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 스포츠카의 대명사 머스탱

입력 2003년10월06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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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탱은 원래 미국산 야생마 이름이다. 덩치가 큰 아라비아산 말이 아니라 우리의 조랑말에 가까운, 작지만 빠른 말이다. 당연히 미국산 토종이다.

2차 세계대전 때 독일군의 간담을 서늘케 했던 전투기 P-51도 머스탱으로 불렸다. 6.25 전쟁에서도 머스탱의 활약은 눈부셨다. 머스탱을 한국식으로 발음하면 무스탕이되면서 가죽재킷을 칭하는 이름이 되기도한다. 전투기 머스탱 조종사들이 입었음직한 가죽재킷을 부르는 무스탕이 되는 것이다.

머스탱은 GM의 코르벳과 함께 미국 대중 스포츠카의 양대 산맥을 이룬다. 50년대에 만들어진 코르벳과 60년대에 개발된 머스탱은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 오며 미국산 스포츠카의 역사를 현재진행형으로 쓰고 있다. 정확히 머스탱이 처음 나온 때는 1964년. 올해로 39년이 되는 셈이다.

처음 머스탱을 기획하고 만들어낸 사람이 바로 리 아이아코카. 훗날 궁지에 몰린 크라이슬러를 일으켜 세운 이다. 머스탱이 히트를 치면서 아이아코카는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하는 발판을 얻게 된다. 머스탱이라는 이름에는 이 처럼 시공을 넘나드는 역사의 향기가 묻어 있다. 역사를 가진 차는 어딘지 모르게 멋있어 보이고 신뢰가 간다.

머스탱이 국내에 다시 소개됐다. 디자인과 성능을 보강하고 아메리칸 스포츠카의 향수에 젖어 있는 이들 앞에 다시 나타난 것이다.

▲디자인
조랑말 머스탱은 왜소하지만 스포츠카 머스탱은 덩치가 크다. 유럽의 스포츠 컨버터블에 비한다면 아이와 어른 차이라고 할 정도. 이 때문에 머스탱의 이름 앞에 "전형적인 미국 스포츠카"라는 수식어를 붙이게 된다. 여유있고 넉넉한 크기는 바로 풍요로운 미국의 상징이기도 하지 않은가.

공기흡입구가 큼지막하게 자리잡고 그 옆으로 직선과 각으로 처리된 보닛은 강한 인상을 풍긴다. 야생마 머스탱을 그린 엠블럼은 라디에이터 그릴에 당당히 자리잡아 이 차의 정체를 밝혀주고 있다. 이마에 이름표를 떡하니 붙여 "나 머스탱이야"하는 것 같다.

리어램프의 디자인은 역동적이다. 전체적으로는 하나로 통합된 컴비네이션 램프지만 세로로 3분할된 구도로 동적인 느낌을 강조하고 있다. 뒤에는 범퍼 한가운데에 진짜 이름표를 큼지막하게 달았다. 대단한 자신감으로 읽힌다. 얼마나 자랑스러웠으면 이렇게 큼지막하게 이름을 새겨 넣었을까.

조수석 대시보드의 면 처리가 매우 독특하다. 오목하고 둥그렇게 안으로 파고들게 면을 구성해 포근한 느낌을 준다. 그러나 대시보드 윗면과 만나는 선이 선명한 각을 이루고 있어 눈에 거슬린다. 안전과는 큰 상관이 없겠지만 대시보드에 각이 살아 있는 건 아무래도 불안함을 안겨준다.

머스탱은 2도어다. 뒷좌석 승하차까지 고려해 옆문은 넓게 만들었다. 좁은 주차장에서는 문을 열고 타고 내리는 게 종종 불편하다. 같은 공간에서 문을 열어도 머스탱의 문이 더 커서 사람이 드나드는 공간은 좁다.

엔진룸을 보는 순간 조그만 쇼크를 받았다. 전혀 정리되지 않은 엔진룸이 드러나서다. 고급차, 특히 수입차의 엔진룸이 잘 정돈되고 대개의 경우 엔진커버까지 적용해 단정하고 산뜻한 느낌을 주는 데 반해 머스탱은 그런 기대를 한순간에 날려버렸다. 노팬티 차림의 적나라한 모습을 보는 듯 민망하기까지 하다.

