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품 확 뺀 소형 SUV, 투싼

입력 2004년04월19일 00시00분
트위터로 보내기카카오톡 네이버 밴드 공유
투싼이 데뷔했다. 싼타페 아랫급으로 이른바 소형 SUV, 혹은 컴팩트 SUV에 해당하는 모델이다. 싼타페가 그랬듯이 투싼도 그 이름을 미국 남부 도시에서 따왔다. 사막에 둘러싸인 관광도시가 투싼이라는 설명이다.

투싼은 현대가 거품을 완전히 빼기로 작심하고 만든 SUV다. 비싼 가격, 거친 승차감, 부담스런 크기 등 기존 SUV 구매장벽을 확 낮추겠다는 의지로 2년여만에 개발한 차다. 데뷔하자마자 시장에서 반응이 예사롭지 않아 대박 조짐이 보이는 투싼을 타고 서울 근교를 달렸다.

▲디자인
투싼은 첫눈에 싼타페의 동생임을 알 수 있다. 테라칸, 싼타페, 투싼으로 이어지는 현대차의 SUV 라인업을 놓고 보면 테라칸만 "배다른 형제"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싼타페와 투싼은 닮았다.

투싼은 그러나 싼타페에 비해 단순해졌다. 옆모습이 이를 반증한다. 싼타페의 굴곡진, 잘못 보면 찌그러진듯 보이는 옆모습이 투싼에서는 다리미로 편 듯 반듯해졌다. 싼타페가 화려하고 기교가 섞인 모습이라면 투싼은 소박하고 단순한, 그래서 보기 편하다.

이 차는 5인승이다. 2007년이면 끝나는 7인승 혜택을 일찌감치 포기했다. 작은 차체에 굳이 일곱 사람을 태우는 억지스러움을 벗어버렸다. 단순명쾌하고 솔직한 차다.
두툼한 C필러는 안정감을 준다. 둥글지도, 그렇다고 각진 것도 아닌 헤드램프도 이 차의 특징 중 하나다.

배기량 2.0ℓ 엔진임에도 듀얼 머플러를 적용했다. 배기량이 큰 차에나 쓰이는 방식인데 과감하게 달았다. 달고 보니 어울린다. 그 뿐이랴. 배기효율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터, 차의 성능을 높이는 데에도 효과적인 장치다.

얇게 잡히는 스티어링 휠은 마치 고운 여자의 손을 잡는 기분이다. 핸들을 잡은 채로 오디오를 조절할 수 있다. 번거롭게 손을 이리저리 왔다갔다할 필요가 없다. 변속레버에는 오버드라이브니, 파워모드니, 이코노믹 모드니 하는 것들이 일체 없다. 4단 자동변속기는 수동변속의 맛도 느끼게 해준다는 H매틱이다.

뒷좌석은 헤드레스트가 달려 있는 채로 접어 바닥을 평평하게 할 수 있다. 시트의 어깨 부위에 있는 레버를 당기고 시트를 접으면 된다. 훨씬 편하고 기능적이다. 트렁크에 해당하는 러기지 공간에는 뚜껑을 덮어 정돈된 모습으로 위장할 수 있다. 잡동사니들로 어지러운 공간을 간단히 덮어버리는 것. 나침반이 내장된 룸미러는 선택품목이다.

▲성능
운전석에 앉는 순간의 느낌이 색다르다. SUV를 탄 게 아니라 소형 미니밴에 오른 듯한 기분이다. 운전석의 시트 포지션이 낮은 데서 오는 느낌이다. 문을 열고 선 채로 그냥 엉덩이를 갖다대면 편하게 앉을 수 있는 곳에 시트가 있다. 게다가 시프트 레버가 센터페시아에 달려 있어 느낌이 색다르다.

시승차는 4WD가 아닌 앞바퀴굴림차였다. 바로 여기에 투싼의 매력이 숨겨져 있다. 바로 과감한 거품제거다. 사람에 따라서는 4WD조차도 거품일 수 있다. 몇 년 타봐야 4륜구동 기능이 필요한 상황을 한두 번 겪을까 말까 하는 이들에게는 굳이 4WD가 없어도 좋지 않을까.

