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경쟁 벌어지는 '차가운' 연료전지

입력 2003년12월22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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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경섭(베를린 공과대학 자동차과 박사과정)

연료전지란 산소와 수소를 연료로 사용해 전기에너지를 공급하는 동력기관이다. 연료전지에서 나오는 전기에너지로 전기모터를 작동시켜 자동차의 바퀴를 구동하는 자동차를 연료전지자동차라고 한다. 결국 연료전지의 목적은 전기모터에 전기를 공급해주는 것이다

전기모터는 낮은 회전수에서도 높은 회전모멘트를 갖는 고유의 특성 때문에 자동차의 동력기관으로 바퀴를 구동하는데 가장 이상적이다. 특히 드라이브저항이 큰 기차나 지하철, 궤도열차 등은 구동기관으로 전기모터를 사용한 지 이미 오래다. 기차도 디젤엔진이나 기타 피스톤엔진을 사용하고 있지 않느냐고 반문할 지 모르지만 기관차의 디젤엔진이 발전기를 돌리고 발전기에서 얻은 전기로 전기모터를 돌려 기차의 바퀴가 구동된다. 결국 기존의 기차를 전철화 한다는 이야기는 디젤엔진이나 다른 피스톤엔진을 사용하지 않고 직접 전기선으로부터 전기를 공급받아 기차를 구동한다는 이야기다.

궁극적으로 전기모터가 자동차의 바퀴를 구동하는 동력기관이 될 것이라는 게 많은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그래서 휘발유나 경유를 태워 동력에너지를 얻는 기존 엔진 대신 전기모터를 사용하는 전기자동차가 개발됐다. 하지만 전기자동차는 전기모터에 전기를 공급해주는 배터리의 성능에 따라 운행범위와 동력성능이 결정된다. 운행범위란 배터리의 용량과 성능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한번 충전으로 운행할 수 있는 최대거리가 평균 80km로 최대 200km를 넘지 못해 장거리 운행에 최대의 걸림돌이 된다.

배터리 충전시간이 길다는 것도 결정적인 단점이다. 휘발유는 40리터 주유하는데 길어야 5분이면 충분하다. 연비가 좋은 소형차라면 이 정도의 휘발유로 500km 이상을 달릴 수 있다. 반면 배터리인 경우 한번 충전하려면 아무리 빨라도 너댓시간은 족히 걸리고 운행범위도 최대 200km를 넘기지 못한다. 기존 내연기관자동차와는 경쟁이 되지 못하는 셈이다. 그러나 운행범위와 동력성능이라는 관점을 떠나 환경보호라는 측면과 이상적인 견인력이라는 시각에서 본다면 전기자동차에 대한 평가는 달라진다.

전기자동차의 성능은 결국 배터리의 성능에 좌우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현존하는 그 어떤 배터리로도 동력성능과 운행범위에서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와 경쟁할 수 없다. 전기 공급선과 직접 연결되지 않는 한 배터리로는 분명한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배터리의 수명과 재활용문제 그리고 충전을 위한 사회적 인프라시스템 등 해결해야 할 문제도 적지 않다. 획기적인 성능의 배터리가 개발되지 않는 한 당분간 전기자동차의 경쟁력은 미약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그래서 기존의 배터리를 대체할 수 있는 연료전지가 차세대 에너지 보급원으로 각광받으며 등장했다. 연료전지란 쉽게 설명하자면 대체물질을 사용해 지속적으로 전기에너지를 배터리에 공급해줄 수 있는 에너지교환기다. 연료전지는 수소와 산소를 화학 반응시켜 물이 되는 과정에서 전기에너지를 얻는 원리를 이용한다. 그래서 연료전지에서 화학반응으로 전기에너지를 얻는 과정은 순수한 물과 반응열만을 배출한다. 이렇게 배출된 물은 태양열 등을 통해 다시 전기분해되고, 동시에 산소와 수소를 얻을 수 있기에 연료인 수소는 완벽한 무공해 에너지인 셈이다. 무엇보다 연료전지는 수소 연료에 내재돼 있는 화학에너지를 태우지 않고 직접 전기에너지로 변환해줌으로써 일산화탄소(CO), 탄화수소(HC), 질소산화물(NOx) 등 유해배기가스와 입자상물질(PM), 이산화탄소(CO2) 등의 공해오염물질 방출은 물론 소음이나 진동이 거의 없다.

연료전지는 지금까지 알칼린(AFC:Alkaline Fuel Cell), 인산(PAFC), 몰텐 카보네이트(MCFC:Molten Carbonate FC), 솔리드 옥시드(Solide Oxide FC) 등 작동온도에 따라 여러 방식의 연료전지가 개발돼 경제성이 그리 중요하지 않은 항공우주분야나 잠수함, 열병합 발전소 등에서 응용되어 왔다. 자동차에는 크기가 작아도 효율이 크게 떨어지지 않고 작동온도가 섭씨 80도정도인 양자 교환 막 시스템인 PEMFC(proton exchange membrane fuel cell) 방식이 가장 적합한 것으로 판명됐다.

