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럭셔리 SUV, 캐딜락 SRX

입력 2004년05월31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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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X는 캐딜락이 만든 SUV로 2001년 발표됐던 컨셉트카 ‘비전’을 베이스로 개발된 모델이다. 캐딜락이라는 브랜드가 말해주듯 SRX는 럭셔리 SUV를 지향한다고 제작사측은 소개했다.

캐딜락은 미국산 럭셔리 세단의 대명사다. 성공과 부의 상징이었던 시절도 있었다.
요즘의 캐딜락 모델들을 보면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졌음을 누구나 알 수 있다. 예전의 캐딜락이 ‘검정’색 이미지라면 요즘의 캐딜락은 은색이다. 크고 점잖은 덩치였던 캐딜락은 약간의 과장이 섞일 정도로 튀는 모습으로, ‘크지만 그렇다고 꼭 점잖은 것만은 아닌’ 모습으로 변했다.

꼭 SRX만이 아니다. CTS나 에스컬레이드 등을 보면 새로 구축된 캐딜락 라인업의 아이덴티티를 느낄 수 있다. 공상과학 영화에 잘 어울릴 것 같은 모습이라 옷도 조금 튀게 입어야 할 듯한 생각이 드는 그런 모습의 차들이다. 시대를 앞서는 분위기인 SRX의 시승리포트를 시작한다.

▲디자인
SRX를 보면 CTS를 살짝 부풀린 모습으로 보인다. SRX와 CTS는 언뜻 보면 같은 차가 아닐까할 정도로 닮았다. 두 차 모두 캐딜락 가문의 새 아이덴티티가 강하게 살아 있는 디자인이다. 특히 선이 굵고 강하게 살아 있는 앞모습은 보는 이를 압도하기에 충분하다. 라디에이터 그릴과 그 중간에 자리잡은 캐딜락 엠블럼이 산뜻하다.

"세단과 SUV의 중간". SRX의 시트 포인트가 그렇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는 차의 성격은 물론 시장에서의 위치까지도 적절하게 표현해주는 말이 아닐까 싶다. 고급 세단에 차 높이를 살짝 들어올려 만든 차라는 느낌이 들 정도다. 센터페시아는 단순간결하면서도 강한 인상을 준다. 모서리를 따라 세로로 길고 투명하게 자리한 리어램프는 사이버틱한 분위기를 풍긴다.

격자 무늬의 송풍구는 이제 한 식구가 된 사브에서 차용한 것이다. 계기판은 성능을 암시한다. 시속 260km까지 표시된 계기판이니 실제 성능도 그에 걸맞을 것이란 기대를 갖게 한다. 속도표시가 너무 촘촘해서 정확히 속도를 읽으려면 신경써서 봐야 한다.

이 차의 디자인에서 가장 높게 평가해야 할 부분중 하나는 선루프다. GM은 이를 ‘울트라 뷰 문루프’로 소개했다. 문루프든 선루프든 하여간 그 뚫린 지붕이 매우 시원하다. 1, 2열 시트의 머리 위를 그대로 하늘에 노출시킬 만큼 넓게 개방된다. 이 정도면 오픈카라고해도 될 정도로 넓고 시원하게 열린다. 뚫린 천장으로 하늘을 보면 마치 바다를 접한 듯 시원하다.

실내는 7인승으로 배치됐다. 3열 시트는 전동식으로 접었다 펼 수 있다. 평소에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고 대충 만드는 3열 시트에 익숙한 우리에게 전동식 3열 시트는 묘한 느낌을 준다. 게다가 2, 3열 시트를 높게 배치해 뒷좌석의 시야를 확보했다. 세심한 배려다. 운전석에 앉으면 ‘푹’하고 파묻힌다. 벨트라인이 높아 어머니의 품에 안긴 듯하다.

