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즐거움, 운전하는 손맛

입력 2004년01월09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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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차들을 보면서 가끔 당황스러울 때가 있다. 차에 대한 개념이 우리의 그 것과 크게 다름을 실감할 때가 그렇다. 크고 고급스런 차야 타보기 힘들어서 그렇지 어색하거나 당황스러울 정도는 아니지만 아주 개성이 강한 차들을 만날 땐 잠깐의 혼란을 피할 수 없다.

이를테면 아주 작은 차체에 배기량이 큰 엔진을 얹은 차를 볼 때, 우리의 상식으로는 언뜻 이해가 안간다. 차 크기는 기껏해야 소형차나 준중형급이어서 배기량도 그 정도겠거니하고 엔진룸을 열어 보면 뜻밖에 큰 배기량의 엔진을 보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한국인의 정서에는 그 반대의 경우가 오히려 자연스럽다. 엔진 배기량은 그리 중요하지 않지만 차 크기는 가급적 큰 것을 좋아한다. 과거의 차이긴 하지만 캐피탈 1.5나 스텔라같은 차를 생각해보면 된다. 중형차 크기에 소형차 엔진을 단 차들이 제법 인기를 끌기도 했다. 내용보다는 형식에 집착하는 면모를 보여주는 차들이다.

BMW 330은 그런 면에서 형식보다 내용에 비중을 두는, 작지만 힘센 차다. 330 중에서도 가장 최근에 수입 시판된 330Ci 클럽스포츠를 타고 도심을 달렸다.

▲디자인
330Ci 클럽 스포츠는 2도어 쿠페 스타일로 3시리즈 최고의 모델이다. 지난해 수입차 모터쇼에 공개됐던 이 차를 기억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330Ci 쿠페를 기본으로 리어스포일러 등 에어로 다이내믹 패키지를 더해 달리는 즐거움을 추구하는 모델이다. 330Ci가 M스포츠 튜닝으로 업그레이드됐다고 보면 된다.

전체적으로는 3시리즈 디자인 그대로이지만 자세히 구석구석 살피면 이 차만의 특색을 읽을 수 있다. 범퍼 아래로 에어댐이 달렸고 휠에는 M 스포츠 튜닝 표시가 붙어 있다. 스티어링 휠에 달린 버튼식 기어변속 장치는 이 차가 범상치 않음을 예고한다. 쉽게 봐선 안될 차라고.

엔진룸에는 직렬 6기통 엔진이 세로로 얌전히 놓였다. 좁은 엔진룸에 뒷바퀴굴림 방식이라 엔진룸 레이아웃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성능
이 차는 운전석에 앉는 순간부터 긴장된다. 스티어링 휠에 붙은 두 개의 변속 버튼. F1 등 모터스포츠에서 시작된 방식으로 운전자의 동선을 최대한 단순화시켜준다. 변속레버를 일일이 손으로 움직이지 않아도 버튼 누르는 것만으로 변속이 완료된다. 버튼을 누르면 다운, 핸들 아래에서 위로 올리면 업이다. 하지만 손이 작은 사람은 시프트 버튼이 한 손에 안들어온다. 차라리 왼쪽은 업, 오른쪽은 다운버튼이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

변속 레버를 잡는 순간 긴장의 도는 더해진다. 고백하건데, 처음 만나는 변속레버였다. 이름하여 SMG(Sequential Manual Gearbox)다. 6단 매뉴얼 기어박스라고는 하지만 완전 수동이라기 보다 ‘자동에 가까운 수동변속기’쯤으로 표현할 수 있다. 클러치가 없고 D모드로 주행도 가능해서다. 물론 원한다면 수동모드로 운전할 수 있다. 시프트 업과 다운을 일일이 손으로 해줘야 한다. 번거롭지만 운전하는 "손맛"을 만끽할 수 있다.

하지만 수동모드에서 오르막길에 섰다가 다시 출발할 때는 ‘운전하는 두려움’도 감수해야 한다. 차가 뒤로 밀리는 것을 오로지 엑셀러레이터 페달 하나로 조절해야 한다. 차가 슬슬 뒤로 밀리는데 클러치는 없고 가속 페달로만 차를 조절하려니 번번이 긴장할 수밖에 없다.

수도 없이 많은 차를 시승했던 기자 역시 첫 오르막에서 기어이 엔진 시동을 꺼뜨리고 말았다. 대개의 차들은 운전하고 나서 5~10분이면 새로운 부분들에 적응이 되지만 이 차는 좀더 시간이 필요했다.

저속에서는 운전하기가 쉽지 않다. 어딘가 불편하고, 딱딱하고, 긴장된다. 하지만 속도를 점차 올리면서 그런 불편은 사라졌다.

짐작은 하겠지만 이 차의 가속력은 압권이다. 시속 100km 도달시간 6.5초라는 숫자만으로는 가속하는 순간의 느낌을 다 전달할 수 없다. 시트는 뒤로 젖혀지는 듯하고 몸은 그 안에 파묻힌다.

타이어는 231마력의 엄청난 파워를 받아 노면을 박차며 튀어 나가고 서스펜션은 단단하게 차체를 받쳐주는 느낌. 이 차를 운전하며 느낄 수 있는 최고의 기쁨 중 하나다. 한 마디로 엄청난 가속력이다. 운전하는 즐거움의 질이 다르다. 스포츠카를 지향하는 차답게 타이어 사이즈는 앞뒤가 다르다. 앞은 225/40R 18이고 뒤는 255/35R 18 사이즈.

이 차의 가장 큰 매력은 속도다. 최고시속 250km는 실제 경험하기엔 위험한, 상징적인 수치다. 그러나 시속 200km 근처까지는 어렵기 않게 수시로 경험할 수 있었다. 속도의 유혹을 뿌리칠 수 없게 만드는 차다. 저속에서의 갑갑함은 고속에서의 탁트이는 자유로움을 얻기 위한 댓가다.

박력있는 엔진음이 시끄럽게 들린다면 너무 조용함에 길들여져 있는 게 아닐까. 페달을 꾹 밟고 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달려 나가며 들리는 엔진음이 귀에 착착 감긴다면 이 차의 매력을 제대로 즐기는 것이다.

▲경제성
작은 차지만 가격은 성능 만큼이나 높다. 8,590만원. 이 작은 차를 사는 데 이 값을 치를 사람은 분명히 많지 않다. 더구나 한국의 정서는 ‘큰차의 미덕’에 익숙하다. 330Ci 클럽스포츠만 보면 차 팔기가 쉽지 않을 듯하다. 단언컨대 이 차는 전혀 경제적이지 않다. 330Ci 클럽 스포츠는 경제성으로 승부를 거는 차가 아니다.

하지만 이 차는 고객의 선택폭을 넓히는 데 없어서는 안될 차종이다. 3시리즈 라인업에 마침표를 찍으면서 나름대로 차를 볼 줄 알고 운전하는 즐거움에 푹 빠지길 원하는 이에게는 더없이 좋은 파트너로 간택받을 수 있을 것이다.

시승/ 오종훈 기자 ojh@autotimes.co.kr
사진/ 박형철 기자 phot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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