메르세데스 벤츠를 비롯한 대부분의 각 메이커들이 이 PEM방식의 연료전지를 승용차의 원동기로 연구 개발하고 있다. PEM방식의 연료전지는 아주 얇은 폴리머박막의 양쪽을 백금(Platin)으로 코팅한 막(membrane)이 있다. 연료전지의 값이 비싼 이유가 바로 백금 코팅 막 때문이다. 이 막을 사이에 두고 음극엔 수소를, 양극엔 산소를 보내면 음극의 수소가 촉매막을 통과하면서 이온화돼 양전자를 방출한다. 이 때 양극에는 전자가 부족하게 돼 전압이 발생하면서 전류가 흐르게 된다. 이렇게 얻은 전기에너지를 배터리에 저장했다가 전기모터를 이용해 자동차의 바퀴를 구동하는데 사용하면 연료전지-배터리 하이브리드자동차가 된다. 이미 널리 알려진 내연기관- 전기모터방식의 하이브리드와 더불어 또 다른 종류의 하이브리드자동차가 탄생할 수도 있는 것이다.

다른 연료전지와 마찬가지로 PEM방식의 연료전지도 산소와 수소를 연료로 사용하는데, 산소는 공기 중에서 곧바로 얻을 수 있으나 수소는 높은 압력의 가스상태나 아주 낮은 온도의 액체형태로 사용돼야 하기에 저장과 운반에 따른 비용이 많고, 안전에 문제가 있어 실용화에 어려움이 있다. 물론 메탈분자사이에 수소를 저장했다가 열을 가하면 수소분자가 튀어나오는 원리를 이용한, 안전성이 보장되는 메탈 하이드리드(Metalhydrid)도 있지만 아직은 출력밀도가 낮고 무게가 너무 무거워 자동차에 적용하기엔 무리다.

현대자동차가 개발했다는 압축수소는 가스상태의 수소를 압축, 저장하기 위해 약 300바(bar) 정도의 고압탱크를 사용해야 하고, 독일 아담 오펠자동차에서 제작한 하이드로겐1의 연료전지자동차는 액화수소를 저장하기 위해 섭씨 마이너스 253도를 유지할 수 있는 절연 탱크인 크리요-탱크(Kryo-Tank)를 사용했다. 그러나 엄청난 부피의 고압탱크와 액체수소의 기화성에 따른 손실이 큰 절연탱크는 운영경비 뿐 아니라 충전을 위한 사회적 인프라 구조도 없다. 이런 점에 미뤄 현재 수소를 자동차 연료로 사용하기엔 경제성이 거의 없다.

그래서 대안으로 나온 게 기존의 석유나 천연가스, 메탄알코올 등을 자동차에서(on board) 직접 변환(reform)해 수소를 뽑아 쓴다는 개념의 리포머(reformer) 연료전지자동차다. 특히 메탄올을 직접 연료전지의 양극에 연결해 프로톤을 생성시키는 DMFC(direct methanol fuel cell)는 메탄올을 변환해주는 변환기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메탄올변환기를 사용하는 방식은 변환기에서 메탄올을 물과 반응시켜 수소를 얻는 과정에서 부가적으로 생성되는 일산화탄소를 산화정화장치를 통해 이산화탄소로 바꿔 대기로 배출한다. 각 자동차회사는 그 나름의 컨셉트에 따라 벤츠와 폴크스바겐, 토요타, 다이하쓰 등은 메탄올에서 수소를 뽑아 쓰는 전략을, 현대와 포드는 고압 압축수소탱크를, 크라이슬러는 휘발유를 변환해 수소를 얻는 방법 등을 연구하고 있다.

지금까지 각 업체에서 프로토 타입으로 만든 연료전지자동차는 다임러 벤츠의 넥카(Necar) 시리즈를 필두로 GM의 프리셉트(Precept), 오펠의 연료전지자동차인 자피라 하이드로겐 1, 포드의 포커스와 몬데오를 기본으로 제작한 NK FC5와 P2000 HFC, 혼다의 FCX, 닛산의 연료전지-전기자동차(FCEV), 다이하쓰 무브(Move) EV-FC, BMW 7시리즈 등이 있다.

이중 지난해 하노버 엑스포에 50여대를 시험 운행한 BMW 7시리즈는 기존 피스톤엔진에 수소를 연료로 사용하는 수소엔진이다. 다만 기존 배터리 대신 IFC(international fuel cells)사의 연료전지를 부가적으로 장착, 내부의 전기에너지를 공급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말하자면 정식 연료전지자동차가 아니라 휘발유엔진에 휘발유 대신 수소를 연료로 사용하고 연료전지를 배터리 대신 사용했다는 게 다른 연료전지자동차와 다른 점이다.

시제품을 통한 홍보 못지않게 실용화를 위한 개발과 연구도 치열하다. 벤츠는 포드와 함께 캐나다의 연료전지제작업체인 발라드 파워사(Ballard Power System) 와 공동으로 DBB fuel cell Engine GmbH라는 회사를 설립해 본격적인 연료전지자동차개발 착수 7년 안에 양산을 위한 시제품을 공개할 것이라고 한다. 연료전지자동차에 가장 선두주자요 확실한 기술을 보유했다는 벤츠도 실용화에 대해서 만큼은 그리 크게 자신이 없는지 매년 발표하는 데도 실용화될 수 있는 시점은 언제나 7년 내지 8년이란다.

실용화의 큰 걸림돌은 아무래도 연료전지가 너무 비싸기 때문이다. PEM방식의 연료전지에는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백금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독일의 지멘스는 연료전지의 생산가를 낮추기 위해 PEMFC의 백금을 대체할 금속개발에 주력하고 있으며 연료전지의 대량생산공정의 자동화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연료전지는 화학반응을 통해 전기에너지를 얻는다고 “차가운” 연소기관이라고 불린다. 그러나 연료전지는 세계 유수의 자동차회사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극도로 “뜨거운” 경쟁이 살벌하게 진행되는 연구개발분야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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