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조 307SW, '하늘이 차 안으로 쏟아진다'

입력 2004년03월05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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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고비사막을 다녀왔다는 어느 지인은 탁 트인 그 사막 한가운데서 볼일을 봤던 당혹감을 얘기했다. 타인의 시선에 그대로 노출된 상태로 쪼그리고 앉아 있어야 했던 곤혹스러움은 어땠을까.

영국 런던의 한 시내에 투명유리로 둘러싸인 화장실이 생겼다는 외신도 생각난다. 벽이 유리로 만들어져 있어 안에서 밖이 훤히 보이지만 밖에서는 안이 안보인다는 이 화장실은 설치 미술가가 만든 작품으로 ‘한 순간도 놓지지 마라’란 제목도 있다. 그 안에서 볼 일을 보는 기분은 또 어떨까.

자료를 찾다 보니 투명 화장실의 원조는 에펠탑이었다는 글도 나온다. 에펠탑 전망대에 만들어진 화장실은 원래 사방이 유리로 된 투명한 곳이라나. 가장 높은 곳에 있어서 누가 들여다볼 위험도 없어 투명하게 만들었다는 것. 물론 파리시내를 조망하라는 배려였으나 도대체 그 깊은 뜻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한결같이 불투명한 화장실을 원해 투명 화장실은 사라졌다는 얘기다.

왠 화장실 얘기냐고? 푸조 307SW 운전석에 앉는 순간 머리를 스쳐간 단상들이다. 문을 열어 시트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는 순간, 중국에 다녀왔다는 지인이며, 런던과 에펠탑의 화장실 얘기들이 차례로 연상됐다. 그랬다. 307sw에 앉아 있으면 바깥 세상이 그대로 한눈에 들어온다.

차 안과 바깥 사이를 경계짓는 유리가 있으나 안에서 보기에 그 유리가 너무 투명해 느끼지 못할 정도다. 시원하게 펼쳐지는 시야는 그 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느낌을 준다. 물론 그 새로움을 느끼기까지의 아주 잠깐동안은 당혹스러움도 있다. 길거리에 그대로 노출된 듯한 느낌. 그래서 앞서 말한 투명 화장실이 떠올랐을 것이다.

운전석에 앉는 순간 강한 인상을 주는 차는 드물다. 307SW는 그런 드믄 경험을 하게 했다. 별들이 쏟아져 내릴 듯한 곳에서, 혹은 비오는 밤 가로등 불빛이 적당히 스미는 곳에 차를 세워 하늘을 보면 낭만적이겠다. 아름다운 여인과 함께라면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디자인.
이 차의 가장 큰 특징은 당연히 유리지붕 즉, 글래스 루프다. 유리지붕은 차 지붕의 절반 이상을 덮는다. 그래서 이 차의 특성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위치는 위에서 밑으로 차를 내려다보는 것. 앞모습의 강한 개성도 압권이지만 위에서 내려다보면 이 차가 어떤 차인지 직감적으로 알 수 있다.

전망을 즐기기엔 더 없이 좋다. 그러나 한여름 태양이 작열할 때 그 열기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지는 않을까 걱정되는 것 또한 사실이다. 하지만 기우다. 태양열이 강할 때는 버튼 조작으로 작동시킬 수 있는 전동식 블라인드가 있다.

지붕을 유리로 만든 푸조의 파격에 적응하지 못하고 걱정만 많은 이의 기우는 계속 이어진다. 유리가 깨지면 어쩌나. 글래스 루프는 강화유리로 돼 있어 어지강한 충격엔 끄덕도 하지 않는다. 앞좌석 듀얼 에어백은 물론 측면 윈도 바로 위로 2개의 커튼식 에어백도 있다. 사이드 에어백도 갖췄다. 크게 걱정할 필요없다는 말이다. 그렇다고 글래스 루프의 강화유리 강도를 직접 테스트하겠다고 시속 100km쯤으로 달리다가 차를 뒤집는 경우에는 안전을 보장하지 못한다.

