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시티=연합뉴스) 김영섭특파원= 미국-독일 합작 자동차 제조업체인 다임러크라이슬러가 과거 1970년대 아르헨티나 군사정권과 결탁해 자사의 강성 노조원들을 국가전복 세력으로 몰아붙여 당시 직원 9명을 납치, 고문하고 즉결 처형한 혐의로 미국 샌프란시스코 연방법원에 피소됐다고 스페인 EFE통신이 15일 보도했다.
현재 다임러크라이슬러의 자회사인 메르세데스-벤츠는 1976-77년 아르헨 군정시절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 교외에서 아르헨 현지법인으로 사업을 하면서 군정에 적극 협조해 이 같은 9명의 희생자 외에도 당시 다른 직원 8명도 고문을 당하게 만들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고 통신은 전했다.
희생자들의 가족들과 생존자들은 다임러크라이슬러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면서 당시 메르세데스-벤츠 아르헨 법인 경영진이 회사 노조를 이끌었던 직원들의 이름과 주소를 아르헨 군정의 보안 당국에 제공했으며, 명단에 올랐던 직원들은 이후 체포됐다고 주장했다.
원고측 대리인인 마크 차베스 변호사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그들은 회사 노조 책임자들에게서 방해 받지 않기를 원했고, 이를 위해 노조 책임자들을 체제전복세력으로 몰아붙이는 일을 생각한 것"이라고 말했다. 차베스 변호사는 또 "메르세데스-벤츠 아르헨 법인은 자사 직원들 가운데 "부정적 요소"를 제거해주는 대가로 판매수입의 1%를 기부하기로 약속하는 협정에 서명하기도 했다"고 소송 사유를 들었다.
나아가 메르세데스-벤츠와 아르헨 보안당국 간 연계를 보여주는 다른 한 사례로 직원들을 고문한 혐의를 받은 경찰 공무원들 가운데 한 명이 나중에 회사의 보안 책임자로 채용된 일도 있다고 희생자 가족들은 주장했다.
최근 공개된 미국 국무부의 기밀문서에는 1970년대 아르헨 군정시절 대기업들이 자사의 노조 책임자들을 제거하기 위해 당국의 법 집행 관리들에게 협력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이에 대해 다임러크라이슬러는 국제법 학자가 이끄는 3인 위원회가 이번 일을 검토한 결과 회사가 잘못했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해명하고 있다. 이 회사는 아르헨티나에서 형사 혐의도 받고 있다.
이번 소송은 미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에 대해 인권을 유린한 미국 회사를 제소할 수 있다는 법 규정에 따라 가능하게 됐다. 이 법은 200년전 제정된 것이다.
1976년부터 약 7년간 계속된 아르헨 군정 시절은 노조 운동가들과 좌익 용의자들로 지목된 인사 등을 중심으로 약 9천여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된, 이른바 "추악한 전쟁" 시기로 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