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러스, 네오클래식 스타일의 대형 승용차

입력 2003년08월27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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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자동차가 그 동안 손을 놓고 있었던 대형 승용차 부문에 오피러스를 전격 투입했다. 기아의 대형 승용차로는 포텐샤와 엔터프라이즈가 있었으나 포텐샤 단종 이후 대형차시장에서 기아의 입지는 날로 좁아졌다. 이 시장에서 기아는 쌍용만큼의 입지도 확보하지 못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대가 그랜저XG, 다이너스티, 에쿠스 등으로 대형 승용차라인업을 꾸준히 강화해 온 것과는 대조적이다.

오피러스의 혈통을 따지면 현대에 가깝다. 현대가 다이너스티 후속모델로 개발한 것을 기아로 넘겨 출시한 차종이기 때문이다. 원래 엔터프라이즈 후속으로 기아가 개발중이던 프로젝트는 도중에 취소됐다. 물론 현대는 오피러스와는 별도로 다이너스티 후속모델을 만들고 있다. 쏘나타와 옵티마처럼 쌍둥이 모델이 대형 승용차에서도 나오는 것이다.

기아가 대형차시장에서의 일대 반격을 노리며 출시한 오피러스 GH350을 시승했다. 3.5ℓ 엔진에 5단 수동 겸 자동변속기를 장착한 모델이다.

▲디자인
신차를 첫 대면하는 순간 황당함 혹은 어색함을 느끼는 경우가 종종 있다. BMW의 뉴7시리즈를 처음 볼 때는 당혹스러웠다. 방향지시등이 합쳐진 헤드램프, 스포일러를 적용한 듯한 트렁크 리드 등 눈길이 가는 곳마다 럭셔리 세단의 파격을 보는 것 같아서였다. 벤츠 뉴 S클래스의 어색함도 마찬가지였다. 지금도 언뜻 보면 그런 느낌을 받는다. 눈에 익지 않았을 때, 처음 만나는 상대와는 피할 수 없는 감정이다. 익숙해지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오피러스를 처음 보면서 BMW 뉴 7시리즈와의 첫 만남을 생각했던 건 어색했기 때문이다. 오피러스의 앞모습은 어색함을 넘어 약간의 쇼크였다. 매우 과장된, 그러면서 벤츠 E클래스의 분위기를 많이 카피한 디자인이다. 라디에이터 그릴은 구형 벤츠의 것과 닮았고 헤드램프는 영락없는 E클래스의 그 것이다. 그래도 조금은 고전적인 분위기로 두 차를 차별화했다. 차 크기는 실제보다 작아 보인다.

심플한 뒷모습은 보기 편하다. 차의 어느 곳을 살펴 봐도 `기아"를 나타내는 표시는 없다. 기아가 대형차시장에서 그 동안 열세였던 만큼 기아를 강조하기 보다는 오피러스 자체를 하나의 브랜드로 밀고 나가겠다는 계산이다. 기아 오피러스가 아니라 그냥 오피러스로 마케팅을 하겠단 얘기다.

오피러스에 들어가 앉으면 고급 주택 응접실 가죽소파에 앉은 기분이다. 그 정도로 고급스럽다. 대시보드, 센터페시아의 배치와 구조가 특이하다. 대시보드 윗부분의 지붕 처마처럼 삐죽 나온 부분은 신경쓰인다. 대시보드와 범퍼에는 각진 곳이 없는 게 좋다. 오너 드라이버용은 물론 운전기사를 고용하는 `쇼퍼 드리븐 카"로도 오피러스는 손색이 없다. 운전석이나 뒷좌석이나 충분한 편의장치를 갖춰서다.

▲성능
이 차의 핸들을 잡는 순간 누구나 느끼는 게 `가볍다"는 것이다. 쉽고 편하다는 뜻에서의 가벼움이다. 대형차라고는 느끼기 힘들 만큼 핸들조작이 쉽고 편하다. 이런 느낌은 가속 페달을 밟으면서 다시 한 번 경험하게 된다.

2t 가까운 무게지만 움직임은 경차보다 더 경쾌하다. 최고출력 198마력인 엔진이 저속에서부터 진가를 발휘한다. 가속 페달을 밟고 있으면 시속 180km까지 거침없이 속도를 올린다. 어떤 상황에서도 힘겨워하는 기색도 없고 주춤거리지도 않는다.

고속에서도 실내의 조용함은 렉서스와 견줄 만할 수준이다. 바람소리, 노면의 잡소리, 엔진소리 등을 제대로 걸러낸다.

예전 기아가 만들던 엔터프라이즈는 묵직한 차였다. 딱딱한 서스펜션의 인상이 강했다. 기아의 메커니즘 특성을 그대로 반영한 모델이라고나 할까. 오피러스는 이와 전혀 다른 차임을 타보는 순간부터 내릴 때까지 알 수 있다. 경쾌한 움직임, 정숙한 실내, 정확히 차체를 받쳐주지만 그렇다고 딱딱하다고는 할 수 없는 서스펜션 등이 오피러스의 특징이다.

수동과 자동 겸용인 5단 변속기도 엔진의 힘을 훨씬 더 효율적으로 사용하게 해준다. 수동 모드에서는 엔진 브레이크 효과를 확실히 경험하게 된다. 시차를 두고 반응하는 자동변속기의 그 것과는 수준이 다르다.

이 차에 적용된 첨단 기술은 브레이크에서 실감하게 된다. 전자제어식 ABS 정도면 최상급이었던 예전과는 다르다. 제동력을 최적화해주는 EBD ABS가 더 적용됐다. 여기에 TCS가 더해져 출발할 때 헛바퀴도는 걸 막아준다. 하나가 더 있다. 바로 VDC다. 차체자세제어장치(vihicle dynamic control)로 브레이크와 엔진출력을 함께 제어해 차체의 안정성을 확보해준다. 급제동 보조장치도 있어 차의 안전과 안정성을 이중삼중으로 보장한다. 과도한 움직임에서도 운전자가 핸들만 잘 붙들고 있으면 차가 알아서 구동력 등을 조절해주는 수준이다.

오피러스는 엔진출력, 정숙성, 차체의 반응과 거동 등이 모두 수준급임을 시승하는 동안 체감할 수 있었다. 다만 일부 사소한 부분에서 조립 상태가 좋지 않은 점은 속히 개선해야 할 것이다.

▲경제성
오피러스는 3개 엔진에 5개 그레이드로 판매모델이 라인업됐다. 2.7, 3.0, 3.5 엔진이 있고 3.5급인 GH350 최고급 모델의 가격이 4,870만원이다. 5,000만원에 육박한다. 가격대가 가장 낮은 GH270의 고급 모델은 3,170만원으로 그랜저XG 최상급인 S30보다 250만원 가량 비싸다. 3,130만원부터 4,959만원의 가격대에 팔리는 체어맨과 차값이 거의 겹친다. 오피러스와 체어맨의 경쟁이 만만치 않을 것임을 그대로 말해주고 있다. 시내 주행연비는 GH350이 7.3km/ℓ 수준이다.

오피러스의 출현으로 국산 대형 승용차시장 재편은 불가피해 보인다. 국산차뿐 아니라 일부 수입차들과의 경쟁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오종훈 기자 ojh@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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