국내 수입사인 고진모터임포트측은 설명했다. 판매가격은 V8 4.2 4모션이 1억50만원이다. 이 보다 아랫급인 V6 3.2 4모션은 7,940만원. 국내에서 파는 폭스바겐 최고의 차가 되는 셈이다. 디젤엔진을 얹은 V10 TDI는 천천히 들여온다고 고진측은 밝혔다.

차값과 함께 경제성의 척도인 연비는 6.7km/ℓ로 메이커측은 발표했다. 체감연비는 장난이 아니다. 게이지가 떨어지는 게 눈에 보여 가속 페달을 마구 밟기가 쉽지 않다.

함께 개발됐다는 포르쉐 카이엔은 1억2,000만원과 1억7,000만원에 팔린다. 물론 카이엔은 엔진배기량이 4.5ℓ다.

폭스바겐의 럭셔리 브랜드가 시장에서 제대로 자리잡을 수 있을 지는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관심거리다.

시승/오종훈 기자 ojh@autotimes.co.kr
사진/박형철 기자 phot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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