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적게 내는 '도로의 제왕', 로디우스

입력 2004년05월19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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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자동차가 미니밴 로디우스를 내놨다. 새로운 승용차 기준이 적용되는 2005년 이후를 겨냥해 발빠르게 준비한 모델이다. 승용차로 분류되는 걸 피해 자동차세를 줄일 수 있는 상품으로, 쌍용이 선수를 치고 나선 것. 로디우스는 9인승도 있으나 11인승에 무게중심을 둔 차다.

로디우스는 미니밴시장의 중심이 9인승에서 11인승으로 옮겨 가는 신호탄이다. 세금을 피하거나 줄일 수 있는 상품은 베스트셀러로 자리잡을 수 있는 확률이 높다. 여기에 디자인과 성능이 뒷받침된다면 더할 나위가 없다. 그 만큼 자동차시장은 세금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로디우드’라는 이름은 길(Road)과 제우스(Zeus)를 합친 말이다. 그 이름에는 ‘길 위의 제왕’이라는 뜻이 담겨 있다고 쌍용측은 설명했다. 로디우스는 체어맨 플랫폼으로 만들어졌다. 그래서 프리미엄 MPV라는 설명이 따라 붙는다. 고급이라는 말이다. 로디우스 RD500 11인승을 시승했다.

▲익스테리어
로디우스의 디자인은 섣부르게 평할 수 없다. 기존의 상식을 뛰어넘는 파격적인 모습이기 때문이다. 하긴 기존의 틀 안에서 차를 디자인했다면 무슨 차를 닮았다거나, 카피했다거나 하는 시비를 피하기 힘들다. 그 틀을 벗어나면 의욕이 넘치는 과도한 파격이라고 공격받는다. 틀을 탈피하면서도 무리없이 받아들일 수 있게 만드는 디자인을 하기란 그래서 어렵다. 로디우스는 그런 점에서 독창적이고 의욕적이라 할 수 있다.

이 차의 디자인을 평하기 위해서는 ‘서태지 딜레마’를 각오해야 한다. 한 시대를 풍미하고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서태지와 아이들’이 처음 방송에 데뷔했을 때 이들이 성공할 것이라 말한 평론가는 한 명도 없었다. ‘의욕이 앞서는 치기어린 젊은 가수’ 정도로 100점 만점에 80점도 못받았다. 그러나 서태지는 우뚝 섰고 그를 평했던 이들은 결과적으로 모양이 우습게 되고 말았다.

당시의 사회적 환경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울 정도의 파격을 평가하고 판단하기는 이 처럼 쉽지 않은 일이다. 로디우스의 디자인이 그런 정도의 파격에 해당하느냐는 사람마다 판단이 다를 수 있다. 분명한 건 이 차의 디자인이 예사스럽지 않은, 오히려 보는 이들을 당황하게 만든다는 사실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보여질 지, 아니면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부자연스러울 지는 예측하기 쉽지 않다. 시간이 지나봐야 안다.

라디에이터그릴은 조금 과장된 듯 하지만 파격까지는 아니다. 큼직한 헤드램프는 오히려 최근의 트렌드를 충실히 따른 결과로 보인다.

파격은 뒷모습에서 감행됐다. 해치백에 뚜껑을 씌워 루프를 연장시켜 놓은 모습이다. 요트를 모티브로 디자인했다는 D필러 주변이 가장 어색하다. 11인승에 맞추기 위해 가장 뒷좌석까지 최소한의 공간을 배려하기 위해 고심한 흔적을 보여주는 부분이 바로 D필러다. 리어램프와 이어지며 사선으로 처리된 면 구성은 산만하고 조화스럽지 않다. 뒷모습을 보고 있으면 큰 머리에 작은 모자를 눌러쓴 듯 자연스럽지 않다는 느낌이 든다. 쌍용이 너무 독창적 스타일에 집착한 결과가 아닌가 싶다.

▲인테리어
로디우스의 인테리어는 후한 점수를 받을 만하다. 시트의 기능이 마음에 쏙 든다. 쉽게 접고, 세우고, 밀고, 당길 수 있다. 차에 대한 거부감, 혹은 막연한 두려움을 단번에 없애준다. 시트를 조절해 보면 누구나 "와! 쉽다"라는 말을 하게 되고 그 만큼 차에 친밀감을 느낀다. 어렵지 않은 상대, 내가 충분히 다가설 수 있는 차임을 느끼는 것이다.

아기자기한 실내는 연출하기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변한다. 시트 등받이는 접으면 훌륭한 탁자 구실을 한다. 11인승이지만 중앙 시트를 접으면 맨 뒷좌석까지 중앙통로가 만들어진다.

DVD를 선택하지 않았다면 센터콘솔은 여행용 캐리어로도 손색이 없는 포터블 콘솔이 된다. 콘솔에 바퀴가 달려 있고 떼어낼 수 있어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다. DVD를 선택하면 플레이어를 장착해야 하는 관계로 포터블 콘솔은 포기해야 한다.

