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만4,300원"
어떤 비용일까. 눈치 빠른 이라면 쉽게 알 수 있다. 한국에서 2,000cc급 중형차를 3년동안 굴리기 위해 매월 부담해야 하는 금액이다. 이는 통계청이 밝힌 지난해 4/4분기 도시근로자의 월평균 소득 212만7,000원 중 42%를 차지하는 액수고, 도시에 거주하는 가구 당 월평균 소득 301만9,,000원의 30%에 해당하는 돈이다.
게다가 연간 2만km를 운행한다고 가정할 때 5,000km마다 엔진오일 교환비가 월 7,000원 가량 더 들어간다. 물론 개인별 편차가 클 수 있으나 89만4,300원은 평균 산출금액이다. 또 중형차에 연간 붙는 자동차세는 60만원 가량이다. 이래저래 도시 근로자 월평균 소득의 절반에 달하는 거금이 거뜬히 들어가는 셈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자동차 등급은 중형차다. 가장 많이 팔린 차로 꼽히는 게 언제나 중형차고, 적어도 중형차를 타야 체면이 서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러나 앞서 밝혔듯 중형차를 보유하려면 눈 딱 감고 소득의 40~50%를 과감히 지출해야 한다. 엄청난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기자가 잘 알고 지내는 사람 중 자동차관련 대기업 임원으로 근무하는 C 이사가 있다. 언젠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던 중 서로가 무슨 차를 타느냐는 질문했다. 중형차를 타는 C 이사는 "유지가 버겁다"는 말을 했다. 대기업 이사 연봉이면 무슨 문제냐고 물었더니 아이들 사교육비 부담이 크다는 말부터 했다.
그럼 작은 차로 바꾸는 게 어떠냐고 물었다. 그는 사람들의 시선이 있어 "조금 그렇다"고 답했다. 작은 차로 바꾸면 사교육비 부담도 줄고, 이래저래 경제적이지 않느냐고 했더니 "맞긴 하지만…"이라면서 말끝을 흐렸다. 아마도 대한민국에서 중형차를 타는 사람 중 C 이사와 같은 고민을 한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최근 국내 경제상황이 좋지 않다. 만나는 사람마다 "벌이가 신통치 않다"며 한탄하는 게 일상이 된 듯하다. 그래도 체면은 차려야 한다는 게 사람들의 생각이다. 그러나 "체면"은 말 그대로 "체면"일 뿐이다. "체면" 세우다 남는 건 별로 없다. 차라리 "실속"이 낫다는 사람도 부쩍 늘었다.
경차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 기인하지 않을까. 체면보다 실속을 따지는 이가 늘고 있다는 반증이다. 이래저래 구입비와 유지비가 덜 드는 경차의 전성시대같다. 이는 모두 제도적 기반 덕분이다. 경차의 효용성을 강조하며 "제발 좀 타자"고 할 때는 무시하더니 살림살이가 어려워지자 경차로 눈을 돌린 셈이다. 실속파가 늘었으니 그 동안 눈치보며 체면을 위해 큰 차를 탔던 사람이라면 한 번쯤 "경차"로 눈을 돌려볼 만한 일이다.
권용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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