▲성능
운전석에 자세를 잡고 앉았다. 스포츠카의 운전석은 어떤 차가 됐든 그리 편한 편이 못된다. 머스탱 역시 마찬가지다. 고급 세단의 다양한 편의장치에 길들여졌다면 이 차에서 느끼는 불편은 더 크다. 전동식 시트라고는 하지만 앞뒤로 슬라이딩되는 정도일 뿐 등받이는 레버를 당겨 조종하는 수동식이다.

변속레버의 위치도 오른쪽 앞쪽이어서 멀다. 센터페시아의 아래쪽에 파고든 공간에 변속레버를 위치시켰다. 가속 페달과 핸들의 위치에 맞춰 시트를 세팅하면 변속레버가 멀어진다. 변속레버에 맞춰 당겨 앉으면 이 또한 어색한 자세다. 롱다리에 팔도 긴, 키 큰 미국인이라면 모를까 그렇지 않은 체형의 사람에겐 자세를 잡기부터가 쉽지 않다.

스포츠카란 게 원래 불편함을 벗삼아야 하는 것. 안락하고 편안함을 찾는다면 스포츠카보다는 럭셔리 세단을 사야 할 것이라고 위로해 본다.

핸들 아래로는 왼쪽에만 레버가 있고 흔히 와이퍼용으로 사용되는 오른쪽 레버는 생략됐다. 오른쪽 레버 하나로 상향등, 방향지시등, 와이퍼를 모두 조작한다. 대신 헤드램프 버튼을 별도로 만들었다.

지붕을 벗겨냈다. 주차브레이크를 당긴 뒤 지붕과 A필러 사이에 있는 두 개의 연결 장치를 풀고 버튼을 누르면 금방 지붕이 접힌다. 탁 트인 가을하늘이 머스탱 컨버터블을 반긴다.

가속 페달을 살짝 밟아 머스탱의 으르렁거리는 엔진소리를 들었다. 음폭이 꽤나 넓고 굵다. 깊이 밟으면 숨소리는 더 거칠어진다. 다이내믹한 엔진소리는 스포츠카를 운전하는 즐거움 중 하나다. 그러나 차체의 거동은 그리 민감한 편이 아니다. 엔진 소리는 커지는데 차체가 탄력을 받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했다. 덩치가 커서 민첩하게 움직이는 데 부담을 느낄 정도다.

일단 탄력을 받고 본격적인 가속이 시작되면 머스탱 컨버터블의 진수를 느끼게 된다. 심장을 건드리는 엔진소리, 차 안팎을 넘나드는 가을바람, 시속 180km를 넘나드는 쾌속질주. 들판을 질주하는 조랑말처럼 도로 위를 달리는 머스탱에겐 거칠 게 없다.

실내에서 삐걱이는 잡소리가 들리는 건 의외였다. 패인 곳이나 과속방지턱 등을 지날 때 대시보드 안쪽에서 삐걱대는 소리가 가끔 들렸다. 어딘가 덜 조이고 꽉 맞지 않은 듯한 엉성한 느낌, 덩치만 컸지 속이 덜 찬 서양 사람을 보는 듯했다. 고급 스포츠카이기 보다는 대중 스포츠카로 봐야 하는 만큼 최고급 품질에 기준을 두면 안될 듯하다.

▲경제성
머스탱을 시승하면서 버릇이 하나 생겼다. 풀가속을 하고 나서 반드시 계기판의 연료게이지를 보게 되는 것. 연료가 바닥나는 게 눈에 보이는 듯해서다. 제원표에는 이 차의 연비가 8.7km/ℓ로 표기됐다. 3,000cc를 초과하는 8군에서 1등급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하지만 체감연비는 훨씬 좋지 않다. 절반을 가르키던 연료게이지가 100km도 채 달리지 않아 경고등이 들어왔다. 엄청난 식욕은 역시 미국차다웠다.

판매가격은 4,380만원. 유럽차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스포츠 컨버터블을 장만할 수 있다는 매력이 있다. 컨버터블이 아닌 쿠페는 3,880만원으로 더 싸다. 확실히 가격경쟁력은 있다.

저렴한 가격, 무난한 성능, 멋있는 디자인. 머스탱은 대중차메이커의 원조인 포드가 만드는 차답게 철저하게 대중성에 초점을 맞춘 스포츠카로 봐야 할 듯하다.

시승/ 오종훈 기자 ojh@autotimes.co.kr
사진/ 박형철 기자 phot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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