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뉴스) 추왕훈 특파원=미국 캘리포니아주 새크라멘토에 사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로버트 볼러(40) 씨의 집에는 차가 3대다. 자신과 아내가 한대씩 사용하며 나머지 한대는 "데이트 차량"이라고 볼러씨는 설명한다. 그는 "한 집에 차가 3대씩 있는 것에 대해 과잉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 친구들한테 이에 관해 아무런 말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시사주간지 뉴스위크 최신호(12월1일자)는 미국에서 볼러씨와 같이 차량을 3대씩 보유한 가구가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드라이브웨이(차고로 통하는 길)에 자동차대리점의 차량 전시대처럼 줄줄이 차를 세워놓는 것이 교외 주택가의 새로운 풍속도가 되고 있다고 이 잡지는 지적했다.
미국 교통부의 통계에 따르면 승용차 수가 전가구의 운전면허 보유자 수를 능가하기 시작했다. 포드자동차는 3대의 차량을 보유한 가구가 99년 27%에 달했고 지금은 거의 30%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한가구 차3대" 경향을 주도하는 계층은 소비성향이 강한 베이비 붐 세대들이다. 이들은 `데이트 차량" 이외에도 작업도구를 사러 갈 때 필요한 픽업트럭이나 휴가용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 축구하는 자녀를 싣고 다니는 미니밴, 연료를 적게 소모하는 출퇴근용 차량 등이 별도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자동차산업 분석가인 조지 피터슨 씨는 "도매 할인업소 코스트코에 가기 위한 차도 있다"면서 "48뭉치나 되는 종이 타월을 실으려면 적당한 차가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자동차업계도 발빠르게 이런 추세에 대응한다. 업체들이 생산 모델을 세분화하다보니 현재 운행되는 차량 모델은 모두 278종으로 10년전에 비해 26%나 증가했다고 에드먼즈 닷컴은 집계했다. 크라이슬러의 스포츠카 크로스파이어나 PT크루저의 구매자 가운데 절반 가량은 이들을 `여분의 차량"으로 구입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차 3대를 수용하기 위해 차고를 늘리는 집도 증가하고 있다. 주택건설업체연합회에 따르면 신축 주택 가운데 3대분의 차고를 갖춘 집이 거의 20%에 달해 10년전의 두배로 늘어났다. 차량 4대를 보유한 시애틀의 톰 딜러드 씨는 자신의 마을 사람들이 모두 여분의 차량을 갖고 있다면서 "이웃들과 보조를 맞추려 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내구성이 좋아 충분히 쓸 수 있으나 중고차 값은 형편없어 헌차를 계속 보유하면서 새 차를 사 본의 아니게 3대의 차량을 갖게 된 경우도 있다. 7년된 닛산 승용차의 중고차 값이 거의 `제로"라는 말에 그 차를 그대로 둔 채 새 차를 산 워싱턴의 부동산업자 에드 노박 씨는 "그것은 비합리적인 구매였다"고 후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