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섭 : 베를린 공과대학 자동차공학과 박사과정]
연료전지란 산소와 수소를 연료로 사용, 전기에너지를 공급하는 동력기관이다. 따라서 연료전지에서 나오는 전기에너지로 전기모터를 작동시켜 바퀴를 구동하는 자동차를 연료전지차라고 한다. 결국 연료전지의 목적은 전기모터에 전기를 공급해주는 것이다.
전기모터는 낮은 회전수에서도 높은 회전모멘트를 갖는 특성 때문에 특히 자동차의 동력기관으로 바퀴를 구동하는 데 가장 이상적이다. 드라이브 저항이 큰 기차나 지하철, 궤도열차 등은 구동기관으로 전기모터를 쓴 지 이미 오래다. 기차도 디젤엔진이나 기타 피스톤엔진을 사용하지 않느냐고 반문할 지 모르나 사실은 디젤엔진이 직접 기차바퀴를 굴리는 게 아니다.
디젤엔진은 전기에너지를 얻기 위한 발전기를 가동하기 위해 존재한다. 기관차의 디젤엔진이 발전기를 돌리고, 발전기에서 얻은 전기로 전기모터를 돌려 기차의 바퀴를 굴린다. 결국 기존의 기차를 전철화한다는 얘기는 디젤엔진이나 다른 피스톤엔진을 쓰지 않고 직접 전기선에서 전기를 공급받아 기차를 움직인다는 뜻이다. 고정적으로 풍부한 전기를 공급받을 수 있으므로 기차의 출력을 높이고 고속으로 달리는 데 유리해 고속전철로도 불린다.
궁극적으로는 전기모터가 자동차의 동력기관이 될 것이라는 게 많은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그래서 휘발유나 디젤을 태워 동력에너지를 얻는 기존의 엔진 대신 전기모터를 사용하는 전기차가 개발됐다. 전기모터는 전기에너지를 저장했다가 전기모터에 전기를 공급해주는 배터리의 성능에 따라 전기차의 운행범위와 동력성능이 결정된다. 운행범위란 배터리 용량에 따라 배터리를 재충전해줘야 하는데 배터리의 성능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그러나 1회 충전으로 운행할 수 있는 최대거리가 평균 80km로 최대 200km를 넘지 못해 장거리 운행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된다.
배터리의 충전시간이 길다는 것도 결정적인 단점이다. 휘발유는 40리터를 주유하는 데 길어야 5분이면 충분하다. 더구나 이 정도의 휘발유량이면 연비가 좋은 소형차의 경우 500km 이상을 달릴 수 있다. 반면 배터리는 한 번 충전하려면 아무리 퀵차지시스템을 써도 적어도 4~5시간은 족히 걸리고, 운행범위도 200km를 넘지 못해 기존 내연기관차와는 경쟁이 되지 못한다. 그러나 환경보호라는 측면과 이상적인 견인력이라는 방향에서 본다면 전기차에 대한 평가는 달라진다.
전기차의 성능은 결국 배터리 성능에 좌우된다고 볼 수 있는데, 현존하는 그 어떤 배터리로도 동력성능과 운행범위에서 기존 내연기관차와 비교할 수 없다. 전기 공급선과 직접 연결되지 않는 한 배터리로는 분명 한계가 있어서다. 뿐만 아니라 배터리의 수명과 재활용 그리고 충전을 위한 사회적 인프라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아 획기적인 성능의 배터리가 개발되지 않는 한 당분간 전기차의 경쟁력은 미약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기존의 배터리를 대체할 수 있는 연료전지가 차세대 에너지 보급원으로 각광받으며 등장했다. 연료전지란, 쉽게 설명하자면 배터리에 연료를 사용해 지속적으로 전기에너지를 공급해줄 수 있는 에너지 교환기다. 동력 발생과정에서 연료를 태우는 연소과정이 생략돼 산소가 없거나 희박한 항공우주분야에 먼저 응용됐다.
연료전지는 수소와 산소를 화학반응시켜 물이 되는 과정에서 전기에너지를 얻는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그래서 연료전지에서 화학반응으로 전기에너지를 얻는 과정은 순수한 물과 반응열만 배출한다. 이렇게 나온 물을 태양열 등을 이용, 다시 전기분해하면 산소와 수소를 얻을 수 있어 완벽한 무공해 에너지인 셈이다. 무엇보다 연료전지는 수소 연료에 내재된 화학에너지를 태우지 않고 직접 전기에너지로 변환해줌으로써 CO, HC, NOx, 등 유해 배기가스와 PM, CO2 등 공해 오염물질의 방출은 물론 작동에 있어 소음이나 진동이 거의 없다.
연료전지는 지금까지 알칼린(AFC:Alkaline Fuel Cell), 인산(PAFC), 몰텐 카보네이트(MCFC:Molten Carbonate FC), 솔리드 옥시드(Solide Oxide FC) 등 작동온도에 따라 여러 방식의 연료전지가 개발돼 경제성이 그리 중요하지 않은 항공우주분야나 잠수함, 열병합발전소 등에서 응용돼 왔다. 자동차에는 크기가 작아도 효율이 크게 떨어지지 않고 작동온도가 섭씨 80도 정도인 양자교환막시스템(PEMFC:proton exchange membrane fuel cell) 방식이 가장 적합한 것으로 판명됐다.
