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매각협상 결렬 '네탓공방'

입력 2004년03월26일 00시00분
트위터로 보내기카카오톡 네이버 밴드 공유
(서울=연합뉴스) 노조가 조건부 수용론으로 선회하면서 급물살을 타는 듯 했던 채권단과 중국 란싱그룹간 쌍용차 매각 협상이 결렬됐다.

양자간 협상에 이상기류가 본격적으로 감지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3일 란싱이 최종입찰제안서에 대한 시정.보완 요구를 거부키로 내부 방침을 확정하고서부터다. 채권단은 인수가격에 상하범위를 두지 말고 분명하게 확정된 가격을 제시하고 양해각서(MOU)에서 약속된 중국정부의 보증공문을 제출할 것을 요구했지만 란싱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공식입장을 밝혔다.

이때만해도 매각 협상과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신경전" 정도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24일 외신 보도를 통해 란싱의 쌍용차 인수 포기설이 흘러나오고 란싱이 이를 즉각 공식부인한지 불과 몇 십분만에 채권단은 란싱의 우선협상대상자 지위 박탈을 공식 발표했다.

채권단이 란싱측에 시정.보완을 요구한 시한은 30일로, 타협을 위한 일주일 가량의 시간이 남아 있었지만 채권단은 지체없이 우선협상자 지위 박탈을 "감행"했다.

채권단은 란싱 쪽에 책임을 돌리고 있다. MOU상에 엄연히 약속돼 있던 조건을 이행하지 않는 것은 사실상 협상의 의지가 없다고 밖에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란싱측은 우선협상자 선정 당시 최종 인수가격이 입찰제안서에 써낸 인수 희망가격 대비 상하 15% 범위에 들어야 한다는 데 동의했지만 최종입찰제안서에 적어낸 가격의 하한선은 15%를 밑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국익 차원에서라도 될 수 있는 한 제대로 된 가격을 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밝혀 이번 딜 무산의 큰 원인이 가격에 있음을 내비쳤다.

또 중국 정부의 문서 첨부도 MOU 체결 당시 란싱이 공언했던 사안이었다. 어쨌든 약속을 지키지 않은 책임은 일정 부분 란싱쪽에 있는 셈이다.

하지만 란싱도 할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정밀실사 과정에서 노조의 반발로 적지 않은 진통을 겪었지만 정작 채권단은 노조 문제를 대수롭지 않게 간과, 어려움을 가중시켰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정부 대표단은 지난달 27일 노조의 실사 저지 방침에도 불구, "걱정하지 말라"는 채권단의 말대로 현장실사를 위해 쌍용차 평택공장을 찾았으나 노조가 회사와 이견을 조율하는 사이 "문전박대" 당하다시피 몇 시간 동안이나 정문밖에 대기하고 있다 헛걸음을 해야 했다. 중국 정부 실사팀은 결국 다음날 우여곡절 끝에 실사에 성공했지만 일정차질로 실사 기간은 3일에서 2일로 줄었고 그나마 창원공장 실사는 문서로 대신됐다.

가격 문제도 노조의 반대로 현장 정밀 실사가 못 이뤄져 부실이 심할 경우를 상정, 하한가를 다소 낮게 적어낸 것뿐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실제로 쌍용차의 기업가치가 특별히 변하지 않은 상황에서 채권단이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더라도 더 높은 가격을 받아낼지는 미지수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보증문서와 관련해서도 중국 정부측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불쾌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란싱은 협상 과정에서 적잖이 자존심에 상처를 받았다는 후문이다. 이에 더해 2차 우선협상대상자로 거론되고 있는 중국 상하이기차(SAIC)가 "딜파기"에 모종의 역할을 한 것이 아니냐는 설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란싱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지목된 직후 "SAIC만 유일하게 중국 정부의 승인을 받았다"는 내용이 외신을 통해 보도되는 등 협상 과정에서 란싱에 관해 이런저런 악성루머들이 떠돌 때마다 란싱측에서는 SAIC쪽에 의심어린 시선을 보내왔다는 후문이다.

채권단은 향후 일정 기간의 냉각기를 갖고 쌍용차 매각을 다시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란싱이 실제로 다시 참여하게 될지는 현재로서는 불투명하다.

란싱과 채권단의 "결별"이 "완료형"인지, 타협에 대한 일말의 희망이 있는지는 좀더 지켜봐야겠지만 어찌됐든 이번에는 "주인찾기"에 성공할 것이라는 꿈에 부풀어 있던 쌍용차만 허탈하게 됐다.







무통장입금 정보입력
입금할 금액은 입니다. (입금하실 입금자명 + 입금예정일자를 입력하세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