SUV 스타일, 즉 디자인은 좋지만 굳이 4WD일 필요는 없다는 이들도 적지 않다. 게다가 가격까지 낮출 수 있다면 굳이 4WD를 고집할 필요는 없다. 그렇다면 2WD인 SUV도 좋은 대안일 수 있다. 물론 안정적인 주행성능과 오프로드에서의 탁월한 기능을 기대한다면 돈을 더 내고 4WD를 선택하면 된다.

투싼의 심장은 2.0ℓ 커먼레일 디젤엔진이다. 터보차저를 달아 115마력의 힘을 낸다. 115마력이라는 수치를 우습게 볼 사람들도 있다. 겨우 115마력이냐고. 그러나 투싼은 무게가 가볍다. 자동변속기 장착 2WD기준 공차중량이 1,539kg이다. 마력 당 무게비가 13kg를 조금 넘는 수준으로 우수한 편이다.

어쨌든 실제 운전석에서 느끼는 이 차의 힘은 전혀 부족함이 없다. 시속 140km를 넘는 구간에서는 탄력이 줄어 가속이 더딘 점은 아쉽다. 그래도 160km/h를 넘기고 속도를 더 높일 수도 있다.

서스펜션은 조금 부드러운 편이다. 도시형 SUV로, 게다가 2WD인 만큼 승차감을 조금 더 배려한 세팅으로 보인다. 2WD여서 그런 지 고속에서의 안정감은 조금 아쉽다.
코너링은 무난하다. 과격한 코너에서는 꼬리의 흔들림이 느껴지지만 시속 60~80km 전후의 일상주행 영역에서는 무리없이 굽은 길을 안정된 자세로 돌아나간다.

디젤엔진이라는 선입견은 갖지 않아도 좋을 듯하다. 차 밖에서 듣는 엔진음은 디젤임이 분명하지만 운전석에 들어와 문을 닫고 앉으면 그런 생각이 사라진다. 엔진의 떨림도 예전의 그 것과는 사뭇 다르다. 변속레버를 손에 잡고 달려도 떨림을 느끼기 힘들다. 디젤엔진의 고질적인 약점인 소음과 진동은 상당 부분 개선됐다. 다만 내구성은 시간을 두고 지켜 봐야 한다.

▲경제성
이 차의 가장 큰 강점 중 하나는 바로 경제성이다. 이 차의 연비는 2WD 자동변속기 기준으로 12.9km/ℓ. 소형 SUV인 만큼 연비가 우수하다.

가격을 보면 군침이 돈다. 이른바 1,500만원대의 SUV를 만들겠다는 게 현대의 계획이다. 투싼의 가격은 1,452만원부터다. 소비자들의 입맛을 끄는 아주 매력적인 가격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여기에 이런저런 선택품목을 추가하고 수준을 높이면 최고 2,219만원까지 비싸지지만, 그렇다고 해도 가격이 주는 매력은 사라지지 않는다. 이 가격에 살 수 있는 SUV는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거품을 제거했다고 차가 궁색해졌을 것으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살펴 보면 믿기지 않을 만큼 있을 건 다 있다. 거품 제거, 혹은 원가절감은 궁극적으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궁색한 티를 내지 않아야" 제대로 된 것이라 할 수 있다.

투싼은 내수시장은 물론 세계무대를 겨냥해 만든 모델이다. 토요타 RAV4나 혼다 CR-V 등이 경쟁모델이다. 성능과 가격을 놓고 볼 때 충분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 싼타페가 미국시장에서 일으킨 돌풍을 투싼이 충분히 이어갈 수 있겠단 생각이 든다. 국내외에서 대박을 일으킬 조짐이 보이는 차다.

시승 / 오종훈 기자 ojh@autotimes.co.kr
사진 / 박형철 기자 photo@autotimes.co.kr



무통장입금 정보입력
입금할 금액은 입니다. (입금하실 입금자명 + 입금예정일자를 입력하세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