벤츠를 비롯한 대부분의 메이커들이 PEM 방식의 연료전지를 승용차의 원동기로 연구개발하고 있다. PEM 방식의 연료전지는 아주 얇은 폴리머박막의 양쪽을 백금(Platin)으로 코팅한 막(membrane)이 있다. 바로 이 막에 코팅한 백금 때문에 연료전지의 값이 비싸다. 막을 사이에 두고 음극엔 수소를, 양극엔 산소를 보내면 음극의 수소가 촉매막을 통과하면서 이온화돼 양전자를 방출하고 양극에는 전자가 부족해져 전압이 발생, 전류가 흐르게 된다.
이렇게 얻은 전기에너지를 배터리에 저장했다가 전기모터를 이용, 자동차의 바퀴를 구동하는 데 쓰면 연료전지-배터리 하이브리드카가 된다. 이미 널리 알려진 내연기관- 전기모터 방식의 하이브리드와 더불어 또 다른 종류의 하이브리드카가 탄생할 수도 있는 것이다.
다른 연료전지와 마찬가지로 PEM 방식의 연료전지도 산소와 수소를 연료로 사용한다. 산소는 공기중에서 곧바로 얻을 수 있으나 수소는 높은 압력의 가스 상태나 아주 낮은 온도의 액체 형태로 사용해야 하는데, 저장과 운반에 따른 비용이 많이 들고 안전에 문제가 있어 실용화에 어려움이 따른다. 물론 메탈분자 사이에 수소를 저장했다가 열을 가하면 수소분자가 튀어나오는 원리를 이용한, 안전성이 보장되는 메탈 하이드리드(Metalhydrid)도 있으나 아직은 출력밀도가 낮고 무게가 무거워 자동차에 적용하기엔 무리다.
현대자동차가 개발했다는 압축수소는 가스 상태의 수소를 압축, 저장하기 위해 300바 정도의 고압탱크를 써야 한다. 독일 오펠이 제작한 하이드로겐1의 연료전지차는 액화수소를 저장하기 위해 섭씨 -253도를 유지할 수 있는 절연탱크인 크리요-탱크(Kryo-Tank)를 활용했다. 엄청난 부피의 고압탱크와 액체수소의 기화성으로 인한 손실이 큰 절연탱크는 운영경비는 물론 충전을 위한 사회적 인프라도 갖춰져 있지 않아 현재로선 수소를 자동차의 연료로 이용하기에 경제성이 거의 없다.
그래서 그 대안으로 석유나 천연가스, 메탄알콜 등을 자동차에서(on board) 직접 변환(reform)해 수소를 뽑아 쓴다는 개념의 리포머(reformer) 연료전지차가 개발됐다. 특히 메탄올을 직접 연료전지의 양극에 연결해 프로톤을 생성시키는 DMFC(direct methanol fuel cell)는 메탄올을 변환해주는 변환기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메탄올 변환기를 사용하는 방식은 변환기에서 메탄올을 물과 반응시켜 수소를 얻는 과정에서 부가적으로 생성되는 일산화탄소를 산화정화장치를 통해 이산화탄소로 바꿔 대기로 배출한다. 각 자동차회사는 그 나름의 컨셉트에 따라 벤츠와 폴크스바겐, 토요타, 다이하쓰 등은 메탄올에서 수소를 뽑아 쓰는 전략을, 현대와 포드는 고압 압축수소탱크, 크라이슬러는 휘발유를 변환해 수소를 얻는 방법 등을 연구하고 있다.
지금까지 각 업체에서 프로토타입으로 만든 연료전지차는 벤츠의 넥카(Necar)시리즈를 필두로 GM의 프리셉트(Precept), 오펠의 자피라 하이드로겐1, 포드의 포커스와 몬데오를 기본으로 제작한 NK FC5와 P2000 HFC, 혼다의 FCX, 닛산의 연료전지-전기차(FCEV), 다이하쓰의 무브(Move) EV-FC, BMW 7시리즈 등이 있다.
이 중 BMW 7시리즈는 기존 피스톤 엔진에 수소를 연료로 쓰는 수소엔진이다. 다만 기존의 배터리 대신 IFC(international fuel cells)의 연료전지를 부가적으로 장착, 내부의 전기에너지를 공급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즉 정식 연료전지차가 아니라 휘발유엔진에 휘발유 대신 수소를 연료로 사용하고 연료전지를 배터리 대신 썼다는 게 다른 연료전지차와 다른 점이다.
시제품을 통한 홍보 못지 않게 실용화를 위한 개발과 연구도 치열하다. 벤츠는 포드와 함께 캐나다의 연료전지제작업체인 발라드파워(Ballard Power System)와 공동으로 DBB fuel cell Engine GmbH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이 회사는 본격적인 연료전지차 개발에 착수, 7년 안에 양산을 위한 시제품을 공개할 것이라고 한다. 연료전지차의 선두주자요, 확실한 기술을 보유했다는 벤츠도 실용화에 대해서만큼은 그리 크게 자신이 없는 지 매년 발표하는데도 실용화 시점은 언제나 7년 내지 8년 후라고 한다.
실용화의 가장 큰 걸림돌은 아무래도 연료전지가 너무 비싸서다. PEM 방식의 연료전지에는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백금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독일의 지멘스는 연료전지의 생산가를 낮추기 위해 PEMFC의 백금을 대체할 금속 개발에 주력하고 있으며 연료전지의 대량생산공정 자동화를 연구하고 있다.
연료전지는 화학반응을 통해 전기에너지를 얻는다고 "차가운" 연소기관이라고 불린다. 그러나 연료전지는 세계 유수의 자동차회사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극도로 "뜨거운" 경쟁이 살벌하게 진행되는 연구개발분야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