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에도 카브리올레가 있다(?)

입력 2003년08월26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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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섭 : 베를린 공과대학 자동차공학과 박사과정]

인간이 세상에 태어나 최초로 느끼는 가장 원초적인 감정 중에는 무엇인가 타면서 느끼는 즐거움이 있는 것 같다. 우는 아기를 안아서 흔들어준다든 지 유모차에 태워주면 울음을 그치고 곧 평온하게 잠이 드는 걸 볼 수 있는데, 이렇게 외부로부터 적당한 파장의 동적 자극이 인간에게는 설명할 수 없는 어떤 쾌감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고 하면 좀 지나친 비약일까.

그러나 누군가의 등에 업히고 들려지는 것도 타는 것의 일종이라고 가정한다면, 우리 인간은 태어나자마자 어머니의 품 속에서 흔들려지고 등에 업혀 태워지기 시작해 살아있는 동안 계속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타다가 생의 마지막까지도 상여나 영구차를 탄다.

인간의 문명이 발달함에 따라 타는 빈도 수가 증가해 왔고, 인간이 탈 수 있는 모든 것들을 통틀어 교통기관이라 부르게 됐다. 이는 곧 사람들의 생활 속에서 중요한 일부가 됐으나 어렸을 적 걷는 게 일상이었던 시골에서 우마차나 달구지를 뒤쫓아 가 그 뒷꽁무니에 매달리며 즐거워했던 추억은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것이다. 탈 것이 귀했던 50~60년대에는 도시에서도 전차의 꽁무니나 언덕을 천천히 오르는 화물차의 뒤에 매달리곤 했던 기억이 새롭다.

이제 생활패턴이 바뀜에 따라 타는 즐거움 역시 고급화됐다. 자동차를 타면서 얻어지는 즐거움으로 범위를 축소시켜 보자. 소프트톱을 활짝 열고 머플러 소리도 요란하게 카브리올레를 타는가 하면, 엔진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 쾌적한 실내에서 교향곡을 들으며 아늑하게 차창 밖의 경치를 감상하면서 타는 즐거움이 있다.

이제는 비포장 시골길을 우마차를 타고 가라면 아마 한 시간도 안돼 더 이상 못타겠다고 할 것이고, 전차 뒤에 매달려 가라면 지금이 무슨 6.25 전쟁시대냐고 힐난받을 게 분명하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변하지 않는 게 있다면 인간이 무엇인가를 타면서 얻는 즐거움이다. 타는 즐거움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오픈에어링이요, 다른 하나는 에르고노믹(ergonomic)하고 컴퍼터블(comfortable)한 인테리어 스페이스(interior space)다.

자동차의 원래 목적은 육상의 한 지점으로부터 일정한 다른 지점까지 사람이나 물건을 빠른 시간 내에 옮기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종종 이러한 트랜스포트와 더불어 타는 즐거움이 목적이 되는 경우도 있다. 승용차에 있어서는 스포츠카나 로드스터, 카브리올레인 경우가 그렇다. 이탈리아어인 카브리올레는 지붕을 떼었다 붙였다 할 수 있는 차를 말하는데, 그 용도는 주로 드라이빙을 자연과 더불어 즐기되 타는 즐거움도 느끼기 위한 것이다.

여행과 탈것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교통기관이 발달하면서 여행의 범위가 훨씬 넓어진 뒤 탈 것은 여행에 있어 어디까지나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편리한 수단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제는 여행목적지까지 가거나 관광을 위해서도 차를 타야겠지만 또 차를 타는 것 자체가 관광이요, 곧 여행의 목적일 수도 있다.

몇 년 전부터 유럽의 대도시에서 유행하기 시작한 카브리올레 버스관광이 바로 위에 언급한 두 가지를 모두 만족시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흐리고 비가 자주 오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베를린에도 최근 카브리올레 버스가 급증해 성시를 이루고 있다. 90년대 초반 중년의 독일인 부부가 낡은 2층 시내버스를 인수, 카브리올레로 개조해 베를린 중심지에서 시내관광을 시작한 게 효시가 된 이 관광방식은 이제 베를린에는 크고 작은 여행사가 1930년대의 올디(Oldy)에서부터 최신형 버스까지 다양한 카브리올레 버스를 운행하면서 베를린의 또 다른 명물로 자리잡았다.

갑자기 쏟아질 비에 대비해 승객들의 우비를 갖춘 차가 있는가 하면 재빨리 1층으로 대피할 수 있도록 앞뒤로 2개의 계단을 만든 차도 있다. 이들 버스는 특별히 카브리올레로 제작된 최신 모델을 제외하면 대부분 시내버스나 일반버스를 개조한 것으로 개조 시 2층바닥을 특수하게 방수처리했고, 따로 빗물이 빠지도록 보이지 않게 빗물통을 설치했다.

유럽에서는 영국의 런던 시내버스가 2층으로 유명한데, 사실은 베를린에서도 이미 1900년대초부터 2층버스를 시내버스로 운행해 왔다. 다르다면 버스 제작사가 다르고, 영국의 2층버스는 빨간색인 반면 베를린의 시내버스는 베이지색이라는 것 정도다.

시내관광을 위한 거의 모든 카브리올레 버스는 2층인데 위에서 내려다 보며 시내를 관광하는 오픈에어투어가 새로운 볼거리로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 관광코스에 따라 최저 1시간30분에서 최고 6시간짜리 투어가 있는데 그 유명한 베를린운하를 순회하는 관광선 유람까지 포함된 것도 있다. 가격 역시 여행사에 따라 최저 7유로(약 9,000원)에서 최고 75유로(약 10만원)까지 다양하다. 유람선관광이 포함된 코스는 저녁시간대가 가장 길며 가격 또한 가장 비싸다.

카브리올레 버스가 눈에 띄게 늘어난 이유는 통일 후 베를린이 수도로 지정되고 동구와 서유럽을 잇는 중심지로 다시 부상하면서 동유럽과 서유럽뿐 아니라 북유럽과 남유럽 등지에서 많은 관광객들이 모여들어서다. 그리고 최근 몇 년동안 베를린의 여름날씨가 전과 다르게 아주 좋았던 이유도 있다.

베를린에서는 통상 여름이라야 평균기온이 20도 이하로 그나마 햇볕을 볼 수 있는 날이 며칠 되지 않을 정도로 짧다. 이 처럼 늘 흐리고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날씨가 대부분이었으나 지난 90년대 초반부터 50년만의 혹은 백 몇년만의 더위라느니 하며 연 2~3주 이상 25도를 웃도는 맑은 날씨가 계속되는 현상이 많아졌다. 이 덕분인 지 이제 옛 서베를린 중심지역인 쿠담거리에는 봄부터 늦가을인 11월초까지 카브리올레 관광버스로 가득 차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겨울에도 운행을 계속 하겠다는 일부 소규모 회사도 있다. 하기야 일부 극성스런 카브리올레 마니아들은 눈발이 휘날리는 추운 겨울에도 헬멧과 선글래스를 쓰고 카브리올레를 몰고 다니기도 하니 카브리올레 버스라고 해서 겨울에 운행하지 못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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