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자동차도 환경을 생각해야 하는 시대다.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갈수록 이 같은 추세는 더 심해질 것이다. 환경을 논할 때 가장 껄끄러운 존재가 디젤엔진이다. 배기구를 통해 뿜어지는 시커먼 매연은 사실 보기 끔찍할 지경이다. 디젤엔진을 향한 따가운 시선은 필연적으로 디젤엔진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 예전보다 훨씬 앞선 기술들이 속속 개발되고 있는 것.
스타렉스의 새로운 버전이 나왔다. 현대자동차측 설명을 빌리면 “친환경 엔진을 새로 얹고 성능 및 편의성을 대폭 향상시킨 친환경 2004 스타렉스”다. 유해 배기가스 배출을 줄이고 연비를 평균 15% 정도 향상시켰다는 설명이 더해진다. 운전석 에어백이 이제는 스타렉스에도 기본으로 적용된다. 경제성과 안전성을 개선하고 환경에 조금 더 다가선 진일보한 차를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디자인
2004년형 스타렉스는 깔끔한 모습으로 변신했다. 디자인 변화의 키포인트는 앞부분. 이런 모습을 예쁘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앙증맞다고 해야 할까. 큰 덩치와 예쁜 얼굴,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가지 요소가 조화를 이뤘다. 헤드램프와 그릴, 윈드실드 글래스 등이 새로운 모습을 연출하는 요소들. 범퍼와 범퍼가드도 디자인을 돋보이게 한다. 센스있는 젊은 여성의 얼굴 화장을 보는 듯하다.
계기판은 심플하다. 적지 않은 정보들이 표시되지만 적절한 구성으로 한눈에 보기에 편하게 만들었다. 실제 운전하다 보면 계기판이 어떤 가에 따라 운전자의 시선처리는 크게 달라진다. 복잡하고 산만한 계기판은 운전자의 시선을 오래 붙잡아 결과적으로 안전에 악영향을 준다. 잘 만들어진 계기판은 슬쩍슬쩍 스쳐 보는 듯이 해도 주행정보를 정확히 알 수 있어 안전운전에 큰 도움을 준다. 스타렉스는 후자에 가깝다.
9인승의 실내는 다양하게 연출할 수 있다. 풀플랫 시트를 만들어 편히 누울 수 있는 건 기본. 2열 시트는 90도, 180도로 회전시킬 수 있어 좌석 배치를 기분에 따라 달리 할 수 있다. 앞을 보는 위치에서 옆이나 뒤를 볼 수 있게 좌석을 돌릴 수 있는 것. 좌석을 뒤로 돌려 3열 시트와 마주보게 배치하면 기차를 탄 기분을 낼 수도 있다.
이 차의 기능이 한결 다양해졌음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많은 사람이 이용할 때면 유용한 기능이다. 운전석과 조수석이 사이는 트여 있어 실내에서 자리를 옮기기에 편한 구조다.
▲성능
운전석에 앉는 순간 확트인 시야가 승용차와는 다른 느낌을 준다. 그 느낌의 차이는 확연하다. 높게 앉아 멀리 보는 맛은 승용차에선 기대하기 힘들다. 게다가 스타렉스의 차창은 무척 넓다. 앞창은 물론 옆창도 그렇다. 운전석에 앉아 편한 자세로 팔을 내리면 왼쪽 팔꿈치가 차창 아래에 걸린다. 창이 넓어 시야가 시원하다는 말이다.
운전자세도 편하다. 몸에 맞는 옷을 입은 것처럼 운전석이 몸에 딱 맞는다. 스티어링 휠과 변속레버, 센터페시아의 각종 스위치 조작에 무리가 없다.
뒷문 손잡이는 어느 방향에서 잡아도 편하게 작동되도록 만들어졌다. 열린 문은 다시 손잡이를 잡고 닫아야 한다. 그냥 대충 문을 민다고 닫히지 않는다. 안전을 위한 조치다.
가속 페달을 밟으면 엔진 소리가 제법 크게 들린다. 소음을 문제 삼을 정도는 아니다. 승용차가 아니지 않은가. 그러나 2005년부터 10인승 미만을 승용차로 분류하면 9인승 미니밴의 메리트는 크게 줄어든다. 11인승, 12인승이 대안으로 떠오를 것임은 뻔한 이치다.
승용차를 생각하면서 이 차를 몰면 안된다. 그랬다간 십중팔구 사고를 피할 수 없게 된다. 승용차와는 여러 가지 구조적 특성이 다르다. 스타렉스는 지상고가 높고, 2WD의 경우 뒷바퀴굴림이다. 코너와 눈길에 약한 방식이다. 과속으로 코너를 도는 걸 피해야 한다는 말이다.
시속 120~130km까지는 편하게 운전할 수 있다. 물론 다소 시끄러운 점은 감수해야 한다. 그 이상 빠른 속도도 충분히 가능하다. 하지만 속도가 그 이상으로 오를수록 운전자가 느끼는 불안감은 급격히 커진다.
자동변속기는 무난한 성능이다. 딱히 언급할 게 없을 정도. 홀드와 파워 모드 버튼이 변속레버에서 떨어져 나와 핸들 오른쪽 아래에 자리잡은 게 눈에 띈다. 브레이크는 ABS의 제동력을 자동으로 조절해주는 EBD ABS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브레이크 시스템으로 훌륭한 제동력을 확보했다.
▲경제성
2004 스타렉스의 기본가격은 터보 인터쿨러 엔진 기준으로 RV 2WD 9인승 GRX가 1,512만원, 점보 2WD 12인승 GRX가 1,526만원이다. 자동변속기를 선택하면 120만원을 더 내야 한다.
스타렉스의 라인업은 복잡하기 이를 데 없다. 우선 보디가 작은 RV와 큰 점보로 나뉜다. 각각 3인승, 6인승, 7인승, 9인승 11인승, 12인승이 있다. 엔진은 디젤 터보 인터쿨러(103마력)와 커먼레일(145마력) 두 종류다. 여기에다 굴림방식이 2WD와 4WD로 구분된다. 보디와 엔진, 굴림방식의 조합에 따라 아주 다양한 라인업을 갖게 된 것. 모델 수가 일일이 설명하기 곤란할 정도로 많다.
커먼레일 엔진을 얹은 9인승 2WD에 자동변속기의 연비가 10km/ℓ. 같은 조건의 4WD는 8.9km/ℓ다.
판매자도 모를 만큼 모델 수가 많은 건 마케팅의 승리라고 볼 수 있다. 매우 다양한 경우의 수가 가능해 고객 상황에 따라 모델을 선택할 수 있어서다. 고객의 취향 변화, 시장상황과 법규의 변화에도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당장 2005년부터 10인승 미만이 승용으로 구분될 때 11인승과 12인승으로 대응해 나갈 수 있다.
이 처럼 다양한 모델로 라인업을 구축할 수 있는 건 적어도 현재의 한국에서는 현대자동차가 아니면 불가능하다. “현대니까”라는 말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시승/오종훈 기자 ojh@autotimes.co.kr
사진/박형철 기자 photo@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