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의 이미지를 따뜻하고 멋진 차로 바꾸고, 수평적이면서 가족같은 조직을 만드는 게 제 할 일입니다"
지난 3월 수입차업계 최초의 여성 CEO로 선임돼 화제를 모았던 이향림 볼보자동차코리아 대표의 목표다. 그 동안 재무담당 상무로 회사의 안살림을 맡아 했던 그는 회사의 장단점을 거의 꿰뚫고 있는 데다 명쾌하고 적극적인 성향의 소유자로 평가받았던 만큼 내부적으로 그에 거는 기대가 크다. 재무통에 여성이란 점에서 꼼꼼하고 보수적인 경영을 할 것이란 선입견과 달리 이 대표는 작은 혁명을 계획하고 있었다. 이 대표를 만났다.
-본사에서 대표직을 왜 줬다고 생각하는 지.
"볼보 조직은 내부승진이 원칙이다. 본사에서 볼보자동차코리아의 대표를 바꾸겠다고 결정한 후 임원을 대상으로 물색했는데 주변 평가가 좋았던 것 같다. 두렵기도 했으나 본사에서 능력을 믿어주는데 스스로 굳이 부인할 이유가 없었다"
-이 대표 승진과 함께 서비스 책임자가 영업 책임자로 자리바꿈을 하면서 비영업인 출신들이 중책을 맡았는데.
"외부에서 보면 의아하고, 선입견이 포함된 불안감이 있을 수 있다. 아무리 자신있다 말해도 검증될 때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영업총괄을 바꾼 이유는 조직의 분위기 변화가 필요해서였다. 새 영업 책임자도 예전에 잠깐 영업을 했는데 당시 잘 했다는 평가를 들었다"
-그 동안 3자 입장에서 본 볼보자동차코리아의 문제점은.
"경영진의 일원이었기 때문에 책임을 회피할 수는 없으나 가끔 원칙을 무너뜨리는 일이 있었다. 딜러와의 의사소통도 잘 안됐다. 이는 회사의 신뢰를 쌓는 데 약점이 된다. 두 가지 문제는 사람과 시스템에서 비롯됐기 때문에 사람이 바뀌면 어느 정도 나아질 것으로 본다. 딜러도 본사의 의사결정에 참여시키는 건 물론 대화채널을 단순화하겠다. 그런 차원에서 딜러협의체도 만들었다. 여건은 조성됐고 시스템도 갖춘 셈이다"
-어떤 회사로 만들고 싶나.
"고객들을 많이 생각하는 회사로 만들고 싶다. 딜러들에게도 취임사에서 돈보다는 경쟁사에서 고객에게 어떤 서비스를 해준다는 얘길 해달라고 주문했다. 늘 마음 속에 볼보차를 사는 고객에 대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생각을 바꾸는 게 중요하다. 당장 눈에 보이는 것에만 매달릴 게 아니라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딜러에게도 잘 하고 싶다. 본사와 딜러 간 갈등관계는 완전히 없앨 수 없으나 이해하고 합의할 수 있도록 이끌겠다. 서로 의도적으로 잘못을 저지르지 않는다면 신뢰는 구축될 것이다"
-적극적이고 명쾌하단 평을 들었는데, 책임자가 된 후 위축되는 건 아닌지.
"대표를 맡기 전 3자 입장에서 훈수를 둘 때도 개인적으로는 매우 보수적이었다. 주장을 내세울 때는 이미 계산이 끝난 상태였다. 그러나 성격이 기본적으로 적극적이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너무 보수적이어선 발전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혼자 적극적이지는 않겠다. 주변사람도 끌어들여서 같이 나갈 것이다. 충분히 검토한 후의 적극성이므로 보수적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 동안 회사 내부에선 부족함과 갈증이 있었다. 그 걸 털어내고 직원들이 한 번 해보자는 생각을 갖도록 하겠다"
-사업계획은.
"우선은 볼보의 침체된 분위기를 극복하겠다. 딱딱하고 각진 볼보의 브랜드 이미지를 멋지게 바꾸는 데도 주력하겠다. 여자 대표를 뽑은 것도 본사가 그런 걸 감안한 것으로 판단한다. 볼보를 이미지는 예쁘고, 다이내믹하고, 가족을 위한 현대적인 차로 각인시켜 장기적으로 고객층을 두텁게 하겠다. 광고를 하더라도 창의적으로 하고 중년남자 이미지에서 벗어나 젊은이라면 볼보가 떠오르게끔 하고 싶다. 차를 안사더라도 웰빙, 스칸디나비아문화, 환경, 안전, 가족, 남에 대한 배려 등을 생각할 때 볼보를 떠올리게 만드는 게 과제다. 즉 차에 대한 철학을 스스로 구현하고 평등한 조직을 만들며 따뜻한 가족이미지를 스며들게 하겠다. 갑자기 달라지진 않겠지만 작은 것에서부터 변화를 일으켜 보겠다"
-딜러의 수익성이 문제다. 특히 서울딜러의 경우 숫자가 너무 많아 올해 볼보가 세운 목표대로 차를 팔아도 적자라는 지적이 많다.
"딜러의 수익이 나지 않는 이유는 투자비용이 너무 많아서다. 그러나 시작한 지 이제 1년이 채 안됐다. 첫해에 수익이 나기 어려운 건 모두가 안다. 투자라고 생각해주기 바란다. 장기적으로도 그러면 큰 문제지만 같이 풀어나가는 수밖에 없다. 어떻게 많이 팔 거냐를 생각하면 그나마 쉬운데 수익을 어떻게 내게 해줄 거냐고 물으면 결국은 마진을 많이 달란 얘기다. 대당 마진은 지켜주겠지만 기본적으로는 많이 팔아야 하고, 그러려면 모두 뭉쳐야 한다. 영업, 애프터서비스 등 모두 기본을 스스로 갖추고 싸우면 승리할 수 있다고 믿는다. 무슨 일이 있어도 딜러의 수익을 내게 해주겠다는 말은 못한다. 이는 딜러도 소외되는 것이다"
-무리를 해서 서울딜러를 늘린 이유는.
"독점 딜러였던 두산의 실적이 좋지 않았고 가장 큰 시장에서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본다. 너무 갑자기 여러 개를 둔 게 문제라는 데에는 동의한다. 그러나 순차적인 것만도 좋은 건 아니다. 지난 일에 대해 왈가왈부할 수는 없다. 현재를 바탕으로 일어서는 여건을 조성하는 게 바람직하다"
-현재의 딜러망을 그대로 가져갈 것인지.
"딜러의 입장을 이해하지만 대표로서 위기관리능력도 필요하다. 실적이 없는 딜러라도 브랜드 이미지를 해치지 않으면 잘 하게 만들 수 있다. 비즈니스는 사람이 하는 것이고, 볼보의 문화가 사람 중심인 만큼 같이 가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두산은 문제가 있다. 혼다도 두산이 볼보사업을 하는 걸 방관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2개 브랜드를 다 하지 않을 게 분명하다. 공식 통보는 없었으나 입장이 그렇다"
강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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