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산 작은 고추 206CC

입력 2004년01월19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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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조 206CC를 만나기까지는 오랜 기다림이 필요했다. 수입은 했지만 이런저런 사정으로 판매하기까지 시간이 걸렸고, 판매에 나서서는 정작 시승차의 스케줄이 너무 바빠 손가락만 빨며 시승허락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려야 했다.

그 사이 계절은 흘러 봄이 갔고, 여름과 가을도 지났다. 해도 바뀌어 겨울이 한창 깊을 때 드디어 206CC의 키를 손에 쥘 수 있었다. 한여름 작열하는 태양을 바라보며 시원한 오픈 드라이빙을 즐겨야 제격인 차를 한겨울, 그 것도 눈밭에서 타야 했다. 그래도 좋았다. 오픈 드라이빙이 아니어도 다른 재미가 많은 차였기 때문이다. 프랑스산 작은 고추 206CC를 타고 한겨울 칼바람을 가르고 달렸다.

▲디자인
프랑스라는 나라가 워낙 개성이 강하다. 영국, 독일 등과 비교할 때 가장 톡톡 튀는 나라가 바로 프랑스가 아닐까. 206CC는 그런 면에서 가장 프랑스다운 차라고 할 수 있다. 어둠 속에서 윤곽만 보고도 이 차의 정체를 알 수 있다. 그 뿐 아니다. 정면에서 이 차를 보고 있으면 괜히 주눅이 든다. 마치 쌍심지를 치켜 뜨고 “눈 깔아라”라고 말하는 듯 카리스마가 넘친다. 작지만 전혀 우습게 보이지 않는 당찬 모습이다.

작은 크기에 트렁크 라인이 길고 특이해 뒷모습, 옆모습에서도 다른 차와는 많이 다른 독특한 실루엣을 자아낸다. 스키 캐리어를 얹으면 마치 닌자 거북이를 보는 듯하다. 가만히 보고 있노라면 다양한 상상력을 자극시키는 재미있는 디자인이다. 실내는 2+2 시트지만 2인승이다. 뒷좌석과 앞좌석과의 거리가 좁아 뒤에 사람이 타기는 힘들다.

단순한 인테리어는 아기자기하다. 대시보드 조수석 위쪽으로 움푹 팬 공간이 눈에 들어온다. 쓸모가 있다. 조수석 에어백 스위치가 별도로 있다. 조수석에 사람이 타고 있지 않으면 스위치에 키를 넣어 ‘오프’로 해두면 된다. 물론 사람이 있을 땐 온으로 해야 한다.

206CC는 한 대가 두 대 몫을 해낸다. 하드톱을 닫으면 쿠페가 되고, 열면 컨버터블이다. 지붕을 여닫는, 단 16초만에 차가 변신하는 것. 지붕을 열어젖힌 컨버터블은 제법 폼이 난다.

이 차는 끼있는 이들이 좋아할 디자인이다. 다른 차에서는 보기 힘든 강한 개성이 있고 변화무쌍한 모습을 연출할 수 있어서다. 이 처럼 개성 강한 차를 타는 사람들은 분명 착한 사람들이다. 적어도 나쁜 사람은 아니다. 어디서나 눈에 잘 띄는 차를 타면서 나쁜 짓을 할 만큼 어리석은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착한 사람들이 타는 차’라고 해도 좋을 정도다.

▲성능
운전석에 자리를 잡고 앉으면 엉덩이에서부터 기분이 좋다는 신호가 온다. 엉덩이와 시트가 딱맞아 일체감을 이루기 때문이다. 엉덩이 좌우, 허리와 옆구리가 시트와 딱 밀착되는 기분이 시트에 앉아 핸들을 잡는 순간 마치 카레이서가 된 듯한 기분에 빠지게 한다.

주차장에 넣고 빼기는 편하다. 워낙 작은 차니까. 가속 페달을 밟고 달리면서 배기량 1.6ℓ의 작은 차임을 다시 실감해야 했다. 110마력의 엔진은 순식간에 차에 탄력을 붙일 정도로 넉넉한 파워는 아니다. 그러나 꾸준히 가속력을 더하면 최고속도는 시속 193km에 이른다. 하지만 시속 160km 이상은 그리 권하고 싶지 않다. 그 이상의 속도에서 차는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160km/h를 넘어 속도가 높아질수록 엔진소리와 바람소리가 함께 커지고 실내에서 느끼는 안정감도 급격히 떨어진다.

바람소리는 뒤에서 주로 난다. 루프를 지나 트렁크 라인에 부딪히는 소리다. 극단적인 과속을 피해 시속 140km를 넘지 않는 수준으로 달린다면 아늑한 드라이브를 보장 받을 수 있다. 순간가속력에서는 아무래도 배기량의 한계를 절감해야 하지만 이를 제외한 다른 부분에서는 그리 아쉬울 게 없다.

스티어링 휠은 하드하다. 장시간 운전할 때라면 피곤을 느낄 정도다. 스포츠카의 하드함으로 여기고 이를 즐길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든다.

4단 자동변속기의 레버는 밋밋한 1자형이 아니라 각 레인지별로 위치가 정해진 게이트 방식이다. 특히 D와 3레인지는 수시로 밀고 당기면서 수동처럼 변속할 수 있어 좋다. 다이내믹한 드라이브를 즐기는 운전자들 중에서는 팁트로닉보다 이 같은 게이트 방식을 좋아하는 이들이 많다. 번거롭지 않고 자연스럽다는 이유에서다.

206CC는 강한 개성만큼 성격이 분명하게 드러나는 차다. 따라서 장단점도 비교적 명확하게 갈린다. 화끈한 사나이처럼 ‘이건 이거, 저건 저거’로 분명한 성격이다. 디자인이 이 차의 강한 개성이면서 장점이라면 비교적 작은 배기량에 기인하는 순간가속력의 한계 등 동력성능의 특성은 단점으로 꼽을 수 있겠다. 단점이라고는 하지만 평균 이하라고 봐선 곤란하다.

▲경제성
디자인과 더불어 이 차의 가장 큰 특징은 경제성에 있다. 당초 2,000만원대의 수입차를 표방하며 시장에 뛰어든 206CC다. 이 차의 판매가격은 3,050만원, 206CC 스페셜은 3,410만원이다. 그래봐야 3,000만원이 넘고 배기량에 비해 비싸다고 할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 206CC의 가변성은 그런 시비를 일거에 잠재운다. 그 가격에 차 두 대 몫을 해낸다는 것이다. 오픈카와 쿠페로 자유자재로 변신하는 수입차를 한불자동차가 이 가격에 제시하는 것이다.

완벽에 가깝지만 원칙을 고수하는 딱딱함, 거리를 느끼게 하는 독일차에 비해 206CC는 자유분방하고 나만의 특성을 잘 표현하며 상황상황에 잘 적응하는 프랑스차의 개성을 가장 잘 표현하는 차다. 같은 유럽차지만 상반되는 성격이 재미있다.

시승/오종훈 기자 ojh@autotimes.co.kr
사진/박형철 기자 phot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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