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서스 RX330은 햇볕이 잘드는 조용한 집같다. 미닫이문을 열듯 지붕 위의 문을 한 겹 열면 파란 하늘이 아주 넓게 보였다. 또 한 겹, 선루프마저 열면 싱그러운 기운이 차 안으로 가득 퍼진다. 그렇게 RX330은 차 밖 세상과 넓은 창으로 연결된다. 자연에 한 발짝 더 가까이 가는 SUV라면 이 차를 본받을 만하다.
럭셔리 SUV시장에서 확고히 자리잡은 RX300의 후속주자가 바로 오늘 시승할 RX 330. 토요타측은 럭셔리 세단 수준의 정숙성과 편안함을 갖춘 SUV로 이 차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강조하지 않아도 정숙성과 편안함은 이미 렉서스의 가장 큰 특징이다.
▲디자인
RX300보다 좀 커 보인다. 전체적으로는 세련된 디자인이다. 특히 앞모습이 그렇다. 헤드램프와 리어램프는 차분하거나 점잖다기 보다는 미래형 디자인에 가깝단 느낌이다. 리어 컴비네이션 램프는 투명하게 만들어 색다른 감을 준다. 뒷창은 많이 뉘였다. 차분하고 안정된 모습이나 부분적으로는 튀는 곳도 있다. 선루프는 아주 넓다. 기존 선루프보다 두 배는 돼 보인다. 크게 만들어진 만큼 선루프는 3개 조각으로 나뉘어 열린다. 토요타는 이를 `파노라마 문루프"라고 부른다.
인테리어는 사이버틱하다. 특히 은색으로 치장한 센터페시아 디자인이 실내 분위기를 결정한다. 계기판은 차분한 배치와 효과적인 조명처리로 선명하게 보인다. 크리스털 LED의 효과다. 트렁크 도어는 버튼만 누르면 스스로 열리고 닫힌다. 힘쓸 필요가 없어 좋다.
▲성능
RX330은 조용했다. 역시 렉서스였다. 시속 100km를 넘는데도 엔진은 쌔끈거리며 고른 숨을 쉬고 바람소리도 듣기 힘들다. 시속 150km 근처에서도 크게 달라지는 게 없다. 조용하지 않으면 큰일이라도 날 듯 RX330은 숨죽이며 달렸다. 폐활량이 큰 마라토너가 이럴까. 호흡이 거칠어질 법도 한 속도에 이르러서도 엔진은 결코 시끄럽게 요동치는 법이 없다. 가속 페달을 밟으며 거칠게 밀어부쳤다. 시속 180km. 연료공급이 차단된다.
렉서스의 정숙함을 이 차는 다시 한 번 증명해 보였다. 방음이 잘 된 고급 주택의 거실에 앉아 있는 느낌. 운전석에 있으면 그런 기분이 든다. 하지만 그런 정숙함이 심신을 편하게 하느냐하면 그건 아닌 것 같다.
차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이 차에는 3.3ℓ 엔진이 얹혔다. 5단 자동변속기와 짝을 이룬다. 엔진에는 VVT-i라는 장치가 있다. 가변밸브타이밍이다. 주행상황에 따라 엔진의 밸브 타이밍을 조절, 최적의 성능을 만들어낸다는 것. 변속기는 각 레인지마다 위치가 다른 게이트 방식이다. 밋밋한 보통의 자동변속기보다 다이내믹한 맛을 즐기기에 좋다. 마치 수동변속기처럼 D,2,3,4 등으로 변속하는 맛을 즐길 수 있다. 변속충격을 느끼기는 힘들다. 슈퍼 ETC를 탑재했고 기어비의 폭이 넓은 덕택이다.
이 차는 상시 4륜구동이다. 구동계의 마지막 타이어에는 이를 조절하는 다양한 장치가 연결돼 있다. ABS와 EBD, BAS, TRC 등이 있어 힘의 전달을 통제한다. 그래서 이 차는 헛바퀴가 구를 일이 없다. 전후좌우 타이어의 회전차가 클 때는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아도 차는 시키는 대로 치고 나가지 않는다. 스스로 구동력을 회복하고 헛바퀴가 돌지 않을 만큼 토크를 조절, 각 바퀴에 보낸다. 편하고 안전한 장치지만 때론 운전자의 의도를 정중히 거절하는 장치이기도 하다. 의도적으로 차를 미끄러뜨리고 헛바퀴를 돌게 하려 해도 안되기 때문이다.
로 레인지가 없는 것도 이 차의 특징. 강한 토크로 구동력을 확보해 험로를 탈출하려면 로 레인지가 필수다. 그러나 이 차에는 그게 없다. 애초에 그런 상황으로 차가 다가서는 걸 상정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오프로드보다는 도심 온로드 주행에 촛점을 둔 차다. 자연스럽게 이 차의 성격이 나온다.
“턱시도 차림으로 오페라를 보러 갈 때도, 정장을 입고 비즈니스를 할 때도, 가족 단위의 주말 레저에도 어울리는 차”라는 게 오기소 이치로 한국토요타자동차 사장의 말이다. 즉 RX330은 `도시형 SUV"라고 할 수 있다.
▲가격
기본형인 L그레이드가 6,270만원이다. 각종 안전장비와 첨단 장치들이 고스란히 기본 장착된다. 이 보다 윗급인 P그레이드에는 선루프와 마크레빈슨의 프리미엄 사운드시스템이 더해진다. 가격은 6,530만원. 예전 모델인 RX300은 6,300만원이었다.
연비는 7.4km/ℓ. 상시 4륜구동 방식임을 감안하면 연비가 나쁘다고 할 수는 없는 수준이다. 럭셔리 SUV인 렉서스 RX330을 타고 싶다면 이 정도는 감수할 수 있어야 한다.
오종훈 기자
ojh@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