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움베르토 아그넬리 회장의 사망으로 100여년만에 족벌경영 체제 종식이 기대되던 이탈리아 최대의 민간기업인 피아트그룹 회장에 아그넬리가(家)의 측근 인사가 다시 임명되면서 내홍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아트 이사회가 지난주 암으로 숨진 움베르토 회장 후임에 피아트의 고급 스포츠카 생산부문인 페라리의 루카 코르데로 몬테제몰로 사장(56)을 30일 선임한 데 대해 주세페 모르치오 피아트 사장이 사직서를 제출하며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2월 피아트 최고경영자(CEO)로 영입된 모르치오 사장은 취임 후 심각한 피아트 그룹의 재정문제 해결을 위해 움베르토 회장과 함께 강력한 구조조정 작업을 주도해 온 인물이다. 그는 이날 사직서를 제출한 뒤 성명을 통해 위기탈출 및 수익창출을 위해 자신이 추진한 구조조정 작업에 계속 참여할 수 없음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외부에서는 움베르토 회장의 사망 이후 모르치오 사장이 피아트를 이끌어갈 것으로 전망해 왔던게 사실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모르치오 사장이 추진해 온 비용 삭감 및 자산 매각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구조조정 작업이 대부분 전임자에 의해 이미 추진해 왔다는 점에서 모르치오 사장의 사임에 따른 영향은 적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피아트의 주식 30%를 여전히 보유하고 있는 아그넬리 가문은 몬테제몰로 신임회장 임명 이외에 아그넬리 가문의 적손(嫡孫)인 존 필릴 엘칸(28)을 부회장에 임명함으로써 직접 경영의 기반을 계속 확고히 해 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주 숨진 움베르토 회장의 형으로 지난해까지 피아트를 이끈 지아니 아그넬리 전 회장의 손자인 엘칸 부회장은 이미 지난 97년부터 피아트 이사로서 활동해 오며 경영수업을 받아 왔다. 엘칸 부회장은 피아트 창업자인 지오바니 아그넬리의 5대 후손이기도 하다.
한편 신임 몬테제몰로 회장은 사임한 모르치오 사장의 뒤를 잇는 후임 최고경영자에 누굴 선임할지는 밝히지 않았다.
파이낸셜타임스 인터넷판은 이날 몬테제몰로 회장의 측근 말을 인용해 신임 회장 취임에도 불구하고 부채청산 및 비용삭감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피아트의 전반적인 경영전략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