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민주노총 산하의 최대 사업장이자 한국노동운동의 핵심 전초기지인 현대차 노조가 `변신"을 위해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노조의 `사회적 책무"를 화두로 삼아 조합원 이익 극대화에 머물렀던 기존 조합활동의 패러다임을 전환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모습이다.
현대차 노조는 조류독감 파동이 전국을 휩쓸던 지난 2월 `닭고기 100만 마리 먹기 캠페인"을 시작, 사회적 책무 실천을 위한 첫 발을 내디뎠다. `닭고기 먹기 운동"을 통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양계농가를 도와 노조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취지였다. 다른 완성차 노조에도 캠페인 동참을 권유하기도 했다.
이어 현대차 노조는 지난달 국내 4개 완성차 노조가 기자회견을 갖고 `산업발전
및 사회공헌 기금" 조성을 제안했을 때도 주도적 역할을 했다. 자동차 산업은 고용 비중과 산업 연관성이 매우 큰 만큼 순이익의 5%를 비정규직 문제 해결과 자동차 산업 발전 등을 위한 `공적 기금"으로 적립, 사회적 환원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지난 19일 대의원대회에서 올 임금협상 요구안을 확정, 발표할 때도 현대차 노조는 사회적 책임 부분을 부각시키는 데 주력했다. 실제로 현대차 노조는 교섭 안건에 ▲사회공헌 기금 조성 ▲비정규직 임금의 정규직 80% 수준 인상 등을 특별요구안 형식으로 포함시켰다.
국내 노동운동의 `선봉" 격인 현대차 노조가 사회적 책임 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기려는 것은 그동안 해당 사업장 현안 및 정치적 쟁점에 치우쳐온 기존 체질을 개선하기 위한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는 평가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해 임단협에서 파격적인 임금인상으로 적지 않은 논란을 불러일으켰으며 `귀족 노조"라는 오명까지 얻는 등 후유증에 시달렸다. 지난해 비난 여론을 한몸에 받았던 현대차 노조로서는 사회적 공감대를 얻을 수 있는 아젠다 형성을 통한 `돌파구" 찾기가 그만큼 절실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현대차 노조의 이번 임협안에는 임금 인상 요구도 그대로 살아 있다. 노조는 민주노총의 가이드라인(기본급 대비 10.5%)에 따라 임금 12만7천171원(기본급 대비 10.48%) 인상과 당기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요구하기로 했다.
지난해 기준, 현대차의 당기순이익은 약 1조7천493억원으로 노조의 주장대로라면 5천248억원을 성과급으로 지급하라는 얘기다. 지난해 임단협에서 노사가 합의한 `성과급 200% + 생산성 향상 격려금 100% + 타결일시금 100만원"보다도 훨씬 수위가 높아진 셈이다. 이와 함께 노조는 현행 주야 2교대제를 주간 연속 2교대제로 전면 개편, 새벽 0-4시대의 심야근무제를 폐지할 것도 요구안에 넣었다.
노조의 주장대로라면 전체적인 근무시간이 줄어들게 돼 현재의 생산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추가 설비 확충이나 인력 충원을 통한 추가 교대조 편성작업이 뒤따라야 한다. 노조는 조합원의 건강권 향상과 일자리 창출 유발 등을 내세우고 있지만 임금삭감 없는 근로시간 단축을 요구하는 것이어서 회사로서는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사회적 책임이라는 차원에서 회사측이 기금 조성 등에 전향적으로 나올 경우 임금 인상 부분에서 양보할 용의가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정작 노조는 "글쎄.."라며 난감한 표정을 짓는다. 원론적으로는 공감하면서도 전체 조합원들을 설득하기 쉽지 않을 뿐더러 현대차 노조가 처음부터 임금 인상에서 `꼬리"를 내리게 되면 다른 사업장에도 도미노효과가 불가피, 전체적인 노동계 투쟁 전선에 문제가 생길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노조도 일정 부분 양보를 감수하는 `성숙함"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현대차 노조의 `사회적 책무 다하기"는 `절반의 성공"에 그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