독일병정과 파리지엔느의 차이. 딱딱하고 기계적인 완벽함이 독일의 특징이라면 프랑스의 특징은 좀처럼 통제할 수 없는 자유분방함이랄 수 있다. 그런 자유스러움이 이 차에도 묻어 있다. 7인승 시트 중 2, 3열 시트는 손쉽게 탈부착할 수 있다. 기분에 따라 혹은 필요에 따라 실내 레이아웃을 바꿀 수 있는 것.

회색 대시보드에 은색과 크롬 등으로 액센트를 준 운전석 주변 디자인은 차분한 느낌이다. 스티어링 휠 한 가운데에는 푸조의 상징인 새끼사자가 그려졌다.

▲성능
잠자는 새끼사자를 살살 깨워 주차장을 빠져 나왔다. 운전석에 앉는 순간 첫 느낌을 눈으로 받았다면, 두 번째 느낌은 엉덩이와 허벅지 그리고 옆구리를 통해 전해졌다. 몸을 딱 받쳐주는 시트의 감각이었다. 뒤뚱거리는 어린 아이를 아빠가 옆에서 받쳐주듯 차의 움직임에 따라 이리 기울고 저리 기우는 몸을 시트는 잘 받아준다. 이러니 차가 기울어도 크게 부담이 없다.

시트 위치가 승용차에 비해 높아 전방시야가 탁 트인다. 그러나 운전하다 보면 시트 포인트가 높다는 걸 인식하지 못하고 마치 승용차를 운전하는 기분이 든다. 보닛 끝이 보이지 않아 오히려 주차할 때 조금 불안하다.

서스펜션은 노멀한 상태에서 조금 딱딱한 편으로 세팅이 됐다. 노면충격을 속이지 않고 차체로 전달하지만 잔진동이 생기지는 않는다. 노면으로부터의 충격을 받아도 어지간해서는 균형을 잃지 않는다. 잠깐 "덜컹"하고는 언제 그랬냐는 듯 평상을 되찾는다.

승용차보다 차체가 조금 높아서일까. 엔진소리보다는 바람소리가 크게 들린다. 시속 100km 전후에서는 크게 신경쓸 정도가 아니지만 고속으로 가면 바람소리가 꽤 들렸다.

다리와 손을 통해 실한 느낌이 전해진다. 단단하고 꽉 짜인 이런 느낌은 차에 대한 신뢰를 갖기에 충분할 정도다. 스티어링 휠 조작에 따른 차체 반응은 민감한 편이다. 핸들 유격이 거의 없다 싶을 정도로 시간차없이 차체가 움직인다. rpm을 높게 사용하면서 조금 강하게 차를 몰아부쳤다. 민감한 스티어링 휠에 딱딱한 서스펜션이 어울리며 운전하는 즐거움을 누리게 해준다.

팁트로닉을 갖춘 4단 자동변속기는 변속충격이 없고 수동 기능을 갖춰 변속하는 손맛을 즐길 수 있다.

고속에서 쭉 밀어붙이는 맛은 조금 덜하다. 시속 160km를 지나 180km를 향하면서는 탄력이 떨어진다. 제원표 상 최고속도는 시속 196km. 어지간해서는 이 속도를 체험하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든다. 도로상황의 탓도 크다. 그러나 훼미리RV 혹은 그냥 미니밴으로 보면 기대 이상의 성능을 보였다.

배기량 2.0ℓ 엔진은 138마력의 최고출력에 19.4kg·m의 최대토크를 갖췄다. 제원표 상의 출력만으로는 국산 중형차급 엔진이다. 뉴EF쏘나타 2.0과 거의 흡사하다. 출력과 토크가 각각 1마력, 1kg·m씩 307SW가 높다.

▲경제성
307SW는 차값이 3,960만원이다. 푸조는 고급차메이커라기 보다는 대중성이 강한 차를 만드는 회사다. 가격에 대한 판단은 소비자들 개개인의 입장에 따라 달라지게 마련이지만 유럽차 중에서는 상대적으로 합리적인 가격임엔 분명해 보인다. 연비는 10.0km/ℓ.

정리하면 이렇다. 307SW는 적당한 차 크기를 가진 미니밴으로 어느 연령대에서도, 어떤 목적으로 사용해도 잘 어울릴 것 같은 팔방미인이다.

시승/오종훈 기자 ojh@autotimes.co.kr
사진/박형철 기자 phot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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