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코드, 기술의 혼다가 한국에 내놓은 첫 주자

입력 2004년06월04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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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강자인가, 그저 새 얼굴일 뿐인가"

혼다 어코드를 제주에서 만났다. 혼다와 어코드는 요즘 자동차업계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혼다가 국내 수입차시장에 어떻게 소프트랜딩할 지, 어코드는 어떤 평가를 받을 지에 모두의 눈과 귀가 쏠려 있다. 그 만큼 영향력있는 메이커와 차임을 의미한다는 반증이다.

‘기술의 혼다’로 불리며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메이커의 베스트셀링 모델이 국내시장에 들어온 만큼 경쟁자들이 긴장하는 건 당연하다. 경우에 따라서는 국산차와의 경쟁도 피할 수 없는 게 아니냐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어코드는 십수 년에 걸쳐 세계무대에서 인정받고 있는 모델이다. 79년에 데뷔한 이 차는 지금까지 8대에 걸쳐 명맥을 잇고 있다. 만만치 않은 역사다. 그러나 세계시장에서의 성공이 곧 한국시장에서의 성공을 의미하지도, 담보하지도 않는다. 다만 그럴 확률이 높을 뿐이다.

새로 나타난 존재가 판을 휘어잡을 새로운 강자인 지, 아니면 그런저런 차들 사이에 나타난 안보던 새 얼굴일 뿐인 지 두고 볼 일이다.

어코드 V6 3.0을 타고 날씨가 변화무쌍한 제주의 곳곳을 누볐다. 시승차는 일본에서 생산된 차종으로 현지 판매명은 인스파이어다.

▲디자인
어코드 디자인은 군더더기없이 간결하다. 불필요하다고 느껴지는 선이 거의 없을 만큼 절제된 모습이다. 앞뒤, 양 옆 어디서 봐도 그렇다. 오랜 세월을 두고 다듬어진 결과가 아닐까 싶다. 어느 한 곳 잔재주로 시선을 붙잡아보겠다는 의도가 없다. 삼각형 헤드램프에 잠깐 시선이 멈춘다. 선생님의 지도를 잘 따르는 모범생 복장같은 디자인이다.

그렇다보니 많은 차들 사이에 섞어 놓으면 이 차가 어디 있는 지 찾기는 쉽지 않을 듯하다. "H" 엡블럼을 보고 현대자동차를 떠올릴 이들도 없지는 않을 듯하다. 그렇지 않아도 혼다와 현대를 두고 헷갈린다는 이들도 있다.

옆에서 보면 웻지 스타일로 역동적인 모양이다. 사이드 미러에는 깜박이가 내장됐다. 가늘고 긴 리어램프도 무난하다. 딱히 시선이 멈추는 곳이 없다.

실내로 들어가면 고급스런 소재의 시트와 대시보드가 운전자를 맞이한다. 촘촘하게 이어지는 계기판은 시속 240km까지 표시됐고 7,000rpm부터가 레드존이다. 고성능을 지향하는 세단임을 짐작케 해주는 부분이다.

센터페시아 디자인은 개성적이다. 송풍구 아래로 오디오와 공조 스위치를 배치하고 그 아래로는 12장의 CD를 수납할 수 있는 넓은 공간이 비워졌다. 도어 패널의 수납공간은 페트병도 넣을 수 있을 만큼 넉넉하다.

▲성능
어코드는 4기통 2.4ℓ i-V텍 엔진과 V6 V텍 엔진을 얹었다. 시승차는 V6 3.0으로 최고출력이 240마력이다. V텍 엔진은 밸브를 구동하는 캠이 고속용 1개와 저속용 2개가 있다. 엔진 회전상태에 따라 밸브가 열리는 각도와 타이밍을 달리 조절하는 게 핵심이다. 혼다가 F1 경기에서 쌓은 노하우를 양산차에 적용했다는 첨단 기술이다.

배기량이 상대적으로 낮은 2.4ℓ 엔진은 DOHC 방식으로 160마력의 힘을 확보했다. 3.0 엔진은 DOHC가 아니어도 240마력을 낸다. 이미 충분한 힘을 가진 만큼 더 큰 힘을 욕심내지 않고 SOHC 방식을 채택한 것 같다.

첨단 기술인 만큼 시승 포인트도 엔진성능에 있다. 혼다의 엔진은 순발력이 뛰어났다. 어떤 속도에서나 가속 페달을 밟으면 차체가 즉각 반응했다. 60~80km/h 구간의 실주행영역은 물론 시속 120km를 넘나드는 고속구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가속할 때의 느낌도 경쾌했다. 주저없이 치고 나가는 가속감만큼은 고성능 세단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가속을 시작한 차체는 도로상황이 허락하는 한 시속 180km에 다다르면서도 탄력이 살아 있다. 저속에서도, 고속에서도 변치않는 탄력은 경험하기 쉽지 않다.

그러나 숨길 수 없는 한계도 갖고 있었다. 앞바퀴굴림 방식의 차가 갖는 구조적인 약점, 바로 피시 테일이다. 물고기의 꼬리처럼 뒤가 흔들리는 느낌은 속도가 높아질 수록 더해진다. 여기에 더해 약한 언더스티어링 현상까지 나타난다. FF(앞 엔진, 앞바퀴 구동)의 태생적 한계는 어쩔 수 없다.

변속기는 5단 자동이다. 흔히 수동을 겸한다는 팁트로닉 방식은 생략됐다. 유럽지역에서 팔리는 어코드에는 적용되지만 국내에는 들여오지 않았다. 가격을 맞추기 위해 편의장비와 기능의 이런저런 조합에서 팁트로닉이 생략된 것으로 보인다.

▲경제성
어코드의 성공 가능성을 점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부분이 바로 경제성이다. 한국시장에서의 가격대가 경쟁차들과 비교할 때 경쟁력이 있는가 하는 점이다.
어코드 V6 3.0의 국내 시판가격은 3.0이 3,890만원, 2.4가 3,390만원이다. 당초 예상에 비해서는 다소 비싼 가격이다.

비교기준이 어디 있는 가에 따라 이 차의 경제성, 혹은 성공 가능성에 대한 평가는 갈린다. 뉴그랜저XG나 오피러스 등 국산 고급 승용차시장을 넘본다고 한다면 어코드의 경쟁력은 그리 높지 않다. 국산차들은 그 가격대에 훨씬 고급 사양을 누릴 수 있어서다.

그러나 수입차시장에서라면 경쟁력있는 가격이다. 렉서스 ES330이 5,460만원, 심지어 IS200이 4,050만원에 팔리는 걸 보면 어코드의 가격대는 상당히 고민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실제 판매현장에서도 비슷한 가격대의 수입차들이 어코드에 영향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발표장에서 만난 혼다 본사 관계자들은 고객에 대한 애정을 강조했다. 어떤 이는 “사장이 시키는 일은 잘 안해도 고객이 원하는 일은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 바탕에는 혼다가 고객들을 만족시키는 차를 만든다는 자부심이 배어 있기도 하다. 그렇다면 한국 고객들이 어코드를 조금 더 싼 가격에 만나고 싶어 한다면 어떤 반응이 나올까 궁금해진다.

시승/오종훈 기자 ojh@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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