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평=연합뉴스) GM대우차가 11일 1조7천억원대에 이르는 대규모투자 방침을 발표, 출범후 제2의 도약을 위한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이번 투자 규모는 GM대우 뿐 아니라 GM그룹 전체로 볼 때도 단일 투자로는 최대규모다. 특히 GM대우는 외국기업의 한국 투자가 주춤세를 보이는 가운데 이례적으로 큰 투자를 단행, GM대우에 대한 GM 본사차원의 육성 계획이 변함없음을 강조하는 한편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하청기지화 논란도 불식시키는 데 사력을 다하고 있다.
GM대우는 이번 투자를 통해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와 대형차, 디젤차량 등 풀라인업을 구축하고 GM의 대우인천차(옛 대우차 부평공장)의 인수시기도 앞당김으로써 한국시장에서 명실상부한 차메이커로 우뚝 서겠다는 각오다.
더욱이 중국 란싱그룹의 쌍용차 인수도 "초읽기"에 들어간 상태여서 GM대우의 이번 투자가 일단락되는 2006년께부터 현대.기아차가 독식하고 있는 국내 자동차 시장의 본격적인 판도변화도 예고되고 있다.
그러나 계획의 차질없는 시행과 과거 대우차 이미지 탈피 등 과제도 적지 않다.
◆라인업 보강으로 승부 = GM대우차는 2006년 상반기께 싼타페급의 콤팩트 SUV 신차를, 2007년 초께 홀덴사의 두개 모델(칼라이츠, 스테이츠맨)을 기반으로 한 2.8ℓ 및 3.6ℓ급 대형 럭셔리 세단을 각각 출시키로 했다. 대형차의 경우 국내 생산에 앞서 일단 내년부터 직수입 형태로 국내에 시판된다.
이와 함께 GM대우차는 오는 6월 군산에 5천800평 규모의 디젤엔진 공장(연산 25만대)을 착공, 2005년 4월 완공한 뒤 2006년 초부터 유로-4기준의 1.5ℓ및 2.0ℓ급 디젤엔진을 생산할 계획이며 이를 위해 최근 기술도입 계약을 체결했다. 또 조만간 대우파워트레인 인수작업을 마무리, 차세대 변속기 개발 및 생산에 4천200억원을 투자키로 했다.
닉 라일리 사장은 "대형차의 경우 일단 내수시장 공략 차원에서 직수입을 통해 먼저 선 보인 뒤 점차 독자개발로 옮겨가기로 한 것"이라며 "연간 16만대 규모로 예상하고 있는 SUV는 완전한 신차 개념으로 내수보다 수출에 주력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대우인천차 조기인수 기대 = GM대우차는 SUV와 대형차를 부평 제2공장에서 생산키로 함에 따라 GM의 부평공장 조기 인수 기대감을 한층 높였다. 칼로스를 생산하는 제1공장이 지난해 8월부터 2교대로 전환한 데 이어 SUV 생산이 시작되는 2006년 상반기부터는 부평2공장도 2교대 체제에 돌입, GM이 대우인천차 인수의 조건으로 내걸었던 핵심사항을 만족시키게 된다.
이에 앞서 GM은 ▲2교대 풀가동 체제 ▲품질 ▲생산성 ▲노조문제를 부평공장인수 조건으로 내걸었다.
라일리 사장은 "생산성, 품질 등 다른 인수조건도 2공장 2교대 가동전까지 만족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GM의 한국내 대규모 투자 결정은 GM대우의 성장가능성에 대한 긍정적 의사표시로, 부평공장 인수에도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일정대로 차질없이 추진된다면 2006년께는 대우인천차가 GM에 인수, 사실상 GM대우차와 통합될 수 있게 된다는 얘기다. GM대우의 주력 생산기지인 대우인천차의 GM인수가 현실화되면 GM대우차로서는 업무결정 및 생산의 효율성.유연성 등 통합에 따른 시너지 효과를 얻게 된다.
◆국내 자동차시장 판도변화 예고 = 지난해 현재 업체별 내수 시장 점유율은 현대차 47.8%, 기아차 23.8%, 쌍용차 9.8%, GM대우 9.7%, 르노삼성차 8.4% 등이다. 현대.기아차가 전체의 70%이상을 차지하면서 사실상 내수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GM대우차가 2006년께 라인업 보강을 통해 "아킬레스의 건"을 털어내는 동시에 디젤 시장에도 적극 가세할 경우 시장 판도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쌍용차 인수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중국 란싱 그룹이 향후 10억달러를 투자, 쌍용차를 글로벌 차메이커로 육성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도 향후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변수가 될 수 있다.
이에 더해 르노삼성차도 대형차와 SUV 신차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국내 자동차 시장은 현대.기아차를 주축으로 한 토종업계와 GM대우, 쌍용차, 르노삼성차 등 외산업체간의 각축전 양상을 보일 전망이다.
◆향후 과제 = GM대우가 이날 발표한 중.장기 투자계획을 예정대로 차질없이 추진하는가 여부가 무엇보다 관건이다. 국내 경기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한국 경제가 계속 안갯속을 걸을 경우 GM그룹 차원의 계획 수정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대형차만 하더라도 처음에는 자체 개발쪽으로 검토되다 "직수입 후 점진적인 자체개발"쪽으로 방향이 바뀌면서 이러다가는 독자개발은 아예 물건너가는게 아니냐는 우려도 일부에서 나오고 있다.
노조문제도 남아있는 숙제다. 지난해 대우차 노조(GM대우차+대우인천차)는 무분규 임금협상 타결을 이끌어 냈지만 과거 대표적인 강성노조로 꼽혀온 전력이 있는 만큼 향후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인 노사관계를 구축해 나갈 수 있을지에 대한 확신을 GM측에 심어주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과거 대우차 이미지에서 이른 시일내에서 벗어나 내수 시장에서의 입지를 회복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로 지적되고 있다. GM대우는 2002년 10월 출범 이후 미국 수출 재개와 중국 진출 등 GM네트워크를 통한 수출 활성화에 힘입어 판매량이 급속도로 신장, 대우차 부도사태 이전 수준에 가까운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내수는 여전히 신통치 않다.
전체 판매량 중 수출 비중이 지난해 75%에 이어 올해는 80% 이상을 웃돌 것으로 예상되는 등 내수 부진을 수출물량으로 돌려 현상유지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내수시장 부진에는 라인업 부족 못지 않게 과거 대우차 이미지가 아직도 따라다니고 있다는 점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 사실이다.
라일리 사장도 "GM대우차 자체의 품질은 글로벌 수준으로 향상됐지만 국내외 소비자들 사이에서 과거 대우차 이미지 때문에 고전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브랜드 이미지 쇄신이 넘어야 할 산"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