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가 준중형차시장에 새 모델 쎄라토를 투입했다. 준중형차시장은 가장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세그먼트다. 이 시장은 현대 아반떼XD가 견고한 아성을 쌓아 놓았고 GM대우 라세티와 르노삼성 SM3가 이를 공략하는 구도다. 기아가 여기에 쎄라토를 전격 투입하면서 뒤늦게 경쟁에 합류한 것. 물론 이전에 스펙트라가 있었지만 치열한 시장에서 기아의 체면을 지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승용차시장에서 기아자동차의 입지는 그리 튼튼하지 않은 게 사실이다. 동급 모델간 상호 간섭을 최소화한다는 게 현대와 기아측 얘기지만 시장에서는 그런 의도가 제대로 먹히는 것 같지는 않다. 이 때문에 불만을 토로하는 기아맨들도 적지 않다.
어쨌든 새로 선보인 쎄라토 역시 정확하게 아반떼XD와 겹치는 모델임을 부정할 수 없다. 두 차가 플랫폼을 공유하는 만큼 "내용은 똑같은 차"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과연 그럴까. 쎄라토를 타고 그 답을 구해본다.
▲디자인
기아가 말하길 쎄라토는 유러피언 스타일이라 했다. 기아의 유럽디자인연구소가 쎄라토 개발단계에서부터 참여했다는 설명이다. 통통해 보인다. 공간을 넓게 활용할 수 있는 생김새다. 실제 느낌도 그랬다. 운전석에 앉았을 때 딱 좋은 공간이었다. 머리 위도 넉넉했다. 라디에이터 그릴은 이 차의 특징 중 하나. 어디선가 본 듯한 모습이다.
쎄라토는 둥근 듯 하면서 부분부분 선과 각이 살아 있는 구성이다. 헤드램프, 리어램프 등이 그렇다. 차의 어느 구석을 봐도 그런 부분이 있다. 차 옆으로는 쾌걸 조로의 칼자국인 듯 긴 직선을 날카롭게 새겨 순둥이같은 모습에 액센트를 줬다.
실내에 들어서면 차급에 비해 고급스럽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는다. 기아자동차가 쏘렌토를 만들면서부터 적용했다는 이른바 "감성품질"을 강조한 결과다. 기계적인 품질만이 아닌, 소비자의 감성까지 만족시키는 품질을 만들겠다는 것. 가죽시트와 대시보드의 촉감, 지붕에 있는 손잡이가 원위치하는 속도 등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썼다는 설명이다.
가죽시트, 내비게이션 모니터, 수동 겸용 자동변속기, 커튼 에어백, 205 타이어와 6장이 들어가는 CD체인저 등이 중형차에 탄 듯한 기분을 내게 한다. 사실 말이 준중형이지 2.0ℓ 엔진이면 중형차 부러울 게 없다. 센터페시아는 내비게이션과 AV시스템 겸용 모니터가 있음에도 그 구성은 매우 단순했고 터치 스크린 방식의 모니터는 조작하기 편했다.
▲성능
아반떼XD는 준중형차시장의 최강자다. 이런 형제차를 가진 쎄라토는 과연 어떤 입장일까. 아반떼XD와 같은 차라고 하는 게 좋을까, 아니면 다른 차라고 하는 게 좋을까. 디자인은 다르지만 성능은 같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디자인도 성능도 모두 다르다고 해야 할까. 현대차와의 차별화를 어떻게 구현하느냐, 기아 승용 모델들의 숙명은 바로 여기에 있다.
쎄라토는 아반떼XD와 플랫폼을 공유한다. 엔진, 변속기 등이 같다는 것. 기아는 서스펜션에 좀 더 변형을 줘 다른 성능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적어도 성능면에서는 아반떼XD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봐야 할 듯하다. 기본적인 체력이 비슷한 만큼 크게 성능 차이를 보이기는 쉽지 않을 일이다. 뒤에서 언급하겠지만 그 차이를 만드는 것은 오히려 아주 사소한 데 있다.
