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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풍을 배경으로 서 있는 시승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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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짐 싣고 내리기 편한 넓은 트렁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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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전석과 그 주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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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어트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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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앰블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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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5/45R17 타이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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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좌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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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뒤좌석은 좁은 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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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깔끔하게 정돈된 계기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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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센터페시아와 변속레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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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기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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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전석은 다양한 조절장치와 스위치들로 둘러 쌓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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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룸미러와 실내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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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넓게 열리는 선루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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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개의 원형 헤드램프는 E클래스의 특징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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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뒷좌석에도 각각 헤드레스트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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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 낙엽, 그리고 벤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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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똑똑한 서스펜션이 차체를 제대로 잡아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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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나게 달리는 벤츠 E500. |
벤츠 E클래스는 BMW 5시리즈, 아우디 A6 등과 함께 프리미엄급 세단 중 최고 모델군을 형성한다. 그 가운데 최고 모델을 꼽으라면 단연 E500이다. 배기량, 가격 등에서 견줄 차종이 없다. 바로 이 최고의 프리미엄 세단이 오늘 탈 차다.
E클래스가 첫선을 보인 건 지난 47년. 벌써 60년 가까이 명맥을 이어오는 차다. 이 쯤되면 최장수 모델이거나 그 중 하나가 될 것이다.
E500은 몇 가지 면에서 주목받는다. 우선 7단 자동변속기인 7G 트로닉이 눈길을 끈다. 6단도 아니고 7단이다. 7단 변속기를 일반 승용차에 달기는 이 차가 처음이다. 변속기의 단수가 높아지면 기계적으로 복잡해지는 대신 동력전달효율이 좋아진다. 예를 들어 시속 200km까지 달린다고 하면 5개의 기어보다 7개의 기어를 활용하는 게 훨씬 효과적이다.
당연히 같은 힘을 발휘할 때 소모되는 연료량도 적어진다. 최적의 기어가 물리기 때문에 소음과 진동면에서도 유리하다. 물론 순간 가속성능도 좋아진다. 무엇보다 "7단 변속기"라는 단어 자체가 주는 강한 이미지는 무시할 수 없는 효과다. 6단 변속기조차 제대로 보급이 안된 마당에 과감하게 7단 변속기를 적용했다는 사실에 새삼 놀라게 된다.
그러나 아쉽게도 시승차는 5단 변속기 장착 모델이다. 7단 변속기와의 만남은 조금 더 뒤로 늦춰야 했다. 7단 변속기를 가장 큰 특징으로 하는 모델인데 정작 중요한 "거시기"가 빠진 차를 타게 된 셈. 앙꼬없는 찐빵인 셈이다.
E500이 주목받는 또 하나의 이유는 배기량이다. 거침없이 키운 배기량은 독일차라기보다 미국차같은 인상을 준다. 파워를 키우기 위해 유럽이나 일본메이커들은 DOHC, 터보차저 등을 장착하는 경향이 강하다. 미국업체들은 간단히 배기량을 키운다. 그런 면에서 5.0 엔진을 얹은 이 차는 미국차같다. 유럽 차, 특히 독일차에게 미국차 같다는 건 듣기 좋은 소리는 아니다.
▲디자인
뉴 E클래스는 언뜻 보면 쿠페같다는 느낌이 든다. E500이 다른 E클래스와 다른 점을 알려면 위에서 내려다 보면 된다. 지붕의 대부분이 유리로 돼 있어 실내에서 느끼는 개방감이 훨씬 크다. 넓게 열리는 선루프도 시원하다. 유리를 가리면 보통 E클래스의 실내가 된다.
운전석에 앉으면 왼쪽 도어트림에서부터 오른쪽 센터페시아까지 아주 많은 스위치와 레버들이 운전자를 감싼다. 그 모든 스위치들의 기능과 작동법을 하나하나 정확히 알고 조작하기 위해서는 따로 공부를 해야 할 것 같다. 차고 높이조절, 서스펜션 강도조절 등의 장치가 눈에 띈다.