▲성능
V8 4.5ℓ 노스스타엔진은 6,400rpm에서 315마력의 최고출력을 뿜어낸다. 최대토크는4,400rpm에서 42.7 kg·m에 달한다. 제원만으로도 고성능 SUV임을 쉽게 알 수 있다. 최고출력과 최대토크 발생시점이 비교적 높은 rpm이어서 중·저속 실용구간에서의 효율성에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겠으나 워낙 파워에 여유가 있으니 문제될 게 없다. 이 정도는 돼야 넘치는 힘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고성능이라고 레이싱 머신을 방불케하는 심한 소음을 연상해선 안된다. SRX는 고성능을 의심받을 정도로 조용한 엔진을 가졌다. 공회전 상태에서 "부릉"거리는 소리는 잠깐 신경을 딴 데 쓰면 들리지 않을 만큼 정숙하다.

SRX는 상시 4륜구동 방식이다. 하지만 실내 어디에도 4륜구동과 관련된 조작장치가 없다. 그래서 사전정보없이 차를 타는 이는 이 차의 구동방식을 알아내기가 쉽지 않다.

앞뒤 무게 배분이 1대 1에 가까운 데다 마그네틱 방식이 적용된 전자식 서스펜션 등에 힘입어 차의 움직임은 매우 안정적이다. 특히 서스펜션은 부드러운 상태에서 딱딱한 상태로 순식간에 변할 만큼 빨리 반응해 도로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했다. 럭셔리 세단만큼 편안하고 부드러운 승차감으로 달리다가 코너에 진입하거나 장애물등을 지날 땐 스포츠카의 딱딱한 서스펜션으로 변신한다.

그러나 서스펜션이 좋다고 코너에서 스포츠 세단처럼 무리하기는 힘들다. 차체가 안정적으로 받쳐주더라도 차체 높이가 있어 운전자가 느끼는 심리적 불안감이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이다. 스포츠 세단같은 코너링을 포기하면 그런대로 만족할 만한 코너링을 구사할 수 있다.

직진가속성능은 럭셔리 세단과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좋다. 편안한 상태로 움직이면서도 탄력을 받은 차체는 시속 180km 까지 지칠 줄 모르고 치고 나간다. 잠깐 숨을 고르고는 시속 200km도 훌쩍 넘는다. 물론 이 상태에서도 여전히 힘은 남고 속도는 더 높아진다.

잘 달리는 차에 꼭 필요한 게 정확한 제동성능이다. 시속 140km 이상의 고속에서 브레이킹을 해도 차체는 안정된 자세를 잃지 않는다. 시속 100km 정도에서는 급브레이크를 걸어도 차체가 불안정한 거동을 보이지 않고 정확히 멈춰섰다.

미끄럼방지브레이크(ABS)와 트랙션컨트롤시스템(TCS) 그리고 모두 6개의 에어백이 기본 장착될 정도로 안전에 신경을 쓴 차다.

▲경제성
풀타임 4WD 방식의 단점은 경제성이다. 차체의 거동이 안정적이라는 장점을 갖는 대신 지불해야 하는 비용 또한 만만치 않다. 기본적으로 4바퀴를 모두 항상 구동시켜야 하는 부담이 있는 데다 동력전달과정에서의 손실 또한 적지 않다는 게 이 방식의 피할 수 없는 단점이다. 쉽게 말하면 연비가 상대적으로 나쁘다는 게 풀타임 4WD의 태생적 한계다.

메이커측이 밝히는 이 차의 정부공인 표준연비는 6.5km/ℓ. 6.5km마다 1,300원 이상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 그나마 조금 과하게 가속 페달을 밟으면 그 비용은 더 늘어난다. 차를 타면서도 연료게이지 바늘이 바닥으로 한 단계씩 내려가는 게 보여 맘이 편치 않았다. 럭셔리 SUV인 만큼 품격에 맞는 소비를 피할 수 없다는 마음을 가져야 이 차를 편히 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SRX의 판매가격은 8,680만원. BMW X5 3.0과 비슷한 가격대로 X5 4.4보다는 훨씬 저렴한 가격이다. 비교의 기준을 가격에 맞추면 성능에서, 성능에 맞추면 가격에서 SRX가 X5에 비해 유리하다.

SRX는 럭셔리 SUV를 표방하면서도 유럽의 경쟁모델들에 비해 가격경쟁력은 월등히 높다. 이 정도면 합리적 가격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시승/오종훈 기자 ojh@autotimes.co.kr
사진/박형철 기자 phot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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