쎄라토는 잘 달렸다. 엔진룸에 스트럿바를 만들어 놓은 것을 보면서 이미 짐작은 했다. 가변밸브 타이밍 시스템(CVVT)이 적용된 엔진은 넘치지도, 그렇다고 부족하지도 않는 "저스트 파워"로 시종일관했다. 시속 180km를 넘나드는 속도까지도 무리없이 달릴 수 있었다.
당연히 고속에서는 바람소리가 귀를 파고들지만 평소에 시속 100km 전후의 구간에서는 소리에 신경쓸 일이 없다. 가속 페달을 밟을 때 배기관을 뚫고 나가는 엔진 배기음이 날카롭다. 배기량이 큰 차들의 중저음의 굵은 배기음과는 다른, 좁고 톤이 조금 높은 소리다.
내비게이션 시스템은 아주 정확히 위치를 표시했다. 하지만 운전자들은 과속단속 카메라의 위치까지 안내해주길 원하는데 이 차에는 그런 기능이 없다. 꼭 "카메라가 있습니다"라고 말하지 않아도 된다. "안전운전하세요" 라는 멘트만으로도 운전자들은 알아듣는다.
서스펜션의 느낌은 아주 좋다. 개인적으로는 아반떼XD의 서스펜션 느낌을 좋아한다. 그 차를 시승할 때 서스펜션 성능에 감탄했었다. 이전과 확연히 다른 그 무엇을 느꼈기 때문이다. 쎄라토의 서스펜션 역시 아반떼XD만큼의 성능을 보였다. 급한 코너링, 과한 핸들링 등등으로 차를 괴롭히며 달려봤지만 쎄라토는 여유있게 받아줬다. 전혀 힘들어 하지 않았다.
쎄라토의 ABS는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는 EBD ABS다. 차 무게변화에 맞춰 제동력을 조절하는 기능이 있다. 급브레이크를 밟으면 센서가 이를 감지해 제동력을 더 강하게 해주는 BAS도 적용됐다. 하나 더, 출발할 때 미끄러짐을 막고 구동력을 확보해주는 TCS까지 포함됐다. 준중형차에 이 정도의 브레이크 시스템이라면 최고급이다.
쎄라토는 칭찬할 게 너무 많은 차다. 하지만 아쉬운 부분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이너핸들의 메탈도장은 마치 화장이 제대로 먹지 않은 얼굴처럼 부자연스럽다. 트렁크 공간 안쪽 위로는 날카로운 나사못이 그대로 노출돼 있다. 뒷좌석에는 어디선가 떨어져 나온 플라스틱 조각이 굴러다녔다.
이제 자동차의 경쟁력은 아주 사소한 부분에서 결정되는 시대다. 기술의 차이는 크지 않지만 그 기술을 구현해내는 생산현장의 세심한 배려가 어떠느냐에 따라 품질이 차이나는 것이다. 적의 허점을 노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 결점을 없애는 것도 아주 중요한 포인트다.
▲경제성
쎄라토 가격대는 900만원부터 1,260만원까지다. 1.5 CVVT 기본형 900만원, LX 1,010만원, SLX 1,095만원, 골드 1,140만원, 2.0 CVVT 골드 1,260만원 등 6개 모델이 포진했다. 연비는 1.5 수동변속기가 14.6km/ℓ, 2.0 자동변속기는 10.9km/ℓ다.
아반떼XD는 1.5 기본형이 905만원부터 최고급인 2.0VVT 골드 1,830만원까지 비교적 폭넓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1.5ℓ 엔진이 전부인 라세티는 869만원부터 시작해 최고급인 다이아몬드 AT가 1,367만원이다. 역시 1.5ℓ 엔진으로 승부하는 SM3는 920만원부터 1,273만원까지다.
가격을 단편적으로 비교하기는 무리다. 선택 및 기본품목에서 차이나기 때문이다. 비슷비슷한 가격대여서 오히려 가격이 갖는 의미는 크지 않다. 차와 메이커에 대한 이미지, 품질에 대한 신뢰, 영업사원의 수완 등이 판매를 결정짓는 요소로 작용할 듯하다.
시승/오종훈 기자 ojh@autotimes.co.kr
사진/박형철 기자 photo@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