시트는 최고다. E500의 시트는 운전자의 몸을 제대로 잡아준다는 게 어떤 건지 확실히 보여준다. 차가 오른쪽으로 돌아나갈 때 운전자의 왼쪽 옆구리쪽이 부풀면서 기우는 몸을 지지해준다. 반대쪽일 때도 마찬가지다. 코너에서 운전자세가 흐트러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 차에서는 그럴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걸음마를 시작한 어린아이가 넘어질까 보살피는 엄마처럼 운전자의 불안한 자세를 잘 받쳐줬다.
운전석 공간은 부족하지 않다. 반면 뒷좌석 공간은 그리 넉넉하지 않다. 뒷바퀴굴림이어서 한가운데를 가로지는 센터터널이 그나마 좁은 공간을 더 좁게 만든다. 뒷좌석에 앉으면 이 차가 배기량 5.0ℓ급의 고급 세단이 맞나 의문이 들 정도다.
▲성능
이 차는 306마력의 힘을 가졌다. 실제 주행중에 느끼는 파워는 대단했다. 가속 페달을 꾹 밟으면 5단에서 3단으로 시프트다운이 되며 총알처럼 튀어 나간다. 시트가 승객의 몸을 밀어내는 것처럼 가속력이 대단했다. 그 같은 가속력은 시속 200km를 넘어서면서도 줄어들지 않았다. 차창을 열어 손을 옆으로 내밀면 그대로 날아오를 듯 했다.
좀처럼 경험하기 힘든 파워를 오랜만에 느꼈다. 물론 그 파워의 실용성에는 의문이 남는다. 실생활 속에서 이 처럼 막강한 파워를 쓸 일이 얼마나 있겠느냐는 것이다. 천하의 벤츠라고는 하지만 실용성을 아예 무시할 수는 없지 않을까.
7단이 아닌 5단 변속기지만 성능은 훌륭했다. 변속충격은 아예 느껴지지 않았다. 수동변속 모드도 앞뒤가 아닌 옆으로 툭툭 밀면 되는 방식이어서 편했다.
아스팔트 도로에서 이 차는 조용함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시속 100km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160km를 넘나들면서도 바람소리, 엔진소리, 노면소리 등이 소근거리듯 들린다. 전혀 거슬리지 않는 수준. 다만 시멘트 도로인 서해고속도로에서는 노면소음이 하체를 타고 실내로 유입됐다.
서스펜션은 에어매틱 시스템이 적용됐다. 상황 대처능력이 더 뛰어난, 똑똑해진 서스펜션이다. 엄마같은 시트가 운전자 몸을 받쳐주듯 똑똑해진 서스펜션은 직선로, 와인딩로드, 고속, 저속, 거친 노면, 젖은 길 등 수시로 변하는 도로조건에 맞춰 최적의 자세로 차가 달릴 수 있게 해줬다.
▲경제성
고급차일수록 경제성은 약하다. 경제성이란 게 이것저것 따져 합리적으로 계산해야하는 것인데 고급 세단은 그런 계산 앞에서 무력해진다. "고급"이라는 말에는 "비경제적" 이라는 의미가 포함돼 있다. 고급은 비싸고, 비싸면 비경제적이다.
E500의 가격은 1억2,750만원이다. S클래스의 아랫급 모델들과 비슷한 가격대다. E클래스와 S클래스를 연결해주는 모델로 자리매김하는 차종으로 보면 틀림없겠다.
그러나 의문은 남는다. E500을 고를 만한, 꼭 이 차이여야 하는 이유를 찾기가 쉽지 않다. 왜 E500을 택할까. E500이 힘이 좋다고는 하지만 E320만 해도 파워는 충분하다. E클래스의 최고급 모델이라 이 차를 산다면 벤츠의 최고급 차종인 S클래스를 탈 확률이 더 높지 않을까. 5.0ℓ가 주는 부담감도 적지 않다. 자동차세도 그렇다.
E500은 첨단 장비들을 장착하고 탁월한 성능을 보여주는 좋은 차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시장에서의 위치는 앞서 지적한 이런저런 이유로 어중간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시승/오종훈 기자 ojh@autotimes.co.kr
사진/박형철 기자 photo@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