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만의 변화, 여전히 부드럽고 강한 뉴체어맨

입력 2003년10월13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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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철학의 명차"를 캐치플레이즈로 내걸고 쌍용자동차의 체어맨이 모델변경을 했다. 체어맨은 97년에 첫 데뷔한 이후 6년여 동안 고급 승용차 시장에서 나름대로의 위치를 굳힌 모델이다.

체어맨은 "RV 명가"로 불리는 쌍용자동차가 종합 자동차 메이커로의 도약을 꿈꾸며 야심차게 진행했던 W카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다. 시간은 흘러 쌍용을 둘러싼 환경은 많이 변했지만 체어맨은 여전히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97년 10월에 열렸던 이 차의 첫 발표회 자리에는 임창렬 당시 통상산업부 장관, 김석준 쌍용그룹회장, 김석원 그룹고문, 정세영 현대자동차명예회장, 정몽규 현대자동차 회장, 김태구 대우자동차회장 등이 자리를 함께 했다. 이들의 자취는 지금 업계에서 찾을 수 없지만 체어맨은 여전히 시장에서 사랑받는 모델로 장수를 누리고 있다.

쌍용은 뉴체어맨을 발표하면서 "100년"을 강조하고 있다. 쌍용자동차의 역사라고해봐야 20년이 채 안된다. 신진지프를 거쳐 하동환자동차까지 거슬러 올라가봐야 50년도 안된다. 그런데 뜬금없는 100년 소리에 의아해진다. 100년을 내다보고, 100년의 한국자동차 역사를 새롭게 이끌 차라는 설명이 있지만 진짜 속내는 100년 전통의 벤츠 기술로 태어난 차임을 강조하고 싶어서다. 벤츠가 설계한 엔진임을 내세워 벤츠의 이미지를 차용하는 셈이다. 모델 체인지를 했지만 정작 강조되는 것은 변화와는 상관없는 예전 그대로인 "엔진"이다.

▲디자인
대부분의 부분모델 변경이 그렇듯 이번 뉴 체어맨 역시 디자인 변화가 가장 크게 와 닿는다.
뉴체어맨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헤드램프다. 마치 쌍커풀 수술을 한 듯 눈이 커졌다. 총명하고 예쁘게 보인다. 덩치도 커졌다. 600S를 기준으로 차체 길이가 80mm가 늘었다. 더 여유있는 공간을 확보한 셈이다. 에쿠스 보다도 길다.
뉴체어맨은 더 이상 왜소해 보이지 않았다. 기존 체어맨이 차급에 비해 왜소해 보인다는 지적은 이제 더 이상 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옆에서 이 차를 보면 앞 창은 환하고 뒷창은 짙게 선팅이 됐다. 이른바 프라이버시 글라스다. 옆면은 사이드가니시를 덧대 투톤처리를 했다. 투톤에 대해서는 소비자마다 취향이 다르다. 싱글정장과 콤비에 대한 선호도가 다른 것과 마찬가지다. 인테리어는 럭셔리급 세단에 걸맞게 고급스럽다. 거의 모든 소재에서 광택을 제거해 요란스럽지 않고 차분한 고급스러움으로 꾸몄다.

계기판은 디지털과 아날로그 방식, 이중으로 표기된다. 운전자가 편한 방식으로 선택할 수 있다. 평균 차속도, 주행시간, 주행거리 등을 손쉽게 볼 수 있다.

체어맨 정도의 럭셔리급 세단은 뒷좌석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다. 오너를 위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이른바 VIP 공간이다. 시트백 테이블, 전동안마기, 레그 서포터 등 각종 편의장치가 집중됐다. 뒷좌석을 위한 LCD 모니터가 추가돼 다양한 기능을 즐길 수 있다. 실내의 구석구석을 살피다보면 이곳저곳 신경을 많이 쓴 흔적을 보게 된다.

▲성능
뉴체어맨은 부드럽고 강했다. 가속페달을 밟으면 이를 체험할 수 있다. 속도를 빠르게 높여가지만 그렇다고 요란스럽게 소리를 내지는 않는다. 조용히, 하지만 강력하고 빠르게 속도가 빨라진다. 무늬만 스포츠카인 차들보다 훨씬 스포츠카다운 기분을 느낄 수 있을만큼 다이내믹한 움직임이 인상적이다.

