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체로키 디젤, 저스트파워 돋보이는 SUV

입력 2004년03월25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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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차시장에 디젤엔진 바람이 서서히 불고 있다.

디젤엔진은 그 동안 수입차시장에 발붙이기가 힘들었다. 디젤엔진에 대한 우리나라의 기준이 워낙 까다롭고, 게다가 디젤에 대한 부정적 인식 때문이다. 시끄럽고, 진동과 매연이 심하며, 값싼 연료를 사용하는 데 따른 "싸구려"라는 점 등이 디젤에 대한 선입견이다. 고급스러움이 미덕으로 통하는 수입차시장에서는 좀처럼 받아들이기 힘든 악조건들을 디젤엔진은 고루 갖춘 셈이다.

그러나 디젤이 갖는 최대의 장점인 경제성을 앞세워 수입차시장에서도 조금씩 디젤엔진 차들이 늘고 있다. 싼 연료를 사용해 경제적으로 차를 운용할 수 있다는 건 무시할 수 없는 매력이다. 수입차라고 그런 매력과 관계없는 게 아니다. 게다가 디젤엔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중 상당 부분이 잘못됐다거나, 혹은 개선됐다고 한다면 디젤엔진을 마다할 이유가 있을까.

다임러크라이슬러코리아가 배기량 2.7ℓ짜리 커먼레일 디젤엔진을 얹은 그랜드체로키를 들여왔다. 이름하여 그랜드체로키 2.7CRD다. 똑같은 디자인에 엔진이 바뀐 정도다. 단순하다면 단순한 변화지만 그 안을 들여다 보면 매우 의미있는 변화를 거쳤음을 알 수 있다.

다임러 벤츠와 크라이슬러가 만나 합병을 단행하고 처음 만들어낸 작품이 바로 이 차다. 그랜드체로키 보디에 벤츠의 2.7 디젤엔진이 올라간 것. 벤츠 M270에 장착됐던 엔진을 좀 더 손본 뒤 그랜드체로키에 채용한 것이다. 그랜드체로키가 미국산 SUV의 대명사지만 이 차가 오스트리아에서 제작된 건 바로 이런 배경에서다. 미국차가 유럽에서 만들어져 한국에 건너온 것이다.

▲디자인
짙은 청색의 그랜드체로키 2.7CRD는 겉모습만 보면 기존 그랜드체로키 그대로다. 7개의 구멍이 나있는 라디에이터 그릴과 보닛 후드 앞에 쓰인 JEEP 표기는 짚 브랜드의 상징이다. 디자인의 변화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전 그랜드체로키 그대로 심장만 디젤로 바꾼 것이다.

그랜드체로키의 디자인은 깔끔하다. 왜건 스타일 SUV의 전형을 보여주는 디자인이다.

운전석에서 느끼는 차체의 폭은 무척 넓다. 오른손을 쭉 뻗어야 사이드 브레이크 레버가 잡힌다. 센터콘솔의 폭도 조금 과장하면 험머를 연상시킬 정도로 넓다. 몸집이 큰 미국인 체형을 기준으로 만들어진 실내가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다. 검정 바탕에 하얀 원으로 구성된 계기판은 한눈에 쏙 들어온다. 마일은 작게, km는 크게 표시된 점도 마음에 든다.

▲성능
이전 그랜드체로키를 시승했을 때, 변강쇠를 떠올렸었다. 넘치는 힘을 주체하지 못하는 모습이 꼭 변강쇠같았다. 그러나 디젤엔진에서는 달랐다. 넘치는 힘이라기 보다는 딱 맞는 "저스트 파워"라 할 수 있다. 2t이 조금 넘는 차체 무게를 끌고 가는 데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딱 맞는 힘은 인상적이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의 도달시간은 약 10.5초. 디젤엔진에다 SUV라는 점을 감안하면 제법 빠르다.

디젤엔진에 대한 선입견은 갖지 않아도 된다. 워낙에 휘발유엔진을 사용하는 그랜드체로키도 그리 조용한 차는 아니어서다. 그랜드체로키 디젤은 차 밖에서 엔진소리를 들을 때 비로소 디젤엔진임을 실감한다. 차 안에 들어가 앉으면, 소리에 예민한 사람이 아니라면 디젤인지 휘발유인지 쉽게 알아채지 못한다.

이 차에는 콰드라트랙Ⅱ 시스템이 있다. 도로상황에 따라 필요한 경우 앞차축이나 뒷차축 중 한 축으로 동력을 100% 몰아주는 기능이다. 순간적으로 구동력을 잃어버리는 상황에서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해준다. 이 시스템이 있으면 빙판길이나 웅덩이 등이 있는 오프로드에서 보다 효과적으로 주행할 수 있다. ABS, EBD 등은 이제 기본으로 장착된다고 봐야 할 정도로 널리 보급됐다. 당연히 이 차에도 적용됐다.

이 처럼 첨단 기술이 적용된 차는 어떤 순간에 이르면 운전자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차가 알아서 동력을 조절한다.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아도 차는 적당한 힘만을 내며 험로나 빙판길을 벗어난다. 바람직한 건 차가 알아서 운전하는 상황에 이르지 않게 운전자가 적절히 차를 조절하는 것이다.

차체가 높아서일까, 서스펜션은 조금 부드러운 느낌이다. 노면충격이 전해오는 순간은 딱딱하다기 보다 파도를 탄 듯 출렁거린다. 하지만 노면상태가 좋은 길을 쾌속순항할 때는 승용차 저리가라할 정도의 승차감을 보여준다. 푹신한 소파에 앉아 있는 듯 편했다.

오프로드에서 의도적으로 대각선 장애물에 차를 올려도 균형을 잃지 않는다. 헛바퀴를 도는 일도 없다. 묵묵히 뚜벅뚜벅 갈 길을 가는 모습이 믿음직스럽다.

5단 자동변속기는 따로 코멘트할 게 없을 정도다. 부변속기는 예전과 똑같은 레버작동 방식이다. 전자화돼 간단히 버튼조작으로 구동방식을 변경하는 차들이 대부분인 요즘, 전통을 떠올리게 하는 메커니즘이어서 오히려 새롭다. 구동방식을 바꿀 때 중립 기어에서 해야 하는 번거로움은 감수해야 한다.

▲경제성
앞서도 말했지만 디젤엔진의 장점은 단연 경제성이다. 휘발유보다 가격이 싼 데다 연비도 훨씬 좋다. 같은 거리를 훨씬 싸게 움직일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좋아할 수 있는 장점이다. 그랜드체로키 2.7 디젤의 연비는 9.3km/ℓ. 조금 신경써서 운전하면 ℓ당 10km를 가는, 이른바 ‘1대1 연비’도 가능하다. 연료탱크는 78ℓ다.

차값은 4,980만원. 999로 끝나는 가격과 크게 다르지 않다. 5,000만원을 넘기지 않으려는 의지가 보이는 가격이다. 보다 공격적으로 시장에 대응하겠다는 뜻이다.

소비자들은 이 차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판매에 나서기 전 사전 주문이 150대에 이르렀다는 사실이 이에 대한 답이 될 지도 모르겠다.

시승/ 오종훈 기자 ojh@autotimes.co.kr
사진/ 박형철 기자 phot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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