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뉴스) 추왕훈 특파원= 미국의 휘발유값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정도로 급등하자 석유자원의 고갈로 전세계적인 위기가 발생할 것이라는 이론이 다시 대두하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가 4일 보도했다.
"석유의 정점" 이론을 신봉하는 사람들은 앞으로 5-10년 후에는 세계의 석유생산 능력이 근본적인 한계에 봉착하고 증가하는 수요를 영원히 따라잡을 수 없는 상황에 도달해 유가가 폭등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같은 이론은 1950년대 지구물리학자 M. 킹 허버트의 주장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는 56년 미국의 석유생산이 70년쯤 정점에 도달할 것이라고 예측했고 이는 사실로 판명됐다.
그의 이론을 계승한 케네스 데페예스 프린스턴대 명예교수는 최근 출간된 저서 "허버트의 정점"에서 "세계 석유생산은 아마도 이번 십년대(2001-2010년) 중 정점에 이를 것"이라면서 "최근의 유가급등은 중대위기의 전조인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데이비드 굿스타인 캘리포니아공대 교수도 "휘발유 고갈"이라는 책을 통해 "석유생산은 이번 십년대에 정점에 이르고 그후로는 영원히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이와 같은 이론은 휘발유 가격이 미국의 소비자들을 놀라게 한 최근의 갤런(1갤런은 약 3.8ℓ)당 평균 1.76달러를 훨씬 넘어 갤런당 5, 6, 7달러나 그 이상으로 치솟을 수 있다는 어두운 전망을 제시한다고 뉴욕 타임스는 밝혔다. 신문은 그러나 이와 같은 "석유 위기론"은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며 과거의 유사한 위기상황은 새로운 석유자원 탐사와 신기술의 발달 등으로 극복해 왔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존 록펠러의 뒤를 이어 스탠더 오일 트러스트의 경영자가 된 존 아치볼드는 1880년대 미국이 석유를 생산할 수 있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엔지니어들의 말을 믿고 자신의 주식을 팔아치우기 시작했다. 1차 세계대전 후 미국 정부의 석유 전문가들은 "휘발유 기근"을 예언했고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당시 오스만 터키제국의 동쪽끝 지방이었던 현재의 이라크를 새로운 국가로 만드는 방안이 제시됐다.
이 밖에도 2차대전 후, 73년 아랍국들의 석유 금수조치, 79-80년 이란 혁명 등을 통해서도 "석유 위기론"이 등장했고 72년 "로마클럽"은 세계가 조만간 천연자원의 부족을 겪게 될 것이라고 예언했다. 그러나 비(非)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의 석유생산이 늘고 전력생산에서 석탄이나 원자력이 차지하는 비중이 늘면서 80년대중반 국제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할 것이라는 일부의 우려와는 반대로 배럴당 6달러 선까지로 떨어졌다.
뉴욕 타임스는 "석유 위기"가 거론될 때마다 실제의 위기가 일어나지 않은 것은 지속적인 수요에 직면한 업체들이 새로운 매장자원의 탐사에 나선 데다 기술의 발달로 과거에는 생각할 수 없었던 곳에서도 석유 채굴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재의 상황도 리비아에 대한 미국의 제재가 완전히 풀리면 이 곳의 생산이 크게 늘어날 수 있고 정보기술의 발달과 정교한 원격감지 기술의 발전으로 향후 10년간 추가생산할 수 있는 석유가 현재 이라크의 총매장량보다 더 많은 1천250억 배럴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돼 충분히 극복 가능하다고 타임스는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