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디의 한국지사 설립으로 독일 빅3가 국내에서 본격적인 경쟁체제를 갖추게 됐다. 이번 결정은 아우디가 국내 1, 3위 브랜드로 자리잡은 BMW, 벤츠의 맞수라는 점에서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뒤늦게나마 라이벌들에 정면으로 맞서겠다는 의지의 표명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우디의 한국 진출에는 아쉬운 부분도 있고, 그런 점에서 아우디의 앞날이 그리 평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아우디의 한국진출설은 고진모터임포트가 수입판매를 시작한 3년 정도 뒤인 2002년부터 꾸준히 나돌았다. 경쟁업체인 BMW의 선전에 자극받은 데다 상대적으로 초라한 아우디의 판매실적이 이유였다. 아우디는 세계시장에서 BMW를 누르기 위해 상대방을 적극 벤치마킹해 왔고, 심지어 BMW 출신 인사들을 대거 영입할 만큼 경쟁의식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아우디는 발빠르게 움직이는 BMW의 뒤를 쫓는 데 급급하다는 인상을 지우기 힘들었다.
단적으로 국내에서 BMW와 아우디의 브랜드 이미지를 떠올려 보면 알 수 있다. BMW는 지난 95년 일찌감치 한국에 들어와 외환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면서 이제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 반면 아우디는 98년까지 효성에 판매를 맡겨둔 채 이렇다할 지원도 없이 한국시장을 방치했고, 결국 효성이 판매부진으로 물러나자 1년 이상의 판매공백기를 갖기도 했다.
고진이 새로운 수입판매업체로 나선 이후에도 아우디의 행적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본사 임원이 한국을 찾았을 때는 "아우디 브랜드에 대한 홍보가 너무 안돼 있다"며 "아우디가 얼마나 좋은 차라는 걸 알리는 데 적극 투자하겠다"고 늘 장담했으나 국내에서 아우디의 노력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아우디는 고진의 마케팅능력과 투자부족을 탓할 수 있으나 본사의 적극적인 뒷받침이 없으면 선뜻 돈을 쓰기 힘든 게 수입업체의 한계다. 어느 날 갑자기 "우리가 직접 들어갈 테니 그 동안 수고했다"며 숟가락을 놓게 할 수 있어서다. 그렇다고 일정 기한을 보장해주고, "그 때까지 성과를 본 후 결정하겠다"는 방침도 아닌 만큼 고진으로선 소극적인 운전을 할 수 밖에 없는 것.
이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로 볼 수도 있으나 어쨌든 그 동안 고진의 움직임에 아우디의 의지거 거의 실리지 않았다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지난해부터 환차손 지원문제를 놓고 고진과 아우디 간에 갈등이 생긴 것도 고진의 수입차사업에 대한 자세나, 아우디의 한국에 대한 시각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그 결과 아우디는 국내에서 "반드시 꺾어야 할" BMW에 한참 뒤져 있다. 판매대수로 놓고 보면 5분의 1 수준. 어떨 땐 10분의 1까지 처지기도 한다. 딜러 수를 보더라도 10분의 1 정도에 그치고 있다. 상대가 안되는 비교다. 아우디의 기술력을 아는 많은 사람들이 안타깝게 생각하는 점이지만 어쩔 수 없는 아우디의 한국 내 현실이다.
효성의 실패에 이어, 고진을 통해 채 절반의 성공도 거두지 못한 아우디가 이제 한국에 직접 진출하는 이유는 뭘까. 아우디는 한국고객을 위해서라고 밝혔으나 누구라도 "과감한 투자를 통해 브랜드 이미지나 판매실적을 BMW에 버금가게 만들기 위한 것"으로 생각한다. 아우디의 한국진출은 이런 점에서, 아우디가 어떤 모습을 보이느냐에 따라 성패가 결정날 것이다.
한 브랜드의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는 적지 않은 시간과 돈이 투자돼야 한다는 건 자명한 사실이다. 지금까지의 아우디를 생각했을 때, 아우디의 앞날이 그리 명쾌해 보이지 않는 이유다.
강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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