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아우토반①/속도 무제한 아우토반이 던지는 메시지

입력 2004년01월15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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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의 하이웨이(Highway)를 번역해서 한자로 조합한 듯한 우리의 高速道路는, 원래 그 이름이 갖고 있는 의미와는 달리 실제 달릴 수 있는 자동차의 최고속도가 시속 100km를 넘지 못하도록 돼 있다. 이는 비단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 일본 그리고 대부분 유럽국가들이 나라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을 뿐 고속도로 내 최고속도를 법으로 정해놓고 있다. 오직 독일만이 유일하게 고속도로에서 최고속도에 대한 법적 제한이 없다.

그런데 최고속도에 대한 제한이 없는 독일의 아우토반(Autobahn)은 원래의 뜻이 소박하게도 "자동차를 위한 도로" 이다. 자동차의 성능과 운전자의 능력에 따라 얼마든지 최고 속도로 달릴 수 있는 곳이 바로 이 소박한 이름을 갖고 있는 독일의 아우토반인 셈이다. 그 뿐인가? 독일만이 유일하게 아우토반 사용료가 없다. 프랑스나 이탈리아 고속도로보다 우수한 독일의 아우토반이 내국인은 물론이고 외국인에게도 공짜로 제공된다. 무료로 무제한의 속도로...

그럼, 고속도로 혹은 아우토반에서 최고속도에 대한 규제가 있는 나라와 없는 나라는 과연 어떤 차이가 있을까? 얼핏 생각하면 교통사고의 원인이 대부분 과속인만큼 고속도로에서 최고속도제한이 있는 나라가 속도제한이 없는 나라보다 교통사고, 특히 과속에 의한 교통사고가 적어야 당연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과연 그럴까?

우선 최근 독일 연방행정조사기관에서 발표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고속도로에서 속도제한이 없는 독일이 속도제한이 있는 이웃 프랑스나 이탈리아에 비해 고속도로 내 교통사고율은 비슷하거나 오히려 약간 낮은 것으로 나와 있다. 또 이 연방보고서는 고속도로 내 교통사고가 전체교통사고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10%에도 훨씬 못미치는 것으로 나와 아우토반이 상대적으로 "안전한" 도로임을 밝히고 있다.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10명 중 1명 이상이 시내나 일반도로에서 음주운전에 의한 교통사고 희생자인 것을 생각해보면 아우토반 내 교통사고는 알코올에 의한 교통사고보다 훨씬 낮은 것만은 사실이다. 그러나 교통사고의 질(?)에서는 차이가 있다. 속도가 높은 만큼 일단 사고가 발생하면 대형사고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꽤나 오랫동안 정치적으로 논의돼 온 것이 바로 독일 아우토반 내 속도제한이다.

환경론자들과 녹색당 그리고 일부 보수적인 교통사고 전문가들은 아우토반 내 제한최고속도를 시속 100km로 정하자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오랫동안 속도제한이 없는 아우토반에 익숙한 독일인들이 속도제한 그것도 무차별적인 100km/h로 정한다는 것은 선뜻 받아들이기가 어려운 정서적인 면이 있다.

게다가 일부 스피드마니아들은 굴곡이 심하거나 사고다발지역에 이미 속도제한표시판이 붙어 있고, 특히 동유럽이 개방되면서 늘어난 교역량 덕택에 교통량이 급격히 늘어 더 이상 밟고 싶어도 마음껏 달릴 수 없다고 분통(?)을 터트린다. 이런 가운데 속도제한은 과도한 조치라는 주장이다. 그래서 이들은 오히려 아우토반 사용료를 징수해야만 한다고 항변한다.

그러면 독일인들은 실제로 아우토반에서 평균 얼마의 속도로 달리는 걸까? 한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부분 독일인들은 아우토반에서 시속 140km 정도로 달리며, 평균속도는 시속 130km라고 분석됐다. 물론, 실제 독일의 아우토반은 인간이 갖고 있는 원초적 질주본능을 마음껏 펼쳐 보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단 몇 가지의 전제조건만 충족된다면 말이다.

첫째는 질주본능에 호흡을 맞춰줄 수 있는 강력한 파워에 날렵한 몸매의 하드웨어(자동차)가 필요하고, 둘째로는 질주본능에 상응하는 속도에 대한 이성적이고 경험적인 소프트웨어(운전능력)가 절대적이다. 셋째는 위의 두 가지가 최적의 상태로 조합되는데 필요한 사회적 인프라와 시간이다. 우리는 하드웨어와 인프라는 물론이고 각 개인적인 소프트웨어도 제대로 갖추질 못했다. 그런데 질주본능을 실현해 보고자 하는 의지가 조금씩 싹트고 있다는 데 바로 우리의 문제가 있다.

높은 속도로 주행하다 보면 에너지 소비도 많아질 뿐더러 무엇보다 유해 배기가스가 많이 방출된다. 독일 녹색당이 지속적으로 주장하는 고속도로에서의 제한최고속도 100km/h가 아우토반 내 교통사고보다 에너지절약과 환경보호차원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사실 배기가스정화장치가 의무적으로 장착되기 이전인 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아우토반 주변의 숲은 배기가스의 질소화합물로 인해 죽어가고 있었다.

가끔 시속 220km까지 표시돼 있는 우리의 보통 승용차 속도계를 보면서 어차피 달리지도 못할거면 계기판은 왜 허황하게 240km/h까지 나타내는지 궁금하게 생각해 본적은 없었는지? <계속>

<독일의 아우토반에 대한 이경섭 박사의 글은 계속 이어집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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