실내 수납공간은 곳곳에 있다. 지붕에는 오버헤드 콘솔, 대시보드에 CD케이스 글로브박스와 멀티 트레이 3열 시트 측면의 컵홀더와 리어포켓 등이 그 것.

가장 뒷좌석인 4열은 3명이 앉아야 하지만 성인 2명이 끼어 앉을 정도다. 그 곳에 앉아 창밖을 보면 요트 안에 앉아 있는 느낌이 든다. 눈높이에 맞춰진 좁은 공간으로 밖을 보는 게 마치 요트 안에서 밖을 보는 것 같다.

계기판을 센터페시아 위쪽의 중앙으로 배치한 건 논란의 여지가 있다. 파격적인 시도로 참신하다는 평을 받을 수도 있으나 운전자의 시선을 분산시킨다는 지적도 들을 수 있다. 앞을 보는 시간을 최대화해야 하는데 고개를 돌려 계기판을 봐야 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물론 장점도 있다. 운전자만 제대로 불 수 있는 곳에 숨겨졌던 계기판이 중앙으로 나오면서 정보공개의 효과가 있다. 과속을 하거나, 연료가 바닥나거나 등의 정보를 조수석이나 2열 승객이 쉽게 보고 주의를 줄 수 있다. 그 만큼 운전자에게 잔소리를 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

▲성능
로디우스의 엔진은 직렬 5기통 2,696cc에 165마력, 34.7kg.m의 힘을 가졌다. 커먼레일 디젤엔진이다. 이 엔진은 고속보다는 중·저속에 맞춰 최적화됐다. 부드럽고, 상대적으로 조용하고 안정된 엔진이다. rpm은 죽어도 4,000 이상 오르지 않는다. 레드존에 한 발짝도 들여놓지 않겠다고 작심한듯 그 이상은 꿈적도 안한다.

가속을 해도 차의 속도는 140km/h를 넘기는 적이 별로 없다. 꾸준히 밀어붙이면 꽤 시간이 지나서야 160km/h를 넘본다. 엔진의 순발력이나 펀치력은 약하지만 대신 부드럽고 안정된 맛이 있다. 성능보다 승차감에 맞춘 세팅이라 할 수 있다.

차체의 길이가 워낙 길어 U턴을 하거나 지그재그로 방향을 바꿀 땐 앞뒤의 거동이 제각각이라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꼭 버스같다. 하지만 이런 경우를 제외하면 차체의 거동은 매우 안정적이다. 흔들림도 덜하고 부드럽다. 시트 일부를 접고 앉으면 넉넉한 실내공간과 편안한 주행으로 마치 리무진에 앉아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질 수도 있다. 긴 휠베이스, 뒷바퀴굴림, 우수한 서스펜션 등이 만들어낸 결과다.

자동 5단 변속기에는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있다. 주행상태를 최적으로 만들어주는 변속시스템이다. D레인지에서 레버를 좌우로 툭툭 치면 수동변속 효과를 볼 수 있는 T트로닉이다.

내비게이션의 정확성은 이제 굳이 언급할 필요가 없다. 정확하지 않으면 내비게이션이 아니기 때문이다.

▲경제성
로디우스는 9인승과 11인승이 있다. 주력은 11인승이다. 앞서 말했듯이 세금 때문에 9인승의 매력은 반감된다. 그럼에도 9인승을 만든 건 11인승의 경우 1종 보통면허 이상만 운전할 수 있어서다. 즉 9인승은 2종 보통면허 운전자를 위한 차다.

로디우스는 RD300을 기본으로 추가 장착품목이 더해지면서 RD400, RD500으로 라인업을 이룬다. RD300 11인승 일반형 수동변속기가 가장 저렴한 2,070만원이다. 같은 기준의 9인승은 2,095만원. 가장 비싼 모델은 RD500 최고급형으로 자동변속기를 장착하면 11인승이 2,990만원, 9인승이 2,930만원이다. 9인승과 11인승의 값차이가 나는 건 세금 때문. 연비는 자동변속기가 10.2km/ℓ, 수동변속기가 11.1km/ℓ다. 9인승이나 11인승이나 연비는 같다고 쌍용측은 발표했다.

로디우스는 2,000만원부터 3,000만원대에 살 수 있는 미니밴이다. 이 가격이 적정하고 합리적인가 하는 판단은 소비자 개개인의 몫이다. 고급 미니밴이라는 점과 세금을 적게 내는 11인승이라는 점은 분명히 상충한다. 고급차인데 세금이 싸다는 것. 그러나 바로 여기에 이 차의 매력이 있다. 그래서 의외로 쉽게 지갑을 여는 소비자들이 적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시승/오종훈 기자 ojh@autotimes.co.kr
사진/박형철 기자 phot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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