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코리아가 자사 볼륨모델인 뉴 5시리즈의 판매부진 때문에 마음고생이 심하다. 본사 영업 담당자들은 판매를 늘리기 위해 연일 딜러들을 독려하지만 생각대로 숫자가 오르지 않는다. 몇 년간 수입차시장의 베스트셀러였던 5시리즈가 BMW의 기대만큼 팔리지 않는 이유는 뭘까.
경기가 좋지 않다는 요인도 있고, 너무 상급 모델을 처음에 내놓는 바람에 가격이 비싸 수요층이 좁아졌다는 분석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할인판매를 하지 않기 때문이란 게 일반적인 판단이다. 실제 BMW는 5시리즈 출시 후 딜러들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던졌다. 5시리즈의 할인사례가 드러나면 최악의 경우 딜러십까지 회수하겠다고 경고한 것.
BMW코리아의 이런 지시는 사실 오래 가지 못할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해 뉴 7시리즈가 나왔을 때도 처음엔 할인판매를 중단했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흐지부지됐기 때문. 그러나 이번엔 다른 것 같다. 일부 딜러가 200만~300만원을 깎아줬다는 소식도 들리지만 대부분의 딜러가 기자의 숱한 유도심문에도 꿋꿋히 할인은 절대 없다고 손사레쳤다.
한 딜러는 "영업사원들은 조금 깎아줘서라도 판매를 통해 인센티브를 받고 싶은데 그러지 못해 풀이 많이 죽어 있다"며 "차를 보러 온 손님마다 깎아달라고 요구하는 건 물론 일부 고객의 경우 얼마나 버티나 보자는 식의 반응까지 보인다"고 털어놨다. 그는 또 "딜러 입장에서도 판매가 잘 되면 좋겠지만 이번만큼은 할인했다간 큰일이 나므로 정가판매를 고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것이 사실이라면 BMW로서는 일시적인 판매부진이 불가피해 보인다. 6~7년간 굳어진 관행을 판매사가 하루 아침에 바꾸더라도 소비자들 입장에선 "혹시나"하는 마음을 걷어내는 데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린다. 그렇다고 BMW의 판매가 계속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하는 임직원은 회사 내부에 없을 것이다. 스스로 BMW에 갖는 자신감과 자부심이 대단하기 때문이다.
이번의 어려움을 통해 BMW는 몇 가지를 검증할 수 있는 기회를 맞았다. 먼저 BMW의 상품에 대한 경쟁력이다. 그 동안 좋은 차를 훌륭한 시설에서 팔면서도 "BMW는 깎아주기 때문에 잘 팔린다"는 멍에를 벗을 수 없었다. 따라서 원프라이스라는 정상적인 대결에서 BMW가 얼마나 시장에 먹힐 지를 판단할 수 있게 됐다.
다음으로 딜러와 영업사원 개인에 대한 능력을 확인할 수 있는 호기다. 다른 딜러보다 조금 더, 다른 영업사원보다 조금 더 깎아 팔면서 마치 그 것이 자신의 실력인 양 여겼던 딜러와 영업사원이라면 이번을 시험무대로 삼아야 한다.
이 시련을 BMW가 극복했을 때 BMW는 정말 좋은 차, BMW 딜러와 영업사원은 정말 능력있다는 인정을 받을 것이다. 또 그래야만 본사도 살고, 딜러도 살 수 있는 길이 열린다. 그 동안 할인판매에 치어 딜러십을 반환한 딜러들이 속출한 것도 결국은 이런 검증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비정상적인 가격할인 경쟁은 가장 저급스러운 마케팅에 속한다. 세계 최고의 차를 지양하는 BMW에는 어울리지 않는 판매방식을 이젠 털고 가야 할 때다. BMW에 마음으로 응원을 보낸다.
강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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