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차로 칭송받는 독일 벤츠에 견줄 수 있는 몇 개의 브랜드 중 하나가 렉서스다. 렉서스는 처음 만들어질 때부터 벤츠를 철저히 벤치마킹한 브랜드다. 언감생심, "타도 벤츠"라는 말을 못했겠으나 적어도 "벤츠만큼"의 품질수준을 맞추기 위해 꽤 신경썼다는 브랜드다. 토요타라는 본명을 놔두고 렉서스라는 그럴 듯한 예명을 쓴 것도 고급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고도로 계산된 결과다.
토요타가 렉서스 뉴 LS430을 국내에 새로 선보였다. 이번 한국에서의 발표가 세계 처음이라고 토요타측은 밝혔다. 풀체인지모델이 아니라 이어모델이긴 하지만 한국에서 첫 발표를 한다는 건 그 만큼 한국시장을 비중있게 본다는 말이다. 탄력을 받기 시작한 국내 수입차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나섰다는 뜻이기도 하다.
▲디자인
"마이너체인지이긴 하지만 실제 변경내용으로는 풀체인지 모델"이라는 게 토요타측의 설명이다. 우선 새 모델은 구형에 비해 커 보인다. 차체 길이를 20mm 늘리고 헤드 램프, 리어 램프와 가니시, 듀얼 머플러 등의 디자인 변경으로 낮고 넓게 보인다.
뒷좌석 승객의 공간은 이 차에서 가장 중요할 지도 모른다. 차 주인을 위한 공간이 될 확률이 높아서다. 냉난방 에어시트, 스윙 타입 독서등, 수납식 대형 화장거울 등이 뒷좌석 전용으로 적용됐다. 이런 고급차를 오너가 직접 운전할 때는 가끔 고용된 운전기사(쇼퍼)로 오해받을 각오를 해야 한다. 특히 한국에서는 더 그렇다.
실내는 고급스럽다. 경망스럽게 말하거나, 떠들거나, 장난치면 안될 것 같은 생각을 들게 한다. 편안한 가죽시트에 쾌적한 환경을 만들어주는 공조장치, 시원하게 펼쳐지는 시야 등이 탑승객들의 마음을 여유롭게 해준다. 품격을 갖춘 실내다.
엔진룸을 여는 순간 "예쁘다"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예쁜 속옷을 잘 갖춰 입어 속살을 감춘 듯 엔진커버가 자칫 어지럽고 지저분하게 보일 수 있는 엔진룸을 깔끔히 정리하고 있다.
▲성능
렉서스, 특히 LS 430을 말할 때는 "소리"를 빼놓을 수 없다. 극도로 절제된 실내의 조용함은 몽환적이기까지 하다. 차창 밖 소리는 아주 멀리인 듯 몽롱하게 들린다. 실내는 바깥 세상과 격리된 듯, 꿈 속인 듯한 분위기는 이 차에서만 느낄 수 있는 독특한 경험이다. 현실인 듯, 과거인 듯, 졸린 듯, 아닌 듯한 실내 분위기에 젖게 된다.
문득 정신을 차리고 액셀 페달을 깊숙히 밟았다. 계기판의 속도계만이 조용히 속도의 변화를 말해줄 뿐 시속 60km나, 80km나, 100km나 그 차이를 확연히 알기는 힘들다.
2t이 넘는 차체는 그리 무겁지 않게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인상적인 건 이번에도 역시 소리다. 굵고 낮은 바리톤 음색을 기대했다. 4.3ℓ의 배기량이면 그래야 할 것 같았다. 그 기대는 순식간에 깨졌다. 이 차의 엔진 가속 소리는 사무라이의 칼울음처럼 얇고 날카롭다.
고급 세단이라고 짐짓 승차감에만 중점을 뒀다고 생각하면 오해다. 293마력 엔진이 6단 자동변속기를 만나 훨씬 효율적이고 부드러우면서도 강해졌다. 자동변속기에 수동의 기능을 더한 시퀀셜 기어는 이제 고급차에선 기본이다. 게이트 방식의 레버를 적용하면 굳이 시퀀셜이 아니어도 수동변속의 맛을 느끼겠으나 6단 변속기이다 보니 게이트홈을 추가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겠단 생각도 든다.
재미있는 사실 하나. 이 차는 열쇠를 사용할 일이 거의 없다. 주머니에 그냥 넣고만 있으면 된다. 이른바 스마트키다. 몸에 지니고만 있으면 잠긴 차문도 열리고, 키를 꽂지 않아도 시동을 걸어 차를 움직일 수 있다. 열쇠없이 모든 게 이뤄지니 아무나 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열쇠없이 차가 움직인다고 아무나 흉내내다간 낭패를 피할 수 없다. 주인이 아니면 차는 꼼짝 안한다. 주인을 알아보는 똑똑한 차다.
뉴 LS430은 안전을 위한 대책도 보강했다. 헤드 램프는 예전보다 훨씬 더 넓은 범위를 밝혀주고 보디의 강성도 높여 측면충돌에 대응하고 있다. 사이드 에어백 용량도 키우고 정면충돌에 대비해 무릎보호 에어백도 달았다.
▲경제성
뉴 LS430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2개 그레이드가 있다. 스마트키, 마크레빈슨 프리미엄 오디오 등이 기본 적용된 L그레이드가 1억700만원, 내비게이션 시스템이 추가된 P그레이드가 1억1,030만원이다. 엔진성능을 높이고 6단 변속기를 사용해 연비는 9.9km/ℓ로 1등급이다. 4.3ℓ 엔진이 이 정도면 우수함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차를 BMW 7시리즈, 벤츠 S클래스와 견줄 때 LS430의 가격 대비 성능에 후한 점수를 주는 이들이 많다. 어쨌거나 눈여겨 봐야 할 대목은 국내 수입차시장에서 유럽차 말고 1억원 넘게 받고 팔리는 모델은 LS430이 유일하다는 사실이다. 렉서스의 경쟁력이 이제 유럽차의 턱밑에까지 차올랐음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시승 : 오종훈 기자 ojh@autotimes.co.kr
사진 : 박형철 기자 photo@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