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GM대우의 미래를 결정할 중요한 투자계획들이 발표된 지난 24시간은 잊지 못할 것입니다"
지난 10일 오전 부평공장내 GM대우차 홍보관. 수백명의 직원들 앞에서 GM대우 로고가 새겨진 작업복 차림으로 1조7천400억원 규모의 매머드급 투자계획을 발표하는 닉 라일리 사장의 목소리는 흥분으로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라일리 사장은 9일과 10일 이틀에 거쳐 창원과 군산, 부평공장을 순회하며 직원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가졌다.
그는 창원공장에는 칼로스 병행 생산에 따른 250억원 투자 및 150명 추가채용방침을, 군산공장에는 디젤엔진 공장설립을 각각 "선물"로 안겨줬다. 특히 이날 부평공장 설명회에서는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및 대형차의 부평 2공장 투입 방침을 전격 발표, 설명회에 참석한 대우인천차(옛 대우차 부평공장) 직원들은 2교대 체제 돌입과 이에 따른 GM의 조기인수 기대감으로 한층 들떠 있었다.
기업경영의 투명성 제고 분위기 확산으로 직원이나 노조 대상의 경영설명회가 예전보다는 활성화됐다고는 하지만 CEO가 직접 각 생산현장을 돌며 전 직원을 상대로 발표행사를 갖는 것은 국내 기업 풍토에서는 아직은 이례적인 일이다.
"과거에는 직원들이 가장 나중에 주요 경영상황을 간접적으로 전해 듣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제2의 도약을 위한 이번 투자결정은 직원 한명 한명의 노력의 결실로 이뤄진 것입니다. 여러분에게 가장 먼저 알려드리고 싶었습니다"
실제로 이날 설명회 직후 이어진 기자회견에 대한 회사측의 통보는 불과 하루전에 긴급하게 이뤄졌다. 기자회견 일정 통보가 사전에 알려지면 개별취재를 통해 일부 언론에 투자계획이 보도될 수 있어 조합원이나 직원들이 회사의 주요 경영계획을 간접적으로 전해듣는 일은 피해야 한다는 경영진의 "함구령"에 따라 이같은 "깜짝발표"가 이뤄졌다는 후문이다.
라일리 사장은 설명회 직후 이보운 대우자동차노조(GM대우+대우인천차) 위원장과 유길종 사무노조 위원장을 직접 거명, 자리에서 일으켜 세워 공식적으로 감사의 뜻을 전달하기도 했다. 라일리 사장 입장에서는 2002년 10월 출범 이후 회사가 현재에 이르기까지 직원들의 노고가 고맙기도 했을 것이다. 대우차 노조는 과거 대표적인 강성노조로 꼽히며 GM의 인수과정에서도 큰 걸림돌로 작용했지만 지난해만 하더라도 회사측과의 대화를 통해 무분규 임금협상 타결을 이끌어냈다.
GM이 이번에 부평공장 신차 투입 결정을 승인, 인수의 핵심열쇠인 2교대 가동을 앞당기게 한 것도 노조문제에 대한 불신이 어느 정도 해소됐다는 반증이라는 관측이 높다. 동시에 라일리 사장의 "직원 예찬론"은 앞으로도 노조의 지속적인 협조를 이끌어내려는 "유인책" 차원일 수도 있다. 앞으로 GM의 대우인천차의 조기인수 등 중.장기 계획들이 순조롭게 진행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노사관계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라일리 사장은 노조문제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서도 "한국의 노조가 강성노조라고는 하지만 GM대우 노사는 활발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지금까지 매우 긍정적인 관계를 유지해왔다"고 강조했다. 회사가 노조에 일방적으로 끌려다니는 모양, "퍼주기식 양보"는 지양돼야 하겠지만 노조와 직원을 동반자로 인정하고 전폭적인 신뢰를 표하며 "직원.노조 챙기기"에 나선 라일리 사장의 모습은 사뭇 인상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