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브 9-3 컨버터블, 벗고 달리며 맛보는 빵빵한 성능

입력 2003년09월14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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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버터블은 용기있는 자만이 탈 수 있는 차다. 나를 드러낼 자신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도로 위에서 쏟아지는 타인들의 시선을 느긋하게 즐길 자신이 없으면 지붕을 벗겨낸 컨버터블의 운전대를 잡지 않는 게 낫다. 소프트톱을 씌운, 그래서 하늘이 가려진 컨버터블은 답답하기 짝이 없다. 화창한 날씨지만 타인들의 시선을 감당하지 못해 지붕으로 하늘을 가리고 달려야 한다면 참 딱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사브 9-3 컨버터블을 만난 건 지긋지긋한 비 사이에 잠깐 해가 비치던 날이었다. 빨간색 차체에 검정색 소프트톱이었다. 강렬한 빨강은 역시 컨버터블에 어울린다. 사브는 스웨덴 메이커지만 컨버터블은 핀란드공장에서 만들어진다. 겨울이 긴 북구에서 굳이 컨버터블이 필요했을까. 수출 전략모델임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사브의 주력시장인 미국에 맞춘 모델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익스테리어&인테리어
사브는 알차고 단단한 느낌을 준다. 디자인과 성능이 그렇다. 컨버터블이면서도 4인승으로 합리적인 공간도 확보했다. 넉넉하진 않지만 2인승의 좁은 공간에 비하면 아쉬울 정도는 아니다. 대개의 컨버터블 모델은 소프트톱을 씌우면 실내공간이 좁게 느껴진다. 머리 윗공간이 어른 주먹하나 들어가기 힘든 경우도 많다. 9-3 컨버터블은 헤드클리어런스가 충분하다. 주먹 서너 개 정도의 공간은 될 듯하다.

정면에서 보는 라디에이터 그릴의 모습, 격자형 송풍구, 센터콘솔 앞에 있는 키박스 등은 다른 메이커의 자동차와 확연히 구분되는 사브만의 것이다. 이런 부문에서 사브의 개성을 느낀다는 이들도 많다.

계기판은 시속 260km까지 표시됐는데 140km 이후부터는 간격이 촘촘하다. rpm 6,000부터 레드존이다.

소프트톱 개폐는 반자동식이다. 먼저 루프 앞부분 중앙에 있는 연결고리를 손으로 풀어준 뒤 센터콘솔 앞에 있는 버튼을 누르면 지붕이 접히며 수납공간으로 들어간다. 지붕이 접힐 때 뒷좌석에 사람이 있으면 곤란한 상황이 벌어진다. 뒷좌석 승객의 머리 앞부분에서 지붕이 접히기 때문이다. 지붕을 여닫을 때는 뒷좌석을 비워야 한다. 여닫는 시간도 그리 빠른 편은 아니다.

*성능
핸들을 잡는 느낌은 참 좋다. 조금 굵은 듯해 손에 꽉 찬다. 묵직한 느낌은 스티어링 휠의 반발력을 통해 느껴진다. 순간적으로 파워 스티어링이 맞나 하는 의문이 들 정도다.

가속 페달을 밟았을 때의 감각도 그랬다. 둔하거나 한 박자 늦는 것은 아니어서 스포츠 세단에 떨어지지 않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차가 조금은 묵직한, 무거운 듯한 느낌은 계속됐다. 누군가 뒤에서 잡아당기는 듯, 무거운 짐을 지고 100m 달리기를 하는 듯한 특이한 느낌이다.

그렇다고 차의 성능, 특히 달리기 성능을 의심할 필요는 없다. 터보에서 폭발하는 150마력의 파워는 필요할 때마다 충분한 힘을 내준다. 순간가속은 물론 추월가속, 시속 200km를 넘보는 고속주행까지 필요할 때 필요 이상의 파워를 경험할 수 있다. 가속 페달을 꾹 밟아 보면 실감할 수 있다. 쭉 뻗어 나가는 가속감은 충분히 위력적이다. 저속에서 부담스럽던 묵직한 느낌은 속도가 높아질수록 오히려 안정감을 준다.

지붕을 덮은 채로 달리면 시속 140km를 넘기면서 운전석 우측 차창으로 풍절음이 귀를 간지럽힌다. 오픈톱으로 달리면 시속 120km까지가 편안하게 운전할 수 있는 범위다. 이를 넘기면서는 바람과, 이로 인한 속도감으로 핸들을 잡은 손과 어깨에 힘이 들어간다. 긴장하는 것이다.

물론 마음을 먹고 달리면 시속 200km를 넘길 수도 있다. 스포츠카라면 모를까, 컨버터블을 탄다면 여유를 부리는 게 더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급하게 빨리 달리는 것보다는 바람을 느끼며 차창 밖 풍경을 감상하는 여유로운 운전이 컨버터블에는 더 어울린다.

주행성능은 마음에 든다. 노면을 단단하게 물고 달리는 게 타이어를 통해 스티어링 휠로 전해지고, 이를 쥐고 있는 손으로 그대로 전달된다. 코너링도 기대 이상이다. 과격한 코너링을 시도했으나 차체는 밀리는 법이 없다. 힘이 과해서일까, 코너를 돌며 가속 페달을 조금 과하게 밟으면 타이어가 소리를 낸다.

*경제성
컨버터블은 같은 모델의 세단보다 당연히 비싸다. 많이 팔리지 않는 틈새상품이거니와 지붕이 없어도 비슷한 안전도를 확보하기 위해 투자해야 할 부분도 많아서다. 사브 9-3 컨버터블은 5,575만원. 등록비까지 따지면 500만원은 더 있어야 한다. 하지만 비싸다고 할 수는 없다. 비슷한 성능을 가진 경쟁 컨버터블과 비교해 보면 더욱 그렇다.

오종훈 기자 ojh@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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