시속 140km를 넘기면서도 실제 속도를 체감하기 힘든 것은 실내가 매우 조용해서다.
사실 체어맨의 성능이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 엔진을 비롯한 파워트레인에서 이렇다할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굳이 성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변화를 찾자면 휠베이스와 차체가 길어진 정도다. IECS(인텔리전트 일렉트로닉 컨트롤 서스펜션)의 진보도 한 몫을 한다. 첨단 센서를 추가, 차의 자세를 더욱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 결과 노면 상황의 변화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차가 마치 공중에 매달려서 달리는 듯(스카이훅) 안정적이라고 쌍용측은 설명한다.

급회전을 하면 ESP가 작동하면서 차가 자동제어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급코너를 돌 때처럼 차체의 거동이 불안정한 상황에서는 가속페달을 깊게 밟아도 차체는 달려나가지 않는다. 차체가 일단 안정된 자세를 회복하고 나서야 달려나간다. 혼란하고 불안한 상황을 ESP가 수습해주는 것이다. 이는 뒷바퀴 굴림의 약점을 보완해준다.

FR 방식은 급코너를 돌아나갈 때 언더스티어 현상을 보이다가 어느 순간 급격하게 오버스티어로 변하는 특성이 있다.IECS와 ESP는 차체가 이런 극한 상황으로 치닫는 것을 막아준다. 브레이크 보조장치도 있어 급제동할 때 제동력을 크게 만들어준다. 그만큼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 노약자가 운전할 때 큰 힘이 된다.

변속기를 후진으로 하면 차가 후진하는 뒷부분 모습이 내비게이션 모니터에 나타난다. 양쪽 사이드 미러와 모니터를 보면서 정확하고 안전하게 차를 주차시킬 수 있다. 7.1 채널과 13개의 스피커가 빚어내는 소리는 환상적이다. 소리에 민감한 이들은 욕심을 낼 수밖에 없는 오디오 시스템이다.

게이트 방식의 변속레버는 각 레인지별로 정해진 위치가 있어 마치 수동변속기처럼 변속하며 운전할 수 있다. 그만큼 다이내믹한 맛을 낼 수 있어서 이 방식을 좋아하는 이들이 많다. 아쉬운 점은 변속레버를 움직일 때의 느낌이 그리 고급스럽지 않다는 점이다. 특히 D에서 4레인지로 움직이면 레버가 부딪히는 소리가 전혀 걸러지지 않고 들린다. 고무나 패드 등을 처리해 놓으면 소리가 훨씬 부드럽고 작아질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절세미녀의 이빨 사이에 낀 고춧가루를 보는 기분이 이럴 지 모르겠다.

▲경제성
뉴체어맨의 연비는 ℓ당 7.7km로 2등급이다. 경쟁 모델들보다 연비가 우수하다고 쌍용측은 강조한다. 최고출력은 220마력으로 동급 6기통 엔진보다 높다. 배기량이 3.2ℓ지만 3.5ℓ인 에쿠스 V6 3.5보다도 힘이 세다. 몸무게, 즉 공차중량은 오히려 경쟁차종들에 비해 가볍다. 힘이 세고 무게는 가벼우니 연비가 좋을 수밖에 없다.

뉴체어맨의 가격은 3,250만원부터 6,350만원까지다. 모두 4개 차급 7개 모델로 라인업을 구성하고 있다. 엔진은 2.3, 2.8, 3.2ℓ 세종류로 벤츠가 설계한 제품이다.
쌍용은 벤츠를 강조하지만 소비자들은 쌍용을 본다. 다행히 쌍용은 법정관리중에 꾸준히 경영실적이 좋아지면서 그 이미지를 개선시켜 나가고 있다. 하지만 쌍용은 여전히 벤츠의 이미지를 앞으로 당분간은 차용할 것으로 보인다.

몇 년쯤 후가 될 지 모르겠지만 체어맨이 풀체인지를 할 때에는 벤츠의 그림자를 걷어내고 당당히 쌍용임을 자랑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100년 철학을 강조한다고 체어맨이 벤츠가 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시승/ 오종훈 기자 ojh@autotimes.co.kr
사진/ 박형철 기자 phot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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