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수 교수(대림대 자동차공학과)의 자동차컬럼]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자동차 생산대국이 된 데에는 뒤에서 묵묵히 일해 온 자동차 부품산업의 역할을 간과할 수 없다. 경쟁력 있는 부품산업의 뒷받침이 없이는 완성차의 경쟁력도 기대할 수 없으며 자동차산업의 미래도 보장되지 않을 것이다.
최근까지 우리나라 자동차의 핵심 부품은 높은 로얄티를 지불하면서 외국에 의존했고 특히 단순 하청방식의 생산을 통해 충당, 기술자립을 어렵게 하는 요소로 작용됐다. 또 자동차 부품산업도 완성차의 수요에 의존하다보니 자동차메이커의 도움이 없이는 자생력이 매우 부족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세계의 자동차산업은 대형화, 전문화된 세계적인 업체의 등장과 글로벌 소싱의 보편화로, 과거와 같은 체제에 안주한다면 생존하기조차 어려운 상황이 돼가고 있다. 자동차메이커도 90년대부터 합종연횡을 통해 세계적인 규모로 대형화되고 글로벌 네트워크화 되는 상황이다. 이는 최근 지구 온난화 방지를 위한 배기가스 규제 및 부존자원 부족에 따른 대체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기술확보의 측면도 강화되고 있어 우위를 가진 기업체의 네트워크화는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또한 최근의 기술개발이 자동차의 전자화 및 모듈화 현상을 띄면서 글로벌화, 대형화와 함께 기술개발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전체 기간사업 중 자동차산업에 기울이는 규모가 매우 커서 이제는 자동차가 생활필수품은 물론 국가의 근간이 되는 분야가 되어 있다. 특히 자동차 부품분야는 시장규모가 약 200억 달러, 세계 시장규모의 1.9%을 점하고 있으며 우리 제조업 전체의 4.6%, 부가가치의 3.5%, 고용의 4.6%를 차지하고 있고 관련 사업까지 고려하면 20% 정도가 될 정도로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우리나라의 자동차 부품산업은 지금까지 과반수 이상이 자동차메이커의 수직 계열에 의한 전속적인 납품거래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1개 모기업과 단독 거래하는 부품업체가 약 428개사로 전체의 약 50.3%를 차지하고 있다. 4개사 이상의 자동차메이커에 납품하는 업체는 109개사에 불과하다.
그러나 기술개발이 가속화 될수록 완성차업계와 부품업계의 거래관계는 대등한 입장으로 변화하고 완성차업계의 모듈 발주와 글로벌 소싱의 외부 확대는 부품 조달체계를 더욱 수평관계로 변화시키고 있다. 보쉬, 비스티온, 델파이, 덴소 등 세계적인 대형 자동차부품업체의 등장은 세계 자동차업계를 분야별, 역할별 수평관계로 변화시키고 있어 우리 자동차 부품업계의 대형화, 전문화 및 특성화를 요구하고 있다. 최근에는 세계적인 대형 부품업체들이 국내에 본격 진출하면서 우리나라가 동북아 국가에 대한 부품공급기지로 자리매김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어서 더욱 우리 부품업계의 역할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우리의 부품업계를 세계화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문제점 및 개선방향이 무엇인가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첫째로 규모의 영세성이다. 우리나라의 연간 업체당 평균 납품액은 약 280억원 정도이지만 10억원 미만의 영세 업체도 전체의 약 25.4%에 이르고 있다. 부품업계의 영세성은 기술개발 투자를 위한 설비투자를 어렵게 하고 모듈발주에 대한 대응도 적극적으로 만들지 못한다.
둘째로 핵심 기술력의 취약이다. 단순가공, 조립수준은 어느 정도 선진국 수준에 이르고 있으나 금형, 용접 및 시험검사기술은 큰 격차를 나타내고 있다.
셋째 노사분규에 대한 우려다. 지역별 집단교섭을 요구하고 있고 업체별 근로환경 요건이 다른 상태에서 일방적인 지침에 따른 과도한 요구사항이 비일비재하다. 자동차산업은 하나의 부품조달이 어렵게 되면 전체 공정이 중단되는 특성을 지니고 있어 그 타격은 더욱 크다.
이러한 여러 문제점을 점검하고 세계적인 자동차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특히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기술개발을 위한 대형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중점 지원할 수 있는 체제가 중요하며 중소 부품업체의 참여율도 높일 수 있는 기회제공도 중요하다. 또 남들보다 좋은 조건에서 일할 수 있는 법적 체계의 정립도 중요하다. 우리의 가장 큰 장점인 IT 및 통신기술을 활용한 텔레매틱스 관련부품의 개발은 첨단 자동차 부품의 국산화에도 큰 역할을 할 것임에 틀림없다.
마지막으로 세계의 자동차 생산방식은 모듈개념의 조립개념으로 진행되고 있다. 독일의 벤츠가 7-10개, 폭스바겐이 15개 정도의 모듈로 완성되는 만큼 우리도 경쟁력 있는 부품의 모듈화 추진이 자동차산업의 미래를 결정짓는 핵심 임무임을 깨달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